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5.15 14:05

■ 이화익 한국화랑협회장 기고
【서울=뉴시스】이화익 한국화랑협회장 = 문재인 정부의 문화공약은 창작의 자유 확대와 국민 문화향유 기회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사)한국화랑협회는 이 두 가지 방향에 대해 깊은 공감을 하고 있으며, 구체적 정책에 대해서는 향후 보다 심도 깊게 검토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사)한국화랑협회의 회장으로서 저는 예술 산업에 있어 화랑의 기능과 중요성을 설명 드리고 화랑계가 바라는 구체적 정책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사)한국화랑협회는 1976년 현대미술을 소개하던 12개의 한국 1세대 갤러리들의 모임으로 시작되었으며. 91년도부터 문체부 산하 사단법인으로 등록되었습니다. 현재는 142개의 화랑이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으며, 1차 미술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각종 기획전시를 통한 작가 발굴 및 양성에 노력하고 있으며, 전속작가제도 시행과 작품 보증서의 자율적 발행 등 미술시장의 건전한 문화 정착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의 주최와 해외아트페어 참가를 통한 한국미술의 국제적 위상 강화와 화랑미술제를 통해 한국미술의 현재 동향을 우리 국민에게 알리고, 신진작가 발굴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화랑들의 노력은 한국미술의 국제화와 한국미술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그 결과 단색화 열풍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지난 40년 동안 한국 미술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화랑들이 최근 이우환, 천경자 등의 위작시비와 재벌과 관련된 비자금 문제로 인해 지나친 비판의 시각이 많아 미술시장이 위축되고 있으며, 화랑들이 경영 악화를 겪고 있습니다. 또한 장기간의 경기 침체로 많은 전시기획이 취소되면서 대부분의 화랑들은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사실 위의 부정적 사건들은 대부분의 정상적 화랑과는 무관한 일입니다. 화랑들은 근본적으로 사회적, 경제적 보상보다는 미술과 작가에 대한 애정으로 이 일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 척박한 한국 사회의 문화적 여건 속에서도 화랑들이 소명의식을 가지고 일하는 이유는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과 성취감에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최근의 사태들은 화랑들에게 지난 세월에 대한 깊은 회의감을 주고 있습니다.
한국사회는 그간 눈에 보이는 가시적 경제성장을 위해 뒤를 돌아보지 않고 달려왔습니다. 그런 만큼 많은 국민들이 무형의 자산 가치를 가진 현대미술을 낯설게만 느끼면서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대미술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관객이 자유롭게 작품을 관람하고, 그 작품을 통해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감성을 찾아가는 것은 다른 문화 영역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물론 가장 창의적인 순수미술의 영역인 만큼, 현대미술은 때로는 실험적이고 파격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현대미술이 창조성의 원천이기도 한 것입니다. 건축, 디자인, 패션, 과학, 문학계의 종사자들이 미술로부터 영향을 받고 영감을 찾는 이유가 현대미술의 실험 정신과 자유로움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그 중요성을 강조해도 모자란 현대미술이지만, 한국 미술시장의 현실은 사실 매우 참담합니다. 한국의 연간 경제규모는 약 1조4700억 달러라고 합니다.(GDP 기준) 그리고 중국의 경제규모는 약 11조 3천억 달러입니다. 하지만 미술시장의 규모는 중국은 약 180억 달러(20조원)에 달하는 반면 한국의 미술시장 규모는 4천억원, 즉 4억 달러에도 못 미치고 있습니다. 약 4조 7천억 달러의 경제규모를 가지고 있는 일본의 미술시장 규모인 약 90억 달러(10조원)와 비교해도 그 규모다 매우 작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단순히 경제규모에 대비한 미술시장 활성도를 봤을 때도, 한국 미술시장의 어려움으로 인한 화랑의 경제적 빈곤을 유추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대미술의 중요성을 이야기함에 있어 왜 미술시장의 규모나 한국 미술시장에 대해 언급하는지 의아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현대미술 산업은 “작가-미술관-화랑-컬렉터”의 네 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작가는 미술 산업을 가능하게 하는 원천입니다. 그리고 미술관은 작가들이 가장 자유로운 방식으로 자신의 창작물을 보여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공간이자, 작가에게 사회적 명예와 생명력을 부여하는 곳입니다. 그리고 화랑 또한 작가들에게 전시의 기회를 제공하지만, 미술관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크게 화랑은 작가에게 두 가지의 기여를 합니다. 첫째는 전시나 국제아트페어 참가를 통해 작품 활동의 지속성을 부여합니다. 둘째로 이를 통해 작품을 판매하게 됩니다.
이 작품 판매가 화랑이 작가들에게 기여하는 가장 중요한 고유의 기능입니다. 화랑은 전시와 국제아트페어 참가를 통해 미술계의 가장 큰 후원자인 컬렉터들과 교감하고 작가 세계를 소개함으로서 작품 거래, 즉 유통을 매개함으로서, 창작물의 정신적 가치를 경제적 가치로 현실화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작가-미술관-화랑-컬렉터”는 모두가 각각 중요한 역할을 가지고 있으며, 이 관계는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런 만큼 한국 미술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 관계가 선순환 구조로 흘러가야 합니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상황을 보면, 과거에 비해서는 문체부가 다양한 후원 정책을 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흐름이 악순환 구조로 고착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이는 현재의 정책이 문체부 외의 각 부처와 연계성 있게 수립되기 보다는 단편적이고 고립되어 추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 지원금 사업을 진행할 때면, 문화 예술에 대한 애정과 지원을 기본으로 삼는 문체부와 달리 다른 부처들은 문화에 대한 지원을 예산 낭비쯤으로 여기고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기 때문입니다.
물론 문제부도 그 방향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되도록 정부가 무언가 가시적인 것을 만들어야겠다는 욕심보다는 민간의 자율성을 장려함으로서 시장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결국은 긴 미래를 바라보았을 때 올바르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많은 작가들이 화랑을 통한 작품의 판매나 공공기관의 작품 구매가 줄어들어 경제적 빈곤함에 시달립니다. 따라서 잠재력을 가진 많은 작가들이 작품 활동을 중단하거나 스스로의 철학과 작품 세계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시 공간의 감소 또한 지속적인 작품 활동에 큰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미술관은 예산 부족으로 인해, 작가들이 무한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도록 전시를 후원하고 기획하지 못하고 있으며, 소장품 구입을 통한 작가들의 후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화랑 또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연간 전시 숫자를 줄여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보다 많은 작가를 대중적으로 소개하거나 전시를 통해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미술품 거래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가와 미술품 현금영수증 발행, 거래이력제 추진 등 국제적으로도 그 사례를 찾기 힘든 제도적 규제로 인해 미술품 거래가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습니다. 이 정책들은 미술품 소장이 명예로운 것으로서, 컬렉터가 사회적 존경을 받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 의심으로 이어지는 지금의 왜곡된 사회적 시선 속에서 추진되고 있는 정책들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제도로 인한 미술시장 위축은 곧 작가들의 경제적 빈곤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게 됩니다.
컬렉터는 자신의 감수성을 충족시킬 수 있는 전시와 작가가 줄어들어, 한국 미술에 대한 흥미를 잃고 해외 미술품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더욱이 기업의 미술품 구매에 따른 세제 혜택의 부재, 미술품 소장에 대해 부정적으로 왜곡된 사회적 시선 등은 컬렉터가 한국 작가 작품의 컬렉션을 꺼리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작가가 좋은 작품 활동을 펼치고, 미술관과 화랑이 활발히 전시활동을 펼치며, 컬렉터들에게 이 창작물들이 소장되는 선순환 시스템의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는 셈입니다. 따라서 대통령님께서 지향하는 국민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의 증진을 위해서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선순환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유기적이고 종합적인 정책 방향이 필요합니다.
먼저, 예술인 복지재단을 통한 작가들에 대한 직접 재정지원 정책은 꾸준히 지속되고 있지만 아직은 미약하여 작가에 대한 후원은 더욱 확대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국공립 미술관의 예산 확충을 통해, 전시 기획을 활성화하고 화랑을 통한 소장품 구매문화를 정착함으로서 건전한 미술시장 유통구조를 장려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화랑을 포함한 민간 전시 공간에 대해서도 정부의 적극적 후원이 필요합니다. 뛰어난 기획전시에 대한 전시 지원금, 한국 작가를 해외에 소개하기 위한 국제아트페어 참가에 대한 지원 예산 확대, 화랑에 대한 정부의 저금리 경영 지원금 대출 제도나 미술품 담보 대출 제도의 신설 등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개인 혹은 기업, 정부기관의 작품 구매가 활성화되고 새로운 컬렉터들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미술품 구매 혹은 기증에 따른 다양한 세제혜택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미술품 소장 문화 확산을 위한 정부 차원의 다양한 활동과 미술품 감상교육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물론 이러한 정부의 정책개발에 발맞춰 화랑협회와 저희 회원화랑들 또한 건전한 미술시장 정착을 위한 윤리강령의 개선, 작품 유통에 따른 보증서 발급 의무 강화 등 자율적 노력에 힘쓸 것이며, 한국 미술의 발전을 위해 더욱 헌신할 것입니다.
이처럼 미술산업의 네 축 모두를 위한 종합적 정책과 각 계의 노력이 지속 될 때 한국 미술시장이 활성화되고, 이는 K-미술, 미술한류와 같은 한국미술의 국제적 위상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한국 미술계의 유통을 책임지고 있는 (사)한국화랑협회 협회장으로서 저는 다음과 같은 정책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1. 예술인 복지 정책 확대
2. 민간 전시공간에 대한 지원 대책 수립
3. 해외 미술시장 개척 사업의 확대
4. 기업과 개인의 미술품 구매에 대한 세제 혜택 확대
5. 국공립 미술관의 예산 확충
6. 미술품 감상교육 확대 및 소장문화 인식 개선 운동
7. 미술품 양도세, 미술품 거래 현금 영수증 발행 제도 폐지
8. 미술품 유통 투명화법을 미술품 유통 후원법으로의 전환
9. 미술품 기증에 따른 세제 혜택 확대
10. 정부와 기업의 화랑을 통한 작품 구매 문화 정착
kiaf@daum.net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서울=뉴시스】이화익 한국화랑협회장 = 문재인 정부의 문화공약은 창작의 자유 확대와 국민 문화향유 기회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사)한국화랑협회는 이 두 가지 방향에 대해 깊은 공감을 하고 있으며, 구체적 정책에 대해서는 향후 보다 심도 깊게 검토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사)한국화랑협회의 회장으로서 저는 예술 산업에 있어 화랑의 기능과 중요성을 설명 드리고 화랑계가 바라는 구체적 정책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사)한국화랑협회는 1976년 현대미술을 소개하던 12개의 한국 1세대 갤러리들의 모임으로 시작되었으며. 91년도부터 문체부 산하 사단법인으로 등록되었습니다. 현재는 142개의 화랑이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으며, 1차 미술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각종 기획전시를 통한 작가 발굴 및 양성에 노력하고 있으며, 전속작가제도 시행과 작품 보증서의 자율적 발행 등 미술시장의 건전한 문화 정착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의 주최와 해외아트페어 참가를 통한 한국미술의 국제적 위상 강화와 화랑미술제를 통해 한국미술의 현재 동향을 우리 국민에게 알리고, 신진작가 발굴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화랑들의 노력은 한국미술의 국제화와 한국미술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으며, 그 결과 단색화 열풍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지난 40년 동안 한국 미술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화랑들이 최근 이우환, 천경자 등의 위작시비와 재벌과 관련된 비자금 문제로 인해 지나친 비판의 시각이 많아 미술시장이 위축되고 있으며, 화랑들이 경영 악화를 겪고 있습니다. 또한 장기간의 경기 침체로 많은 전시기획이 취소되면서 대부분의 화랑들은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사실 위의 부정적 사건들은 대부분의 정상적 화랑과는 무관한 일입니다. 화랑들은 근본적으로 사회적, 경제적 보상보다는 미술과 작가에 대한 애정으로 이 일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 척박한 한국 사회의 문화적 여건 속에서도 화랑들이 소명의식을 가지고 일하는 이유는 스스로에 대한 만족감과 성취감에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최근의 사태들은 화랑들에게 지난 세월에 대한 깊은 회의감을 주고 있습니다.
한국사회는 그간 눈에 보이는 가시적 경제성장을 위해 뒤를 돌아보지 않고 달려왔습니다. 그런 만큼 많은 국민들이 무형의 자산 가치를 가진 현대미술을 낯설게만 느끼면서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대미술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관객이 자유롭게 작품을 관람하고, 그 작품을 통해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감성을 찾아가는 것은 다른 문화 영역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물론 가장 창의적인 순수미술의 영역인 만큼, 현대미술은 때로는 실험적이고 파격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현대미술이 창조성의 원천이기도 한 것입니다. 건축, 디자인, 패션, 과학, 문학계의 종사자들이 미술로부터 영향을 받고 영감을 찾는 이유가 현대미술의 실험 정신과 자유로움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그 중요성을 강조해도 모자란 현대미술이지만, 한국 미술시장의 현실은 사실 매우 참담합니다. 한국의 연간 경제규모는 약 1조4700억 달러라고 합니다.(GDP 기준) 그리고 중국의 경제규모는 약 11조 3천억 달러입니다. 하지만 미술시장의 규모는 중국은 약 180억 달러(20조원)에 달하는 반면 한국의 미술시장 규모는 4천억원, 즉 4억 달러에도 못 미치고 있습니다. 약 4조 7천억 달러의 경제규모를 가지고 있는 일본의 미술시장 규모인 약 90억 달러(10조원)와 비교해도 그 규모다 매우 작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단순히 경제규모에 대비한 미술시장 활성도를 봤을 때도, 한국 미술시장의 어려움으로 인한 화랑의 경제적 빈곤을 유추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대미술의 중요성을 이야기함에 있어 왜 미술시장의 규모나 한국 미술시장에 대해 언급하는지 의아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현대미술 산업은 “작가-미술관-화랑-컬렉터”의 네 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작가는 미술 산업을 가능하게 하는 원천입니다. 그리고 미술관은 작가들이 가장 자유로운 방식으로 자신의 창작물을 보여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공간이자, 작가에게 사회적 명예와 생명력을 부여하는 곳입니다. 그리고 화랑 또한 작가들에게 전시의 기회를 제공하지만, 미술관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크게 화랑은 작가에게 두 가지의 기여를 합니다. 첫째는 전시나 국제아트페어 참가를 통해 작품 활동의 지속성을 부여합니다. 둘째로 이를 통해 작품을 판매하게 됩니다.
이 작품 판매가 화랑이 작가들에게 기여하는 가장 중요한 고유의 기능입니다. 화랑은 전시와 국제아트페어 참가를 통해 미술계의 가장 큰 후원자인 컬렉터들과 교감하고 작가 세계를 소개함으로서 작품 거래, 즉 유통을 매개함으로서, 창작물의 정신적 가치를 경제적 가치로 현실화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작가-미술관-화랑-컬렉터”는 모두가 각각 중요한 역할을 가지고 있으며, 이 관계는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런 만큼 한국 미술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 관계가 선순환 구조로 흘러가야 합니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상황을 보면, 과거에 비해서는 문체부가 다양한 후원 정책을 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흐름이 악순환 구조로 고착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습니다.
이는 현재의 정책이 문체부 외의 각 부처와 연계성 있게 수립되기 보다는 단편적이고 고립되어 추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 지원금 사업을 진행할 때면, 문화 예술에 대한 애정과 지원을 기본으로 삼는 문체부와 달리 다른 부처들은 문화에 대한 지원을 예산 낭비쯤으로 여기고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기 때문입니다.
물론 문제부도 그 방향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되도록 정부가 무언가 가시적인 것을 만들어야겠다는 욕심보다는 민간의 자율성을 장려함으로서 시장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결국은 긴 미래를 바라보았을 때 올바르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요즘 많은 작가들이 화랑을 통한 작품의 판매나 공공기관의 작품 구매가 줄어들어 경제적 빈곤함에 시달립니다. 따라서 잠재력을 가진 많은 작가들이 작품 활동을 중단하거나 스스로의 철학과 작품 세계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전시 공간의 감소 또한 지속적인 작품 활동에 큰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미술관은 예산 부족으로 인해, 작가들이 무한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도록 전시를 후원하고 기획하지 못하고 있으며, 소장품 구입을 통한 작가들의 후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화랑 또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연간 전시 숫자를 줄여가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보다 많은 작가를 대중적으로 소개하거나 전시를 통해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미술품 거래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가와 미술품 현금영수증 발행, 거래이력제 추진 등 국제적으로도 그 사례를 찾기 힘든 제도적 규제로 인해 미술품 거래가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습니다. 이 정책들은 미술품 소장이 명예로운 것으로서, 컬렉터가 사회적 존경을 받는 것이 아니라 도덕적 의심으로 이어지는 지금의 왜곡된 사회적 시선 속에서 추진되고 있는 정책들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제도로 인한 미술시장 위축은 곧 작가들의 경제적 빈곤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게 됩니다.
컬렉터는 자신의 감수성을 충족시킬 수 있는 전시와 작가가 줄어들어, 한국 미술에 대한 흥미를 잃고 해외 미술품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습니다. 더욱이 기업의 미술품 구매에 따른 세제 혜택의 부재, 미술품 소장에 대해 부정적으로 왜곡된 사회적 시선 등은 컬렉터가 한국 작가 작품의 컬렉션을 꺼리도록 만들고 있습니다.
작가가 좋은 작품 활동을 펼치고, 미술관과 화랑이 활발히 전시활동을 펼치며, 컬렉터들에게 이 창작물들이 소장되는 선순환 시스템의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는 셈입니다. 따라서 대통령님께서 지향하는 국민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의 증진을 위해서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선순환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유기적이고 종합적인 정책 방향이 필요합니다.
먼저, 예술인 복지재단을 통한 작가들에 대한 직접 재정지원 정책은 꾸준히 지속되고 있지만 아직은 미약하여 작가에 대한 후원은 더욱 확대되어야 할 것입니다. 또한 국공립 미술관의 예산 확충을 통해, 전시 기획을 활성화하고 화랑을 통한 소장품 구매문화를 정착함으로서 건전한 미술시장 유통구조를 장려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화랑을 포함한 민간 전시 공간에 대해서도 정부의 적극적 후원이 필요합니다. 뛰어난 기획전시에 대한 전시 지원금, 한국 작가를 해외에 소개하기 위한 국제아트페어 참가에 대한 지원 예산 확대, 화랑에 대한 정부의 저금리 경영 지원금 대출 제도나 미술품 담보 대출 제도의 신설 등이 그것입니다.
그리고 개인 혹은 기업, 정부기관의 작품 구매가 활성화되고 새로운 컬렉터들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미술품 구매 혹은 기증에 따른 다양한 세제혜택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미술품 소장 문화 확산을 위한 정부 차원의 다양한 활동과 미술품 감상교육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물론 이러한 정부의 정책개발에 발맞춰 화랑협회와 저희 회원화랑들 또한 건전한 미술시장 정착을 위한 윤리강령의 개선, 작품 유통에 따른 보증서 발급 의무 강화 등 자율적 노력에 힘쓸 것이며, 한국 미술의 발전을 위해 더욱 헌신할 것입니다.
이처럼 미술산업의 네 축 모두를 위한 종합적 정책과 각 계의 노력이 지속 될 때 한국 미술시장이 활성화되고, 이는 K-미술, 미술한류와 같은 한국미술의 국제적 위상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에 한국 미술계의 유통을 책임지고 있는 (사)한국화랑협회 협회장으로서 저는 다음과 같은 정책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1. 예술인 복지 정책 확대
2. 민간 전시공간에 대한 지원 대책 수립
3. 해외 미술시장 개척 사업의 확대
4. 기업과 개인의 미술품 구매에 대한 세제 혜택 확대
5. 국공립 미술관의 예산 확충
6. 미술품 감상교육 확대 및 소장문화 인식 개선 운동
7. 미술품 양도세, 미술품 거래 현금 영수증 발행 제도 폐지
8. 미술품 유통 투명화법을 미술품 유통 후원법으로의 전환
9. 미술품 기증에 따른 세제 혜택 확대
10. 정부와 기업의 화랑을 통한 작품 구매 문화 정착
kiaf@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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