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7.13 03:05
- 오슬로 필하모닉 호른 수석 김홍박
서울시향 부수석 자리 내놓고 3년째 유럽 명문 악단서 활약중
오늘 부천필과 슈트라우스 협주곡
'서울시향 호른 부수석'.
호른 연주자라면 누구나 탐낼 자리를 버리고 해외로 떠난 건 2010년, 스물여덟 때였다. 클 홍(弘)자에 넓을 박(博)자. 이름을 생각하면 국내 무대는 좁았을까. 김홍박(35). 한국인 금관악기 연주자로는 드물게 2015년부터 유럽 명문 노르웨이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서 호른 수석으로 활약 중이다. 13일 부천필(지휘 박영민)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호른 협주곡 2번을 협연하는 그를 지난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호른 연주자라면 누구나 탐낼 자리를 버리고 해외로 떠난 건 2010년, 스물여덟 때였다. 클 홍(弘)자에 넓을 박(博)자. 이름을 생각하면 국내 무대는 좁았을까. 김홍박(35). 한국인 금관악기 연주자로는 드물게 2015년부터 유럽 명문 노르웨이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에서 호른 수석으로 활약 중이다. 13일 부천필(지휘 박영민)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호른 협주곡 2번을 협연하는 그를 지난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겁 없던 7년 전을 떠올리며 그는 웃었다. 매일이 도전이었다. 그가 머문 잘츠부르크는 해마다 여름이면 세계 80여 개국에서 클래식 애호가 25만명이 찾아와 한 달 내내 오페라와 음악회를 관람하는 소도시. 풍광이 아름다워 고급 호텔이나 별장을 찾는 부유층도 많다. 가난한 음악도에겐 최상의 무대였다. 친구들과 짝을 이뤄 해 질 녘 목관 오중주 연주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벌었다. 500유로짜리 보랏빛 지폐가 있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좋은 소리는 따뜻한 호흡에서 나온다"며 '영업 기밀'도 털어놨다. "제 스승인 크로아티아의 명(名) 호르니스트 라도반 블라트코비치는 제자들을 자연에서 뒹굴게 하면서 나뭇잎, 풀벌레, 시냇물까지 관찰하게 했어요. 물구나무서기 요가 자세를 하시는데 유연해 깜짝 놀랐죠." 온몸을 열어젖힌 호흡에서 소리가 나와야 듣는 이의 몸을 감싸고 내 몸도 진공 상태가 된다는 걸 그는 깨달았다고 했다.
탁 트인 시야도 한몫했다. 유럽은 눈만 뜨면 멀리 산등성이가 보였다. "브람스 교향곡 1번 4악장에 알프스 호른이 산에서 부는 것처럼 낭랑한 선율이 있어요. 선생님은 산속을 거닐다 '여기서 그 소릴 내면 멋있어'하고 불게 했어요. 내 소리가 이 길 따라 저 산으로 뻗는구나 상상하면서 표현 범위를 넓혔죠."
고음에서 저음까지 음역이 넓은 호른은 고전 시대부터 오보에와 더불어 주요하게 쓰였다. 대개 네 대의 호른이 목관과 현악을 아우르며 전체 사운드의 볼륨과 음색을 만드는데, 후기 낭만과 근대에 이르러서는 호른이 여덟 대까지 나오는 대규모 작품들이 쓰이면서 존재감이 한층 커졌다.
오슬로 필에 몸담은 지 2년. 수습(6개월)을 거쳐 종신 자격을 얻은 그는 "지금이 좋다"고 했다. "연주를 제대로 했을 때 지휘자가 두 눈 감고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연주 끝나고 나서 첫 번째 박수를 받을 때 희열은 악단에서만 누릴 수 있거든요. 호른 주자들끼리 서로 인정하는 칭찬이 있어요. '홍박, 소리 정말 좋아!' 그거면 충분해요." 김홍박이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수줍어했다.
▷R 슈트라우스 탐구 시리즈 II=13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032)625-8330~1
"좋은 소리는 따뜻한 호흡에서 나온다"며 '영업 기밀'도 털어놨다. "제 스승인 크로아티아의 명(名) 호르니스트 라도반 블라트코비치는 제자들을 자연에서 뒹굴게 하면서 나뭇잎, 풀벌레, 시냇물까지 관찰하게 했어요. 물구나무서기 요가 자세를 하시는데 유연해 깜짝 놀랐죠." 온몸을 열어젖힌 호흡에서 소리가 나와야 듣는 이의 몸을 감싸고 내 몸도 진공 상태가 된다는 걸 그는 깨달았다고 했다.
탁 트인 시야도 한몫했다. 유럽은 눈만 뜨면 멀리 산등성이가 보였다. "브람스 교향곡 1번 4악장에 알프스 호른이 산에서 부는 것처럼 낭랑한 선율이 있어요. 선생님은 산속을 거닐다 '여기서 그 소릴 내면 멋있어'하고 불게 했어요. 내 소리가 이 길 따라 저 산으로 뻗는구나 상상하면서 표현 범위를 넓혔죠."
고음에서 저음까지 음역이 넓은 호른은 고전 시대부터 오보에와 더불어 주요하게 쓰였다. 대개 네 대의 호른이 목관과 현악을 아우르며 전체 사운드의 볼륨과 음색을 만드는데, 후기 낭만과 근대에 이르러서는 호른이 여덟 대까지 나오는 대규모 작품들이 쓰이면서 존재감이 한층 커졌다.
오슬로 필에 몸담은 지 2년. 수습(6개월)을 거쳐 종신 자격을 얻은 그는 "지금이 좋다"고 했다. "연주를 제대로 했을 때 지휘자가 두 눈 감고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연주 끝나고 나서 첫 번째 박수를 받을 때 희열은 악단에서만 누릴 수 있거든요. 호른 주자들끼리 서로 인정하는 칭찬이 있어요. '홍박, 소리 정말 좋아!' 그거면 충분해요." 김홍박이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수줍어했다.
▷R 슈트라우스 탐구 시리즈 II=13일 오후 8시 롯데콘서트홀, (032)625-83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