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 대표 "아이돌 매니지먼트도 추진···'뮤직 시티 인 서울' 지속"

  • 뉴시스

입력 : 2017.06.19 09:55

박진영
■인터파크 ENT부문 대표 겸 인터파크씨어터 대표

"온라인이 계속 발전하고 있다지만 모바일로 즐기는 콘서트·뮤지컬은 공연장소가 주는 만족감을 제대로 주지 못하죠."

박진영(52) 인터파크 ENT부문 대표 겸 인터파크씨어터 대표는 "전통적인 대형 공연장이 주는 보수적인 분위기를 블루스퀘어를 통해 깨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1월 박 대표가 부임한 이후 인터파크씨어터가 2011년부터 운영 중인 한남동의 뮤지컬 전문 공연장 블루스퀘어는 복합예술공간으로 탈바꿈 중이다.

박 대표는 온라인 마케팅 전문가다. 인터파크 ENT부문 대표로 옮기기 전 온라인 여행사 인터파크INT 투어부문을 이끌며 혁신을 이끌었다. 오프라인 사업으로 여겨지던 이 업계에 '온라인 여행박람회' 등 각종 온라인 이벤트의 성공을 책임졌다. 박 대표가 인터파크씨어터 대표로 제일 먼저 챙긴 것이 이 회사의 대표 오프라인 공간인 블루스퀘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뮤지컬 전용 삼성전자홀(약 1700석)과 다목적 삼성카드홀(약 1000석)을 쌍두마차로 내세워 공연 전문 공간이라는 인식이 강하던 이곳에 복합적인 이미지를 더하고 있다.

상반기에 10만여권의 책이 구비된 대형 서가로 인터파크의 비영리 과학재단인 카오스재단이 운영하는 북파크, 현대 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상시로 볼 수 있는 갤러리 아트파크 등을 차렸다. 삼성전자홀 1층에 '솔로스 키친'과 '스테이지 B' 등 직영 레스토랑 2곳도 오픈했다.

"블루스퀘어는 오프라인에서 경쟁력이 있는 공간입니다. 이곳을 재정비하는 사업이 성공할 거라는 것에 의심하지 않아요."

오프라인 마케팅을 진두지휘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지만 문화적 감수성으로 유명한 박 대표인 만큼 낯설지는 않은 행보다. 서울대 지구과학과를 졸업한 박 대표의 꿈은 사실 음악PD였다. 신문학을 복수전공하기도 한 박 대표는 제대로 음반이 유통되지 않던 시절 소위 '빽판'이라고 불렀던 해적판 LP들을 사 모았다. 본인이 직접 오디오 장치도 개량하고 심지어 만들기까지 한 음악 마니아다. 서울대 재학시절 그의 자취방은 희귀 음반을 들으러 오는 이른바 '오디오실'로 통하기도 했다.

지난 4월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공연한 '기타 어벤저스'로 불리는 기타리스트 슈퍼그룹 '제너레이션 액스(Generation Axe)'에 속한 바로크 메탈 선구자이자 속주로 대표되는 잉베이 맘스틴 팬이기도 하다.

박 대표가 블루스퀘어를 중심으로 음악콘텐츠가 서울 곳곳에서 향유되는 '뮤직 시티 인 서울(music city in Seoul)'을 천명하는 것이 낯설지 않은 이유다.

인터파크씨어터가 직영을 하는 서교동 신한카드판스퀘어, 위탁 운영하는 창동 플랫폼61과 대현동 이화여대 삼성홀 등으로 확산시키는 건 물론 서울시 협조 하에 버스킹 공연을 하는 것도 추진 중이다.

"인터파크 ENT부문 대표 겸 인터파크씨어터 대표로 옮기면서 고향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그동안 바쁘게 사회생활을 하면서 머릿속에 그리고만 있던 일들이 현실에서 빠르게 그려진 이유죠."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처럼 편집 능력이 인정 받는 시대에 박 대표 역시 음악 경계를 허물고 재편집하면서 '뮤직 시티 인 서울'을 이끌고 있다.

"제가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정통 클래식' '정통 록' '정통 재즈'가 아니에요. 장르에 따라, 사람들 취향에 따라 레퍼토리가 다양화될 수 있으니 각각 장르의 장점을 대중화 시키는 '퓨전화개념'을 적용하면 음악이 재미있게 느껴질 겁니다."

예컨대 지난 1월 헤비메탈 밴드 '메탈리카'의 오프닝 공연을 하기도 한 소녀메탈 밴드 '베이비 메탈'처럼 아이돌 멤버 음악에 헤미메탈을 적용하는 식이다.

올해 20주년을 맞은 모던 록 밴드 '자우림'을 비롯해 일본까지 진출한 괴물 밴드 '국카스텐', 감성음악의 선두주자인 '에피톤 프로젝트', 인디 신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오오오(O.O.O)'와 안녕하신가영 등을 매니지먼트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박 대표는 "인터파크가 아이돌을 매니지먼트를 할 수 있다"며 "대신 기존 아이돌 색깔과 다른 2인조 힙합 아이돌 그룹, 록 기반의 아이돌 등이 나올 수 있죠. 이처럼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발굴해 '도시 안에 뮤직 시티'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 대표는 블루스퀘어에서 뮤지컬·콘서트가 끝난 후 '살롱 문화'처럼 만남과 대화를 지속할 수 있는 '콘서트가 끝난 후에'(가제), 혼자서 공연을 보는 '혼공' 족을 위한 공연, 관광객이 찾을 수 있는 낮 공연 등 뮤직 시티의 연장선상의 작업들을 구상 중이라고 덧붙였다.

뮤지컬 '밑바닥에서'와 '빨래' 등 상반기에 대학로 뮤지컬 현장을 여러 차례 찾기도 한 박 대표다. 그는 아직 뮤지컬에 대해서는 공부 중이라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제한된 유명 작품만 반복해서 공연하고 흥행되는 건 문제"라며 "특정 배우 중심의 공연에서 탈피해야 한다. 아이돌 간업처럼, 창작극을 늘려서 해외로 가져가는 글로벙 전략이 필요하다"고 봤다.

인터파크 ENT부문은 그동안 공연 티켓을 예매하는 사이트인 인터파크티켓 운영, 뮤지컬을 비롯해 각종 공연에 대한 제작·투자를 주요 구심축으로 삼아왔다.

인터파크가 EMK뮤지컬컴퍼니와 공동 설립한 서클컨텐츠컴퍼니는 뮤지컬 침체 속에서도 뮤지컬 '팬텀' '몬테크리스토' 등 흥행작을 잇따라 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 16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재공연의 막을 올린 대형 뮤지컬 '마타하리' 역시 서클컨텐츠컴퍼니가 공동 제작했다.

박 대표는 하지만 여기서 그치면 안 된다고 했다. "인터파크가 티켓 유통 플랫폼 1세대로서 역할을 잘 했고 투자 역시 잘 진행해왔는데 이제 글로벌로 나갈 수 있는 아티스트 발굴과 네트워크 기반의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로모터나 소개를 하는 역할을 넘어 아티스트를 육성하고 업체들과 협력 관계를 통해 같이 키워나가는 네트워크를 만들어나갈 계획이에요. 부임 이후 지금까지 6개월은 기초를 만들어놓은 작업이었습니다."

박 대표의 장점 중 하나는 빠른 의사 결정과 과감한 추진력이다. 30년 동안 의사 결정을 하면서 30분 넘게 고민해본 적이 없다는 그는 "30분 내 결정이 안 되면 그건 도움이 되지 않는 사업이니 미련을 버려여 한다"며 "위험해보일 수 있지만 사람의 예지력을 믿어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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