칼라치 스트링 콰르텟 "권혁주에 바치는 멋진 헌사"

  • 뉴시스

입력 : 2017.07.20 10:08

칼라치 스트링 콰르텟과 김다미, 아름다운 만남
◆20일부터 베토벤 현악 4중주 전곡 프로젝트
"싸우려하기 보다 오히려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해주는 것이 팀워크의 비결이에요."(심준호)

"실내악 연주에 뿌듯함을 느끼는 연주자들이 모였어요. 그러하다보니 다들 트러블을 만들려고 하기보다 자연스럽게 책임감을 갖게 되죠."(장유진)

"콰르텟 활동뿐만 아니라 각자 욕심이 있어 서로 솔로 커리어를 존중해요. 그러면서도 튀려고 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더 융화될까에 초점을 맞추죠."(이한나) 지난해 센다이 국제 음악 콩쿠르 1위를 차지한 깜찍한 외모의 바이올리니스트 장유진(27),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 출신으로 연주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강의하며 스펙트럼을 넓혀가고 있는 비올리스트 이한나(32), 베오그라드 죄네스 뮈지칼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며 이름을 알린 첼리스트 심준호(30) 등 블루칩 젊은 솔리스트들로 구성된 '칼라치 스트링 콰르텟'은 국내 몇 안 되는 실력 있는 현악사중주단으로 통한다. 지난해 갑작스럽게 세상을 뜬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1985~2016)도 단원이었다.

'아름다움'을 뜻하는 그리스어 칼론(Kalon)'과 '끈'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라치(lacci)를 결합시켰다.

네 명의 연주자들이 오랜 시간 음악이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만들어온 교감이 이어진다는 뜻을 담고 있다. 2015년 금호아트홀에서 쇼스타코비치 현악사중주 전곡연주 등 깊이 있는 음악을 들려주며 호평 받아왔다. 클래식 불모지인 아프리카 콩고, 탄자니아, 요르단 등을 순회하며 음악적 외교활동에도 앞장 섰다.

오는 20일을 시작으로 2018년까지 총 5차례에 걸쳐 베토벤 현악 4중주 전곡(16곡)을 들려주는 프로젝트 역시 큰 기대를 받고 있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금호아트홀이 베토벤 서거 190주년을 맞은 올해부터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 되는 2020년까지 펼치는 '베토벤의 시간 17'20'의 하나다.

18일 오후 금호아트홀에서 만난 이한나, 심준호, 장유진은 2012년 창단 이래 싸운적이 단 한번도 없다며 탄탄한 팀워크를 과시했다.

이한나와 심준호는 "너무 비좁아 네명이 마주볼 수밖에 없는 좁은 방에 들어가서 하루에 10시간 동안 연습한 적이 있었는데 지나가는 사람마다 저 방은 뭐가 좋아서 10시간 동안 계속 연주와 웃음 소리밖에 나지 않냐고 의아해했던 적이 있다"고 웃었다.

팀의 맡 언니로 동생들인 심준호와 장유진이 의지하고 있다며 입을 모으는데 이한나는 오히려 "같이 하는 연주도 아닌데 리허설에서 유진이를 계속 찾는 등 제가 동생들에게 의지하고 있다"고 했다.

팀의 체력을 맡고 있는 막내 장유진은 "언니, 오빠들에게 항상 고마워요. 무슨 말을 해도 항상 받아주고 챙겨주고 응원을 해주거든요"라고 흡족해했다.

전도유망했던 권혁주가 심근경색으로 지난해 3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 생긴 공백은 멤버들의 오랜 음악적 동료인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 조진주, 강수연이 순차적으로 채운다.

세 사람이 든든한 연주자라고 입을 모아 칭찬한 김다미가 이 프로젝트에 처음으로 활을 보탠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입상 등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로,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연주가 돋보이는 김다미는 "칼라치 스트링 콰르텟'의 연주를 처음 라이브로 접했을 때 앙상블이지만 네 연주자의 개성이 표출돼 깜짝 놀랐다"고 했다.

"신기하게도 그 개성이 또 어우러지는 거예요. 어느 누가 어떤 의견을 제시하든 반대를 하지 않은 점이 이 팀의 팀워크라는 생각도 들었죠."

현악사중주단만큼 합을 맞추기 힘든 앙상블도 없다. 모두 다 대등한 위치에서 짜임새 있는 연주를 들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김다미는 "페스티벌에서도 평소 합을 맞추지 않은 연주자들이 스트링 콰르텟을 하기가 힘들어 주로 칼라치 스트링 콰르텟 같은 팀을 초정한다"며 "저 역시 오래만에 스트링 콰르텟을 하는 거라 적응이 안 되고 감을 잃어버렸는데 많이 배우면서 하고 있다"고 했다.

이한나는 김다미에게 진심을 다해 고마워했다. "베토벤 현악 4중주 전곡 연주라는 큰 프로젝트를 앞두고 다미가 처음이라 다행"이라면서 "정말 바쁜 친구인데 시간을 흔쾌히 내줘서 우리 멤버들이 정말 고마워하고 있어요. 감을 잃었다고 하는데 실력뿐 아니라 겸손함까지 갖춘 친구죠"라고 즐거워했다.

네 연주자는 어렸을 때부터 연주해온 베토벤이지만 여전히 큰 산처럼 느껴진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두렵지는 않다고 했다. 심준호는 "물론 여전히 경외하는 작곡가지만 20대의 마지막에 들려주는 베토벤, 30대 초반에 들려주는 베토벤이 당연히 다를 거라 생각하니까 두려움이 없어졌다"며 "앞으로 노력해서 더 나아진 연주를 들려줄 거라는 확신이 있다"고 했다.

이한나는 "연주를 할 때는 너무 좋은데 악보를 볼 때는 너무 어렵고, 이 양극을 반복하고 있다"고 웃었다.

장유진은 "숨은 그림 찾기도 아니고 매번 새로운 걸 발견한다"며 "네 연주자의 연주가 모두 동등해, 어떤 부분에서든 누구 하나 반주의 느낌이 없어요. 촘촘한 구조라 테크닉이 어렵고 숨을 돌릴 틈도 없다"고 했다. "20대에 이런 곡을 전곡 연주할 기회가 힘든데, 이 대장정을 끝내면 어떻게든 성장해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사실 이번 프로젝트는 금호아트홀의 제안으로, 멤버들이 권혁주와 함께 기획했던 연주다. 칼라치 스트링 콰르텟의 세 멤버는 이 연주를 한 때 포기할까도 고민했었다.

이한나는 하지만 "혁주랑 같이 기획했던 연주이니 정성들여 잘 끝내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있고, 다미를 비롯해 같이 연주하는 연주자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이 크다"고 했다.

한 때 권혁주의 이름조차 언급하기 힘들었던 칼라치 스트링 콰르텟 멤버들이지만 이번 연주를 준비하면서 치유 받고 있다고 했다. 심준호는 "연주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치유 받고 있다"며 "정말 (권혁주의 죽음은) 우리에게 정말로 큰 일이었죠. 자동차로 따지면 바퀴 하나가 사라진 건데……. 하지만 연주를 잘 하는 것이 형에게 바치는 값지고 멋진 헌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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