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6.07 10:10

"정신과 의사로서의 경험이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소통하는데 조금 더 도움이 될 수 있었기도 했겠지요. 하지만 제가 좋은 지휘자가 되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었습니다."
정신과 의사 출신의 벨기에 거장 지휘자 필립 헤레베헤(70)는 내한 전 e-메일 인터뷰에서 "지휘자와 정신과 의사, 두 직업에 연관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작곡가의 악보와 곡이 작곡된 당시의 음악적 양식을 이해하고 연주자들과 소통하며 음악을 만드는 직업"이라는 것이다.
헤레베헤는 의사였던 아버지를 뒤를 이어 의대에 진학했으나, 재학 중에도 겐트 음악원에서 지휘와 작곡을 공부했다.
심지어 낮에는 정신과 전문의로 일하고 밤에는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를 창립해 지휘하기까지 했다. 결국 의학 공부에서 내면의 정당성을 찾지 못한 헤레베헤는 이내 전업 음악가의 길로 들어선다. "작곡가를 이해하기 위해서 정신분석학적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작곡가의 다른 작품들, 작곡가가 살던 시대상황, 그 시대의 문학작품, 그리고 동시대의 미학관을 이해하려고 합니다. 베토벤 역시 베토벤의 다른 작품들, 서편, 괴테의 문학작품 등을 읽었죠."
물론 가끔 자서전들을 읽다보면 작곡가들의 심리상태에 대해 엉뚱한 의견을 적어 놓은 걸 알아차리기는 한다고 했다.
"슈만은 정신분열증 환자였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죠. 제가 자주 무대에 올리는 브루크너는 약간의 자폐증세가 있었던 것 같긴 합니다. 그에 반해 제수알도를 많은 사람들은 반(半)미치광이로 알고 있지만, 잘못된 선입견이라고 생각합니다."
2006년 바흐 'b단조 미사', 2013년 모차르트 '레퀴엠'으로 명불허전의 소통과 연주를 선보였던 헤레베헤는 이번에 베토벤 교향곡 5번과 7번으로 내한한다.
오는 17일 오후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이 공연에는 헤레베헤가 이끌고 있는 샹젤리제 오케스트라가 함께 한다.
베토벤 서거 190주년을 맞는 올해는 헤레베헤에게 특히 특별한 해다. 본인은 70세 생일을 맞았고 샹젤리제 오케스트라 25주년이다.
"제 생일을 맞아 브뤼셀의 보자르(BOZAR)에서 다른 음악가들의 축하 공연이 5월 초에 열렸습니다. 제 이름에서 따온 레이블 파이에서도 3장의 새로운 음반이 발매됐습니다."
지난 두 번의 내한에서 바흐 'b단조 미사', 모차르트 '레퀴엠'을 들려주며 클래식음악 팬들의 지지를 받았다.
"첫 내한공연 때 2주간 일본에서 투어를 마친 후에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그때 두 나라가 정말 크게 다르다는 인상을 얻었습니다. 바로 옆 나라가 아니라 노르웨이에서 (이탈리아) 나폴리로 온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일본 사람들이 개인적이고 닫혀 있다면 한국인들은 더 열려있고 친근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공연을 마치고 나왔을 때 젊은 청중의 환호에 놀라기도 했다. "300명 정도의 젊은이들이 저를 보고 환호했는데 저는 정말 근처에 아이돌 스타가 와있는 줄 알았습니다. 유럽에서는 공연장을 찾는 관객층이 60∼70대인 것에 비해 젊은 관객이 많은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공연을 마친 후에 사인을 기다리는 분들도 정말 많고요."
'바흐 스페셜리스트'일 뿐만 아니라 베토벤 해석에도 정평이 나 있는 것으로 알려진 헤레베헤지만 역시 그를 대표하는 건 고(古)음악이다.
고음악은 일반적으로 중세부터 바로크시기까지의 음악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 시대의 작곡가가 알고 사용하던 악기와 그 당시 연주가의 연주방식을 최대한 반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레온하르트, 호그우드, 아르농쿠르 등 유난히 고음악의 거장이 많이 떠나 공허한 빈자리에는 헤레베헤와 함께 존 엘리엇 가디너, 르네 야콥스 등이 남아 있다. 아직 한국에서는 낯선 장르다.
"음악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방식이 존재합니다. 베토벤의 교향곡을 연주할 때 토스카니니의 에너지 넘치는 해석이 있을 수 있고 카를로스 클라이버와 같이 유연한 해석도 있을 수 있죠. 제가 선호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카라얀과 같이 브람스 교향곡의 사운드로 베토벤 교향곡에 접근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본인이 큰 규모의 실내악이라고 생각하는 베토벤의 교향곡은 당시 시대악기를 이용해 더 투명하고 경쾌한 사운드로 접근할 때 가장 곡의 색깔을 적합하게 드러낼 수 있다고 했다. "고음악을 또 다른 하나의 가능성으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정신과 의사 출신의 벨기에 거장 지휘자 필립 헤레베헤(70)는 내한 전 e-메일 인터뷰에서 "지휘자와 정신과 의사, 두 직업에 연관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케스트라 지휘자는 "작곡가의 악보와 곡이 작곡된 당시의 음악적 양식을 이해하고 연주자들과 소통하며 음악을 만드는 직업"이라는 것이다.
헤레베헤는 의사였던 아버지를 뒤를 이어 의대에 진학했으나, 재학 중에도 겐트 음악원에서 지휘와 작곡을 공부했다.
심지어 낮에는 정신과 전문의로 일하고 밤에는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를 창립해 지휘하기까지 했다. 결국 의학 공부에서 내면의 정당성을 찾지 못한 헤레베헤는 이내 전업 음악가의 길로 들어선다. "작곡가를 이해하기 위해서 정신분석학적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작곡가의 다른 작품들, 작곡가가 살던 시대상황, 그 시대의 문학작품, 그리고 동시대의 미학관을 이해하려고 합니다. 베토벤 역시 베토벤의 다른 작품들, 서편, 괴테의 문학작품 등을 읽었죠."
물론 가끔 자서전들을 읽다보면 작곡가들의 심리상태에 대해 엉뚱한 의견을 적어 놓은 걸 알아차리기는 한다고 했다.
"슈만은 정신분열증 환자였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죠. 제가 자주 무대에 올리는 브루크너는 약간의 자폐증세가 있었던 것 같긴 합니다. 그에 반해 제수알도를 많은 사람들은 반(半)미치광이로 알고 있지만, 잘못된 선입견이라고 생각합니다."
2006년 바흐 'b단조 미사', 2013년 모차르트 '레퀴엠'으로 명불허전의 소통과 연주를 선보였던 헤레베헤는 이번에 베토벤 교향곡 5번과 7번으로 내한한다.
오는 17일 오후 8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이 공연에는 헤레베헤가 이끌고 있는 샹젤리제 오케스트라가 함께 한다.
베토벤 서거 190주년을 맞는 올해는 헤레베헤에게 특히 특별한 해다. 본인은 70세 생일을 맞았고 샹젤리제 오케스트라 25주년이다.
"제 생일을 맞아 브뤼셀의 보자르(BOZAR)에서 다른 음악가들의 축하 공연이 5월 초에 열렸습니다. 제 이름에서 따온 레이블 파이에서도 3장의 새로운 음반이 발매됐습니다."
지난 두 번의 내한에서 바흐 'b단조 미사', 모차르트 '레퀴엠'을 들려주며 클래식음악 팬들의 지지를 받았다.
"첫 내한공연 때 2주간 일본에서 투어를 마친 후에 서울에 도착했습니다. 그때 두 나라가 정말 크게 다르다는 인상을 얻었습니다. 바로 옆 나라가 아니라 노르웨이에서 (이탈리아) 나폴리로 온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일본 사람들이 개인적이고 닫혀 있다면 한국인들은 더 열려있고 친근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공연을 마치고 나왔을 때 젊은 청중의 환호에 놀라기도 했다. "300명 정도의 젊은이들이 저를 보고 환호했는데 저는 정말 근처에 아이돌 스타가 와있는 줄 알았습니다. 유럽에서는 공연장을 찾는 관객층이 60∼70대인 것에 비해 젊은 관객이 많은 모습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공연을 마친 후에 사인을 기다리는 분들도 정말 많고요."
'바흐 스페셜리스트'일 뿐만 아니라 베토벤 해석에도 정평이 나 있는 것으로 알려진 헤레베헤지만 역시 그를 대표하는 건 고(古)음악이다.
고음악은 일반적으로 중세부터 바로크시기까지의 음악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 시대의 작곡가가 알고 사용하던 악기와 그 당시 연주가의 연주방식을 최대한 반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레온하르트, 호그우드, 아르농쿠르 등 유난히 고음악의 거장이 많이 떠나 공허한 빈자리에는 헤레베헤와 함께 존 엘리엇 가디너, 르네 야콥스 등이 남아 있다. 아직 한국에서는 낯선 장르다.
"음악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방식이 존재합니다. 베토벤의 교향곡을 연주할 때 토스카니니의 에너지 넘치는 해석이 있을 수 있고 카를로스 클라이버와 같이 유연한 해석도 있을 수 있죠. 제가 선호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카라얀과 같이 브람스 교향곡의 사운드로 베토벤 교향곡에 접근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본인이 큰 규모의 실내악이라고 생각하는 베토벤의 교향곡은 당시 시대악기를 이용해 더 투명하고 경쾌한 사운드로 접근할 때 가장 곡의 색깔을 적합하게 드러낼 수 있다고 했다. "고음악을 또 다른 하나의 가능성으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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