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평(三視世評)] "H.O.T.→ 소녀시대→ 엑소… 'K팝의 왕조실록' 보는 듯"

  • 정리=김성현 기자

입력 : 2017.07.10 03:01 | 수정 : 2017.07.10 07:52

- SM타운 콘서트
강타부터 레드벨벳까지 61명 나서… 히잡 쓴 여성팬 등 4만5000명 몰려
日·동남아서도 공연 이어갈 예정

삼시세평(三視世評)
호우 특보도 K팝의 열기를 식히진 못했다. 지난 8일 온종일 비가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오후 6시부터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SM타운 콘서트'가 열렸다. 한중일(韓中日) 팬들은 물론 히잡을 쓴 여성 팬까지 4만5000여 명이 몰려들었다. 지난해 워킹홀리데이로 한국을 찾은 영국의 리비(25)양은 능숙한 한국어로 "엑소(EXO)의 노래에는 서양과 한국의 멋이 절묘하게 섞여 있어 매력적"이라고 했다. 교통 체증으로 주변 도로가 극심한 정체를 빚자 팬들은 인근 버스 정류장에 내린 뒤 엑소를 상징하는 흰색 야광봉을 들고 공연장까지 내달리기도 했다.

2008년 시작해 올해 10년째를 맞은 'SM타운 콘서트'는 아이돌 그룹이 아니라 소속사 이름을 전면에 내건 '브랜드 공연'의 효시(嚆矢)다. 특히 2011년 6월 프랑스 파리에서 매진된 'SM타운 콘서트'는 이듬해 싸이의 '강남 스타일' 히트와 더불어 한류(韓流) 확산의 결정적 계기로 꼽힌다. 올해 콘서트 역시 일본 도쿄·오사카에서 총 5차례 열린다. 하반기 동남아 공연도 예정돼 있다. 최근에는 지드래곤·엑소·방탄소년단 등이 각각 세계 순회공연에 나설 만큼 K팝의 저변이 확산됐다.

레드벨벳이 8일‘SM타운 콘서트’에서‘빨간 맛’을 부르고 있다.
레드벨벳이 8일‘SM타운 콘서트’에서‘빨간 맛’을 부르고 있다. 레드벨벳은 S.E.S.와 소녀시대, 에프엑스에 이은 SM엔터테인먼트의 막내 걸그룹이다. /뉴시스
강타와 보아, 동방신기의 유노윤호, 슈퍼주니어, 샤이니와 엑소, 레드벨벳과 NCT 등 SM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스타 61명이 이날 공연에 나섰다. 흰색(엑소)과 초록색(샤이니), 살구색(레드벨벳)과 연두색(NCT) 등 아이돌 그룹을 상징하는 형형색색 야광봉을 들고 구획별로 나눠 앉은 팬들의 모습은 거대한 모자이크 그림을 연상시켰다. 경기장 절반 이상이 흰색 물결을 이룰 정도로 엑소 팬이 과반수에 이르렀다는 점도 이채로웠다. 대중음악 담당인 김성현 기자는 "응원 팀은 다르지만 소속사는 모두 같다는 점에서 '아이돌 사관학교' SM엔터테인먼트의 학교 운동회 같다"고 말했다. 아이돌 그룹의 변천사를 꿰고 있는 최보윤 기자는 "H.O.T.와 젝스키스의 전성기였던 20년 전에는 팬들이 풍선을 들고 있었는데, 그룹마다 색깔을 달리한 LED(발광 다이오드) 야광봉을 흔드는 걸 보니 장비의 진화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SM타운 콘서트
가창력 있는 남녀 가수들의 독창과 이중창 무대를 '전채(前菜)'로 내놓은 뒤, 슈퍼주니어와 소녀시대, 샤이니와 엑소 등 인기 가수들의 공연을 '주요리(主料理)'처럼 배치했다. 4시간 반짜리 공연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아이돌 공연은 처음이라는 박상현 기자는 "H.O.T.의 강타부터 슈퍼주니어와 소녀시대를 거쳐 엑소로 이어지는 출연진은 'K팝의 조선왕조실록'을 연상시켰다"면서 "선배 그룹들이 후배들에게 '왕좌'만 물려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열정적인 댄스와 흠잡을 데 없는 가창력 때문에 '라이브 끝판왕'으로 불리는 샤이니의 무대에서 기자 3명의 엄지손가락이 일제히 올라갔다. 박상현 기자는 "아이돌에 대해 편견이 있던 사람도 막상 이 공연을 보고 나면 팬이 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빛났다"고 했다. 이날 공연에서 샤이니는 지난 3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조선일보 주최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ALC)에 참석해 "미국의 젊은이들이 샤이니를 알기 위해 한국어를 공부한다"고 발언한 내용을 소개했다. 샤이니는 "K팝이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피날레는 소속 아티스트 61명이 모두 무대에 올라와 H.O.T.의 1998년 히트곡 '빛'을 부른 합창이었다. '늘 함께 있어 소중한 걸 몰랐던 거죠. 언제나 나와 함께 있어준 소중한 사람들을…'로 시작하는 노랫말을 4만5000여 명 팬도 '떼창'하며 화답했다. 이 광경을 지켜본 세 기자는 "풋풋하고 싱그러운 10~20대에 데뷔해서 팬들과 함께 나이를 먹어가며 추억을 공유하는 것이야말로 아이돌 산업의 본질인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