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간 메이커? 오르간 빌더!"···파이프오르간의 참맛

  • 뉴시스

입력 : 2017.06.12 10:00

롯데콘서트홀 '오르간 오딧세이'
"파이프 오르간은 교회, 성당 등 건축물 구조에 맞게 맞춤형으로 설계됩니다. 그래서 '만들다'가 아닌 '짓다'라는 표현을 쓰죠. 오르간 제작을 하는 사람을 오르간 '메이커'(maker·만드는 사람)가 아닌 오르간 '빌더'(builder·짓는 사람)라고 부르는 이유죠."

9일 오전 롯데콘서트홀에서 진행된 마티네 콘서트 '오르간 오딧세이' 현장. '악기의 제왕'으로 통하는 파이프 오르간의 거대한 위용에 감탄한 청중들은 오르가니스트 류아라의 설명에 연신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해 개관과 함께 국내 대규모 클래식 전용 콘서트홀(2000석 이상) 사상 처음으로 설치된 롯데콘서트홀의 파이프 오르간은 디자인 개발부터 설치까지 2년 이상 소요됐다. 제작부터 설치까지 25억여원의 비용이 들었다.

파이프의 개수는 5000여개이며, 68가지의 음색을 구현할 수 있는 스탑이 있다. 오스트리아 빈 무지크페라인 등 세계적인 콘서트홀의 오르간을 제작한 171년 전통의 오스트리아 리거(Rieger)사가 제작과 설치를 맡는 등 블록버스터급 규모를 자랑한다.

웅장한 음색 탓인지 그동안 청중들은 주로 감탄만 했을 뿐 친근하다는 느낌을 받기 힘들었다. 하지만 지난달 9일 처음으로 '오르간 오딧세이'가 진행된 이후 파이프 오르간이 가깝게 느껴졌다는 입소문이 나며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문의도 늘었다.

류아라의 프로페셔널한 오르간 연주와 친절한 설명, 콘서트 가이드로 나선 트럼페티스트 나웅준의 입담도 한몫했다. 파이프 오르간은 건반악기이면서도 관악기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악기의 심장이자 파이프에 바람을 공급하는 바람상자 때문이다. 페달을 발로 밟아 공기를 불어넣는다.

류아라가 4단으로 된 건반을 부지런히 오르내리고 파이프 오르간 연주용 신발을 신고, 발건반까지 부지런히 밟는 모습은 감탄을 자아냈다. 평소 연주에서 보기 힘든 발건반 연주 모습은 대형 스크린을 통해 생중계됐다.

오르간 연주대가 파이프들과 함께 공연장 벽체에 붙어 있는데 객석에서 조금 더 잘 보일 수 있게끔, 무대 중앙에서 전기 장치로 연결된 이동식 연주대에서 연주를 진행했다.

가장 긴 파이프인 7m 길이의 파이프가 저음을 낸다는 사실, 금속 파이프의 차가운 소리와 나무 파이프의 뱃고동 같은 소리를 비교해서 들려주는 등 본 공연 못지않은 흥미로운 구성에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나웅준이 파이프 오르간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모습도 대형 스크린으로 생중계되며 흥미를 더했다. 류아라가 음의 세기를 조절하는 스웰박스를 최대한 열고 강렬한 연주를 하자 파이프 오르간 안에 있는 나대웅의 몸이 파이프의 진동으로 인해 흔들리기도 했다.

무엇보다 다채로운 음색을 동시에 내며 폭포수 같은 소리를 쏟아내는 파이프 오르간의 비밀에 청중들 고개는 누차 끄덕여진다.

이날 클라크의 '덴마크 황자의 행진곡' 등에서 트럼펫도 연주한 나웅준은 "학교 다닐 때 오케스트라 연습을 하면 교수님이 항상 파이프 오르간 음색을 내라고 했다"며 "클래식음악 연주회에서 파이프 오르간 음색과 오케스트라 음색을 비교해서 듣는 것도 색다른 재미"라고 귀띔했다.

실제 류아라가 이날 들려준 헨델의 '솔로몬' 중 시바여왕의 도착 등은 오케스트라 못지않은 웅장한 음색을 자랑했다.

지난해 9월20일 프랑스 출신의 오르간 거장 장 기유가 롯데콘서트홀에서 첫 파이프 오르간 독주 무대를 선보이며 파이프 오르간의 심장을 깨운 뒤 잘 길들여지고 있음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오르간 오딧세이'는 7월9일에도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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