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7.13 03:05
평창대관령음악제 18일 시작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내한해… 프로코피예프 오페라 韓 초연
우울증에 걸린 왕자를 구하라! 치료제는 웃음. 왕과 재상, 점술가까지 머리를 맞대 익살맞은 연회를 열지만 왕자는 웃지 않는다. "오, 나를 침대로 데려가줘"라며 처량하게 노래할 뿐이다. 그때 더러운 차림의 한 여인이 비틀대며 걸어온다. 신하들이 쫓아내려는 순간 여인이 한쪽 다리를 들어올리며 넘어진다. 그 모습을 보고 왕자가 갑자기 웃는다. 모두가 기뻐하지만 여인은 왕자를 노려보며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을 저주로 건다. 공포에 찬 음악. 왕자는 홀린 듯 "세 개의 오렌지!"를 계속 외치고, 만류를 뿌리친 채 크레온타 성에 있는 오렌지를 찾으러 떠난다. 1921년 12월 30일 미국 시카고의 오페라극장에서 러시아 작곡가 프로코피예프가 베네치아 극작가 카를로 고치의 동명 동화를 바탕으로 초연한 코믹 오페라 '세 개의 오렌지에 대한 사랑'의 도입부다.
서정적인 아리아와 춤곡, 팬터마임까지 변화무쌍한 이 오페라가 올여름 국내에서 첫선을 보인다. 18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와 강원도 일대에서 열리는 제14회 평창대관령음악제(예술감독 정명화·정경화)가 그 무대다.
그간 북유럽, 이탈리아와 스페인, 프랑스, 독일 등 지역을 주제로 17세기부터 현대까지 서양 고전음악을 조명해온 음악제가 올해는 '볼가강의 노래'를 주제로 러시아 음악의 거장들에 초점을 맞춘다. 러시아 정상급 교향악단인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와 오페라단이 내한해 명(名)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의 조카인 조르벡 구가예프(Gugkaev) 지휘로 콘서트 형식의 '세 개의…'를 29일 뮤직텐트에서 연주한다. 게르기예프가 국내외 연주 때 손수 이끄는 특A급 단원들로만 구성돼 있다. 마린스키 오페라단의 주역가수 14인은 30일 러시아 오페라의 주요 아리아와 차이콥스키의 '모스크바 칸타타' 등 러시아 음악들로 또 다른 무대를 꾸민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보로딘 현악사중주단이 들려주는 정통 실내악 연주도 놓칠 수 없다.
피아니스트 스티븐 코바체비치, 첼리스트 로렌스 레써, 비올리스트 가레스 루브 등 음악가들이 올해 처음 음악제를 찾는다. 오는 26일 개막 공연에 이어 8월 6일까지 펼치는 저명연주가 시리즈에는 첼리스트 정명화와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함께한다. 정명화는 27일 루이스 클라렛, 레써, 김태형과 포퍼의 레퀴엠을, 정경화는 28일 코바체비치와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1번을 연주한다.
올해 음악제가 위촉한 작품은 총 세 곡이다. 김택수의 '평창을 위한 팡파르'(8월 2일), 윌리엄 볼컴의 '6중주'(8월 6일), 장 폴 프넹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카페 푸시킨'(8월 3일)이 기대를 모은다. (033)240-1363 www.gmmfs .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