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B~LP까지 음반 격동 시대···아날로그 반격!

  • 뉴시스

입력 : 2017.07.06 09:42

권지용 USB 앨범
대중음악계에 음악저장 매체가 화두가 되고 있다. 디지털 음원과 USB 등 최신 형태는 물론 바이닐(LP)과 카세트테이프 등 '아날로그의 반격'도 이어지고 있다.

◇음악 저장매체 변화는 순리?

최근 국내 음악계에 음악저장 매체에 대한 논쟁의 불씨를 지핀 것은 지드래곤이다. 솔로 앨범 '권지용'을 USB로 발매했는데, 이것이 앨범이냐 아니냐는 논쟁이 붙은 것이다.

음원·음반 집계 사이트인 가온차트를 후원하는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음콘협)는 '권지용'을 물리적인 음반으로 간주하기 힘들다는 1차 해석을 확정, 여전히 논쟁은 진행 중이다.2016년 9월23일 개정된 저작권법에 따르면 음이 유형물에 고정된 것을 '음반'으로 정의하고 있다. 음을 디지털화한 것 역시 포함하고 있다. 즉 CD, TAPE, LP, USB 유형에 상관없이 디지털 음원 자체가 저작권법상 '음반'에 해당된다.

따라서 개정된 저작권법상으로 음반의 정의에 따르면 '권지용' USB는 음반에 해당 될 수 있다. 그런데 '권지용' USB는 처음 구입한 USB 안에 고정된 음원이 들어있지 않다.

대신 USB를 컴퓨터에 꽂아 실행시키면 특정 인터넷 사이트로 이동해 일련번호를 입력한 뒤 음원과 뮤직비디오 등을 내려 받아야 하는 시스템이다.

이미 앞서 일부 뮤지션들이 카드 등을 사용해 음악 애플리케이션을 실행, 음원 등을 내려 받는 '키노 앨범' 등을 발매했다. 이와 비슷한 성격의 저장 매체인 셈이다.

혹자는 가요계에 벌써 사물인터넷 등 온라인·지식 기반인 4차 산업의 징조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증거라고도 했다.

결국 가온차트는 이번 '권지용' USB를 저작권법상 전송(다운로드 서비스)이라고 판단, 디지털 차트와 다운로드 차트에 반영했다. 하지만 현 정책체제하에서의 미봉책일뿐이라는 지적이다.

새로운 형태의 뉴미디어나 이를 응용한 음악 신제품의 종류와 범위는 날로 진격하는데 법·제도·정책이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차트 카테고리의 개발 등에 대한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음원 저장 매체를 둘러싼 실험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SM엔터테인먼트는 오는 8일 상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여는 브랜드 공연 'SM타운 라이브 월드 투어 VI 인 서울'을 앞두고 엑소, 샤이니, 레드벨벳 등 소속 팀의 스마트뮤직앨범 13종을 예스24와 손잡고 출시한다.

◇아날로그의 반격

디지털의 진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아이러니하게도 아날로그의 반격도 한창 진행 중이다. 흔히 'LP'로 통하는 바이닐이 그 중심에 있다. LP와 7인치 싱글 등 턴테이블에서 재생되는 모든 종류의 레코드를 일컫는 단어다.

2000년대 후반부터 세계적으로 LP 붐이 불기 시작했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전 세계 LP 음반 판매량은 3200만 장으로 199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불과 7년 전인 2008년의 500만 장과 비교하면 무려 600% 이상 성장한 셈이다.

세계 최대 팝 시장인 미국에서는 LP의 판매수익이 4억1600만 달러(약 4700억 원) 규모로, 광고기반 스트리밍 서비스 수익을 넘어섰다.

한국에서도 흐름은 비슷하다. 국내 유일의 LP 제작 브랜드인 마장뮤직앤픽처스는 지난달 서울 성수동에 LP 제작공장인 '바이닐팩토리'를 오픈했다. 서울에서 13년 만에 부활한 LP 제작 공장으로 국내 유일의 LP 제작 공장이기도 하다.

소니의 자회사인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말 일본 내에서 레코드판의 자체 생산을 재개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달 서울에서 펼쳐진 '제7회 서울레코드페어'는 이제 LP의 인기를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지난해 '원더걸스'가 신곡 '아름다운 그대에게'를 디지털로 공개하기 이전에 7인치 싱글 레코드에 담아 이 페어를 통해 공개한 500장의 싱글은 90분만에 매진되기도 했다.

올해에는 박재범과 기린이 함께 작업한 싱글 바이닐, 보컬 솔 그룹 '브라운 아이드 소울'의 1, 2집 등이 LP로 선보여 인기를 누렸다.

복고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카세트테이프도 새삼 주목 받고 있다. 서울레코드페어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카세트테이프' 특별전을 통해 김두수, 단편선과 선원들, 빅베이비드라이버X이혜지 등의 음반을 카세트테이프로 내놓았는데 호응이 컸다.

최근 인터넷서점 등에서 진행된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 OST의 카세트테이프 버전 예약 판매는 순식간에 마감되기도 했다. 아이돌 그룹 사이에서도 카세트 테이프는 핫한 아이템이다. 지난해 말 '샤이니'가 '원 앤드 원' 앨범의 복고 콘셉트에 맞춰 한정 발매한 카세트테이프 버전은 순식간에 동이 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문을 연 인터넷 카페 '카세트테이프를 듣는 사람들'은 최근 회원수가 1000명을 넘어섰고, 카세트테이프뿐 아니라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의 내용도 공유하고 있다.

일본 도쿄의 나카메구로에 위치한 카세트테이프 전문점 '왈츠'는 카세트테이프 마니아들의 성지로 통한다.

LP와 카세트 테이프 사이에서 길을 잃은 듯 보였던 CD는 아이돌 사진집 형식으로 변신, 굿즈(MD 상품)의 하나가 됐다.

카세트테이프를 비롯해 아날로그 노래 저장매체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번역 출간된 데이비드 색스의 '아날로그의 반격'에 따르면, 디지털이 고사시킨 아날로그 레코드판 부활에 일조한 것은 다름 아닌 디지털이었다.

색스는 책에서 "LP 시장은 점점 더 성장했고 LP 팬들은 레코드판을 사고팔기 위해 인터넷으로 모여들었다"며 "수백만장의 앨범이 이베이에서 경매되고 아마존에서 팔리며 디스콕스 같은 거대한 온라인 장터에서 거래되는 등 디지털 음악의 장점은 단점이 됐다"고 썼다.

이와 함께 색스는 음악을 진정으로 소유했다는 심리도, 아날로그 저장 매체의 부흥에 한몫한다고 봤다.

"레코드판은 크고 무겁다. 게다가 만들고 구매하고 재생하려면 돈과 노력이 들어가고 취향도 필요하다. 사라들은 레코드판을 보면 손으로 넘겨가며 살펴보고 싶어한다. 소비자는 돈을 주고 레코드판을 얻었기 때문에 그 음악을 진정으로 소유했다는 의식을 갖게 되며 이는 자부심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독일 음반 레이블 ECM의 만프레드 아이허 대표는 과거 내한 당시 "카세트테이프를 포장지에서 뜯어낼 때 소리와 테이프에서 나오는 잡음, 나는 그것이 음악이라는 범위 안에 다 포함된다고 여긴다"고 말했다.

단지 물건을 소유했다는 기쁨을 넘어 음악을 소중하게 다루고 듣는 마음을 강조한 것이다. 음원을 단지 소비한다는 인식이 강해진 현재, 아날로그 저장 매체의 열풍은 음악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일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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