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그녀의 '휘파람' 소리에 맞춰 2000여 관객이 하나가 되다

  • 김경은 기자

입력 : 2017.07.05 00:00

[르네 플레밍 리사이틀]

15년만에 내한 메트 오페라 스타… 오페라·뮤지컬 등 다양한 곡 소화

"수많은 별에 넋을 놓고/ 아, 나는 그림자를 셀 때/ 당신은 빛을 세는군요…."(생상의 '저녁 바다' 중에서)

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15년 만에 내한 독주회를 연 르네 플레밍.
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15년 만에 내한 독주회를 연 르네 플레밍. /예술의전당
여름밤은 잠시 고요한 저녁 바다로 옮겨갔다. 지난 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5년 만에 한국 관객 앞에 다시 선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58)은 변함없이 부드럽고 우아했다. 빅토르 위고의 동명 시(詩)에 생상이 서정적 선율을 단 가곡 '저녁 바다'는 듣는 이의 심장을 건드렸다.

푸른 드레스를 입고 그랜드피아노에 기대선 플레밍은 마스네의 오페라 '타이스'의 아리아 '연약한 우상, 타이스여'로 무대를 열었다. 하얗게 이는 물거품처럼 오르내리는 피아노 반주 위에 사뿐히 올라탄 플레밍의 목소리는 가벼우면서도 처연했다. 첫 노래가 끝난 뒤 플레밍은 무선 마이크를 들고 우리말로 "모두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했다. 이어 포레의 '만돌린'과 '저녁 바다'까지 프랑스 음악으로 차린 1부는 국내 관객들에게 덜 알려진 곡들이어서 오히려 신선했다.

2부는 예순을 앞둔 디바의 도전 정신을 보여주는 뮤지컬 곡들로 채워져 있었다. 내년에 브로드웨이 뮤지컬 '캐러셀'로 데뷔하는 플레밍은 뮤지컬 '왕과 나'의 '즐겁게 휘파람을 불지'를 부르며 객석에 휘파람을 유도했다. "용감한 척해봐/ 잘 통할 거야/ 네가 용감한 척하는 만큼/ 진짜 용감해질지도/ 휘휘!" 관객들은 디바와 함께 휘파람을 불었다.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올해로 데뷔 30년째. 파바로티, 도밍고 등 성악가뿐 아니라 엘튼 존, 스팅 같은 대중가수들과도 함께 공연하며 자신의 음악을 알리고 있다. 이번 내한 프로그램 역시 오페라 아리아와 가곡, 뮤지컬 등 장르가 다양했다. 무엇보다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레퍼토리를 엄선해 '플레밍 스타일'을 확연히 드러낸 점이 눈에 띄었다.

오페라 평론가 황지원씨는 "독일 유학 경험이 있는 플레밍이 가장 잘하는 언어는 독일어이지만 특유의 밀어내는 발성과 고상한 발음은 프랑스 노래와 완벽한 짝을 이룬다"고 했다. 원숙함에서 나오는 우아함, 세계적 소프라노다운 매너는 독보적이었다. 객석(2220석)은 이날 거의 빈자리가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