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 유망주 이수빈·이상민·박선미, 꼭 메모해두세요

  • 뉴시스

입력 : 2017.07.11 10:03

콩쿠르 휩쓴 발레 유망주 박선미 이수빈 이상민
"'모스크바 국제 발레 콩쿠르'를 준비하면서 오른쪽 발에 통증이 있었어요. 연습 시간도 짧아서, 준비한 것만 다 보여주자는 마음이었는데 상까지 받아서 감사했죠."(이상민)

"지난해 (러시아의) 바가노바 국제발레콩쿠르를 다녀온 뒤 러시아의 매력을 알게 됐거든요. 기회가 되면 다시 러시아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4대 콩쿠르‘인 모스크바 콩쿠르가 열린다고 해서 바로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박선미)

"모스크바 콩쿠르는 수준이 높은 콩쿠르거든요. 그 만큼 세계 유명 발레단에서 프로 무용수들이 출전을 하죠. 그래서 이번 수상이 뜻깊어요."(이수빈)

지난달 발레의 본고장으로 통하는 러시아의 권위 있는 발레 대회인 '제13회 모스크바 국제 발레 콩쿠르'에서 한국인 유망주 3명이 나란히 입상에 화제가 됐다.1969년 창설돼 48년 역사를 자랑하는 이 콩쿠르는 러시아 문화부 주최로 올림픽처럼 4년에 한 번씩 열린다. 스위스 로잔 콩쿠르, 미국 IBC(잭슨 콩쿠르), 불가리아 바르나 콩쿠르와 함께 세계 4대 발레 콩쿠르로 통하기도 한다.

올해 세계 27개국에서 쟁쟁한 무용수 200명 이상이 참가해 실력을 겨뤘다. 이중 발레리나 박선미(18)가 주니어 파드되(2인무) 부문에서 우승, 이수빈(19)이 주니어 여자 솔로 부문에서 2등을 차지했다. 발레리노 이상민(19)이 시니어 파드되 부문 디플로마(장려상)를 받았다.

한국예술종합합교 무용원에 나란히 재학 중인 박선미·이수빈·이상민은 모두 지난해 '바가노바 국제발레콩쿠르'에서 각각 주니어 1위, 시니어 1위, 시니어 1위에 오르며 K-발레를 이끌 차세대 발레 무용수로 통하고 있다. 발레 팬들이라면 반드시 메모해야 할 이름들이다.

최근 서초동 한예종 무용원 연습실에서 만난 세 사람은 세계적인 발레 대회에서 연이은 쾌거에 "행복하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콩쿠르 출전이 매번 쉽지는 않다. 특히 이번 모스크바 국제 발레 콩쿠르에는 "워낙에 큰 콩쿠르라 유명 무용단에서 뛰어난 무용수들이 출전을 했는데 동양인들이 갖고 있지 않은 좋은 몸과 실력을 갖고 있어 부담“(이상민)이 되기도 했다.

이상민은 그러나 "저희가 연습해온 대로 ‘차분히 하자. 잘하는 것을 부담 없이 보여주자’라는 마음으로 보여주고자 했다"고 의젓한 모습을 보였다.

박선미는 "서양 무용수들이 예뻐서 신경도 많이 쓰였다"고 부끄러워했다. 박선미를 비롯해 이수빈, 이상민은 하지만 발레계에 선남선녀로 통할 만큼 화려한 외모를 갖추고 있어 스타덤도 예고 중이다. 박선미는 그럼에도 "아직 부족하다"며 수줍게 웃었다.

세 사람은 콩쿠르에서 연이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대회 자체는 부담이라고 했다. 이수빈은 "경쟁을 넘어 심사위원과 대회 성격에 맞춰야 하는 것"을 힘든 점으로 꼽았다.

"콩쿠르에서는 관객들을 매료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심사위원들에게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해요. 그런 것 때문에 '대회에서 원하는 스타일이 이러하니 거기에 맞게 춰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돼 제가 원하는 춤의 본질을 종종 잃을 때가 있죠"라는 것이다.

하지만 세 사람 모두 지금은 콩쿠르를 통해 실력을 키워야 할 때라며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모스크바 국제 콩쿠르를 마친 후 현지에서 잠깐의 휴식 기간을 가졌는데, 쉬는 동안에도 극장과 박물관 등을 돌며 문화적인 소양을 키우는데 집중했다.

동시에 한국 발레 유망주들의 롤모델인 마린스키발레단의 수석무용수 김기민을 만났다며 설레어 했다. 최종적으로 러시아에서 활약하고 싶다는 이수빈은 "기민 오빠가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는데 정말 많이 부족하지만 러시아 무대에 서게 된다면…"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상민·박선미·이수빈은 어릴 때부터 주목을 받아온 무용수들로 모두 한예종 부설 한국예술영재교육원 출신이다. 조주현 한예종 무용원 실기과 교수는 "세 사람 모두 끄집어내면 끄집어낼수록 잠재력이 나오는 가능성이 큰 무용수들"이라고 소개했다.

카리스마를 갖춘 동시에 그 안은 섬세한 이상민은 외강내유, 걸크러시 매력의 박선미는 동작마다 고운 선, 우아함을 갖춘 이수빈은 표현력이 발군이다. 이럼 세 사람에게 발레는 어떤 의미일까.

"발레는 점점 저에게 더 큰 세계를 알려줬어요. 발레 덕분에 제 몸의 변화도 생기고, 그로 인해 주변에서 칭찬을 받으니까 부담도 생겼지만 발레가 더 재미가 생겼죠. 무대에 계속 서고 싶은 가장 이유는 마지막에 받는 박수 때문이에요. 객석에서 쏟아지는 박수를 받을 때의 환희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죠."(이상민)

“부족한 점을 고쳐나가는데 재미를 느꼈어요.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해서 수영도 했고, 육상은 반대표로 나가기도 했어요. 그런데 발레를 할 때 특히 집중력이 좋았죠. 발레를 할 때가 가장 즐거웠어요."(박선미)

“한 무대를 위해 몇 년 동안 연습을 하는 것이 허무할 때가 있어요, 그래도 계속 발레를 하고 싶은 이유는 이수빈이라는 사람은 한 사람인데 무대 위에서는 지젤, 오네긴, 줄리엣 등 여러 사람으로살 수 있어 저를 더 다채롭고 풍요롭게 만들어줘요. 그 순간 만큼은 자유를 느끼죠."(이수빈)

세 사람의 무용수로서 장점은 넘친다는 것이 한예종과 발레계의 평가다. 함께 콩쿠르를 다니며 절친해진 동시에 서로의 춤을 오랫동안 지켜봐온 만큼 상대방에게 장점을 물었다.

"선미 양은 러시아 학생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실력과 몸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러시아 관객들이 진짜 좋아해요. 예술이 몸에 익은 분들이라 기준이 엄격한데 선미 양을 정말 좋아했어요. 스스로는 알지 못하는데 몸을 올바르게 쓰는 표준이기도 하고요."(이상민)

"수빈 언니는 영재원부터 봐 왔는데 몸 쓰는 것 자체가 달라요. 특히 상체 표현력이 남달라, 다른 발레단에서 찾아볼 수 없을 정도죠. 특히 캐릭터에 대한 감정 이입이 뛰어나 춤을 추면서 그렇게 빠져드는 무용수는 처음 봤어요."(박선미)

"상민 군은 얼굴도 잘 생겼는데 팔다리도 길고 점프력도 좋아요. 특히 저 같은 경우에는 춤을 출 때 쓸 데 없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상민 군은 무아지경이라고 해야 하나, 춤 자체에만 빠져들죠. 정말 춤을 즐길 줄 아는 무용수에요."(이수빈)

세 무용수는 굳이 해외에 유학을 나가기 않고 한국에서만 교육을 받아도 세계무대에서 튱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있기도 하다. "해외 경험이 많은 선생님들이 한예종에 계셔 좋은 조언을 정말 많이 해주세요. 정말 '내리 사랑'을 해주셔서 해외로 굳이 나가지 않아도 많은 걸 배울 수 있죠."(이상민·박선미)

"좋은 무용수가 탄생을 하려면 많은 지식을 갖춘 지도자랑 그걸 흡수할 수 있는 학생이 좋아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궁합이 맞아야 잘 굴러간다는 얘기인데, 저희가 그래요."(이수빈)

실력뿐 아니라 마음가짐 또한 또래보다 훨씬 성숙한 이들이 각자 그리는 무용수의 미래 역시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단지 실력으로 유명해지는 걸 넘어 진심을 담은 유일무이한 무용수가 되고 싶다고 입을 모았다.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나 작품 속에 잘 녹아난 무용수가 멋있더라고요. 이번에 모스크바 콩쿠르 심사도 보신 블라디미르 말라코프가 그렇죠. 수빈 양의 추천으로 그 분의 영상을 여러 편 봤는데 모든 작품을 자기 식으로 해석하는 것이 정말 멋있어요. 저도 제가 맡은 캐릭터를 이상민답게 보여드리고 싶어요.”(이상민)

“무대에서 춤을 출 때 관객들이 빠져들 수 있는 무용수가 되고 싶어요. 스스로도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하고요. 춤을 출 때 예쁜 사람이 좋은데, 스베틀라나 자하로바처럼요. 호호. 저도 정말 그렇게 되고 싶어요. '역시 박선미'라는 말도 듣고 싶고요."(박선미)

“스펀지 같은 사람, 무용수가 되고 싶어요. 왜냐하면 제가 고지식하다고 해야 하나. 하나에만 열중하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인데 좀 더 많이 배우고 경험하고 싶거든요. 그래야 매번 같은 지젤을 하더라도 공연마다 다른 부분을 첨가해서 새로운 걸 보여드릴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카멜레온처럼요. 그 변화에 진심을 담으려면 진짜 경험을 해야겠죠."(이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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