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7.05 23:32
- 2030 열광하는 '완판 작가' 문형태
동화 같은 그림에 삶의 진실 풍자
9년간 개인전 35번 열 만큼 인기
'완판 작가'란 말에 문형태(41)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팔리는 그림만 그린다고요? 음…, 그림이 좋으니 잘 팔리겠죠(웃음)." 동화 일러스트 같다는 말엔 정색을 했다. "이런 그림 좋아하면서도 아래로 낮추보는 분위기가 우리 화단(畵壇)에 있지요. 상관 안 해요." 자신감 넘칠 만도 했다. 문형태의 서른다섯 번째 개인전 '유니콘'이 열리고 있는 서울 인사동 선화랑엔 이미 '구매 완료'를 뜻하는 빨간 딱지들이 우수수 붙어 있었다. "밖에서 뭐라고들 하든 저는 그림만 그려요. 작업실(남양주) 밖엔 거의 안 나가죠."

'유니콘'을 전시 문패로 단 건 "평범한 일상을 기적으로 바꾸는 즐거움을 선사하고 싶어서"다. "평범한 말도 뿔 하나 달리면 신비해 보이니까요. 익숙한 걸 새롭게 보여주는 게 내 작업의 모토죠." 트레이드 마크인 '잔혹 그림'은 이번 전시엔 걸지 않았다. "그냥 행복감 주는 그림들만 걸었어요. 근데 엽기적인 그림이 불행을 뜻하는 건 아니에요. 제 그림 중에 서로의 머리를 잘라 선물하는 신랑신부가 있어요. 저는 이게 최고의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나의 가장 소중한 걸 선물하는 것!"

소소한 일상, 그 속에 숨겨진 삶의 진실을 익살스럽게 파고드는 게 문형태 그림의 마력. 특히 '관계'에 천착해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도 나, 가족, 연인, 친구 사이 펼쳐지는 다양한 풍경 50편을 위트 있게 펼쳐 보인다. 작품 '3'이 재미있다. 숫자 3은 가족을 의미하는 암호. 고양이를 안고 있는 여자를 다시 남자가 팔을 크게 벌려 뒤에서 안은 그림이다. "지리산 와운마을에 1300년 된 소나무가 있어요. 마을을 지그시 내려다보며 보호해주는 할머니 나무죠. 근데 거기서 300m 걸어가면 소나무가 한 그루 더 있어요. 할머니 소나무만 1000년 넘게 바라보고 있는 할아버지 소나무.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종이상자를 뒤집어쓴 아이 조각상도 재미있다. 제목이 '싸개'다. "오줌 싸면 키 뒤집어쓰고 반성하듯, 누구에게나 한 가지씩 잘못한 게 있잖아요. 아이든, 어른이든."
동화 같은 그림 속엔 작가의 굴곡진 개인사가 배어 있다. "가난했죠. 밑바닥이 늘 내가 있어야 할 자리라고 생각했으니까." 조선대 미대를 나와 서울 홍대앞에서 사람들 얼굴 그려주며 푼돈벌이를 했다. 그림을 포기할까 작심할 무렵 거리의 팬들이 십시일반 마련해준 첫 전시가 '대박'을 쳤다. 그의 나이 서른 둘. 100점 넘게 팔렸고, 이후 완판 행진이 계속됐다.
피카소, 바스키야를 닮았다는 평을 듣는 문형태는 팬층도 두껍다. 10호(33㎝×53㎝) 그림이 300만원대인 것도 소장욕을 불러일으키는 동기. "실직한 남편 위로하려고 제 그림 샀다는 아내분을 잊을 수 없어요." 시인을 꿈꿨던 그가 전시장 곳곳에 적은 글귀도 눈길을 끈다. '거울을 보라. 거기 나의 기쁨과 상심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선생이 있다.' 7월22일까지. (02)734-0458
동화 같은 그림 속엔 작가의 굴곡진 개인사가 배어 있다. "가난했죠. 밑바닥이 늘 내가 있어야 할 자리라고 생각했으니까." 조선대 미대를 나와 서울 홍대앞에서 사람들 얼굴 그려주며 푼돈벌이를 했다. 그림을 포기할까 작심할 무렵 거리의 팬들이 십시일반 마련해준 첫 전시가 '대박'을 쳤다. 그의 나이 서른 둘. 100점 넘게 팔렸고, 이후 완판 행진이 계속됐다.
피카소, 바스키야를 닮았다는 평을 듣는 문형태는 팬층도 두껍다. 10호(33㎝×53㎝) 그림이 300만원대인 것도 소장욕을 불러일으키는 동기. "실직한 남편 위로하려고 제 그림 샀다는 아내분을 잊을 수 없어요." 시인을 꿈꿨던 그가 전시장 곳곳에 적은 글귀도 눈길을 끈다. '거울을 보라. 거기 나의 기쁨과 상심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선생이 있다.' 7월22일까지. (02)734-04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