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50년, 이 순간만 기다렸다"

  • 뉴욕=김덕한 특파원

입력 : 2017.05.02 00:04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125년 미국 카네기홀 역사 최초 바흐 소나타 등 6곡 무반주 연주

"수천만 번 그만두고 싶었다. 그런데 억만 번 생각해 봐도 이것(바이올린) 이상 좋아하는 게 없었다. 그러니 어쩌겠나. 운명인데…."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김덕한 특파원
오는 18일 미국 뉴욕의 카네기홀 무대에 바흐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변주곡·모음곡) 6곡 전곡을 올리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69·사진)씨는 지난 27일 뉴욕 맨해튼 자택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이 곡은 내 음악적 여행에서 끝나지 않는 도전 같은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1967년 5월 열아홉 나이로 레벤트리트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뉴욕 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한 후 50년이 됐다. 이번 무대는 카네기홀에서 그의 20번째 공연이기도 하다. 바흐 소나타·파르티타 6곡 전곡을 한 회에 무반주로 연주하는 것은 125년 역사의 카네기홀 메인 공연장인 스턴 오디토리움에서도 시도된 적이 없는 도전이다.

'칠순의 바이올리니스트'는 '바이올린의 경전'으로 불릴 정도로 뛰어난 음악적·기술적 역량을 요구하는 이 작품을 혼자 무대에 올라 3시간 동안 극도로 집중한 상태에서 연주해야 한다. 정경화는 지난 2년간 이 작품에 매달렸다. 그는 "이반 갈라미언(1981년 타계한 줄리아드 음대 교수) 스승님의 지도로 10대 때 배운 이후 평생 마음에 품고 갈망하고 망설이고 고민했던 레퍼토리"라며 "이 작품을 녹음하고 연주할 지금 이 순간만을 기다려 왔다"고 했다.

열두 살에 줄리아드 음악학교에 전액 장학금으로 입학한 정경화는 레벤트리트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1970년 영국 로열페스티벌홀에서 극찬을 받으며 데뷔하는 등 최고의 길을 걸어왔다. 그는 후배들을 향해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 매진하고 그다음엔 인내, 인내 또 인내하라"고 했다. 자녀 교육을 몰아붙이는 부모들에겐 "자녀들이 잘할 수 있는 일, 재능을 발견하는 게 가장 중요하며 고통을 견뎌낼 힘을 길러주라"고 조언했다.

이화여대 석좌교수로 있는 그는 "'어떻게 하면 세계적 음악가가 될 수 있느냐'고 묻는 학생들이 많다"며 "그럴 때마다 '너는 그만큼 음악을 좋아하니?' 하고 되묻는다. 어떤 분야든 그 질문에 대한 답이 확실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