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종환 장관 "김종 한 사람 때문에 문체부가 엉망 됐다"

  • 뉴시스

입력 : 2017.07.20 10:07

취임 한달 맞은 도종환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취임 한 달을 맞은 19일 "김종(전 차관) 한 사람 때문에 문체부 조직 내부가 엉망이 됐다"며 조직 개편 등을 통해 조직을 추스르는 점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현재 추진하고 있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에 직접 위원장으로 참여할 뜻이 있다는 점도 밝혔다.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장 인사에 대해서는 강제로 교체에 나서지는 않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도 장관은 이날 낮 서울 세종로 인근의 한 식당에서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지난 한 달간의 소회에 대해 "생각 이상으로 어려운 조직이고 어떻게 이 조직을 끌고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많다"며 이같이 밝혔다.

도 장관은 우선 문체부 조직 개편을 통해 쇄신에 나서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속한 보고체계 등을 위해 기존 실장급 자리였던 문화콘텐츠산업실장·체육정책실장·관광정책실장을 없애는 대신 국 단위로 재편한다는 계획이다. 또 김종 전 차관 시절 1차관에서 2차관으로 옮겼던 관광분야 업무를 1차관 소관으로 되돌리기로 했다. 대신에 2차관의 경우 내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나기 전까지 체육 및 국민소통 업무에 전념하도록 하고 그 이후 다시 조직개편을 통해 업무를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김 전 차관 시절 문체부 내부 조직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언급도 내놨다. 도 장관은 "김종 한 사람 때문에 조직 내부가 엉망이 되고 서로 불신하게 됐다"면서 "한 사람이 이렇게 망가뜨릴 수 있다는 게 놀라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취임과 동시에 주력하고 있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문제에 대해서는 "이번 주 준비단계를 거쳐 본격적으로 조직을 꾸릴 수 있는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어 "진상조사위에 장관이 공동위원장으로 들어와 달라고 하고 있어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저도 필요하면 참여해서 조사하고 책임질 것이 있으면 책임지도록 하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캐비닛에서 나온 자료에서 문체부 직원에 대해 사상 검증을 시도했다는 내용 등이 들어있던 부분 등에 대해서도 함께 조사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장들의 교체에 대해서는 "강제로 바꿀 수는 없다"며 과거와 같은 인위적인 교체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도 장관은 "각 기관마다 남아있는 임기가 다르다. 앞으로 2년 남은 분들도 있다"며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이 있는 만큼 법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정권에서 논란이 된 문화창조융합벨트 사업과 관련한 입장에 대해서는 "교육기능은 걔속 살려나가야 한다. 콘텐츠를 육성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답했다.

아울러 조직 개편과 관련해 "늘 현안만 해결하려다보니 미래를 내다보고 정리하지 못하는 점이 있다. 20-30년을 내다보는 문화전략을 수립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미래에 대해 논의하는 문화전략팀을 따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잔존하게 되는 실장급 자리 중 일부를 외부 민간 전문가에게 맡길 수 있다는 뜻도 밝혔다.

영화산업의 수직계열화 등에 대한 규제와 관련해서는 장기적인 의견수렴을 거칠 것임을 강조했다. 도 장관은 독점적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언급하면서도 "내가 낸 법이기 때문에 무조건 밀어붙여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서로 양쪽 얘기를 들으면서 신중히 검토하고 논의를 거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와 관련해 추가경정예산 등을 통해 1000억원을 더 관광업계에 지원하겠다는 점도 밝혔다.

도 장관은 관광진흥개발기금 융자를 통해 200여곳의 업체에 지원했지만 아직 1000억원가량이 부족해 추경에 요청해놨다는 점을 들고 "야당이 600억원만 반영하라고 하고 있는데 나머지 400억원은 우리가 마련해서라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 장관은 이날 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가 '호모사피엔스'에서 밝힌 부분을 언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사람들은 권력을 잡는 데는 유능하지만 잡은 뒤에 그 권력을 행복으로 바꾸는 데는 그렇지 못하다고 했다. 한국사람들이 특히 그렇다고 했다"며 "저는 권력을 행복으로 바꾸는 게 중요한 일이지만 덜 불행한 사람을 만드는 일도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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