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도가자, 보물 가치 없다"

  • 양지호 기자

입력 : 2017.04.14 01:45

13일 문화재위원회 결론
"'증도가' 찍은 활자 아니다… 고려시대 활자 가능성 있지만 출처·소장 경위도 불분명"

'남명천화상송증도가' 사진
/채승우 기자

"고려 불교 서적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증도가)'를 찍은 활자로 보기 어렵다. 출처와 소장 경위도 분명치 않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인지를 놓고 지난 7년간 진위 공방이 계속돼 온 '증도가자(證道歌字)'를 보물로 지정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로써 2010년 9월 서지학자인 남권희 경북대 교수의 발표로 시작된 '증도가자' 논란은 일단 종지부를 찍게 됐다. 다만 문화재청은 고려시대(11~13세기) 만들어진 활자일 가능성은 열어뒀다.

문화재청(청장 나선화)은 13일 "문화재위원회 동산문화재분과 회의에서 증도가자 101점의 보물 지정 신청 건을 심의한 결과, 부결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증도가자를 조사했으나 국가지정문화재인 보물로 지정할 만한 문화재적 가치를 충분히 찾아내지 못했다는 뜻이다. 앞서 남 교수는 2010년 "1239년 간행된 보물 758호 '남명천화상송증도가'를 인쇄할 때 사용한 금속활자가 발견됐다"면서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 인쇄물인 직지심체요절(1377년 간행)보다 최소 138년 이상 앞서는 13세기 초 고려시대 금속활자"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체, 주조 방법, 조판 등을 과학적으로 조사한 결과, '증도가'를 인쇄한 활자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황권순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장은 "결정적인 증거는 이 활자를 써서 현존하는 증도가를 인쇄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증도가는 세로로 한 줄에 15글자씩 인쇄했는데 이 활자는 크기가 커서 한 줄에 14자밖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증도가'를 찍은 활자가 아니라는 결론은 나왔지만 이 활자가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금속활자일 가능성은 남았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 국내외 3개 기관의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결과, 검사를 의뢰한 20개 활자 대부분에 11~13세기 먹이 묻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 그러나 문화재청은 "활자 자체에 대한 연대 분석이 아니기 때문에 한계가 있고, 먹의 연대가 11~13세기라고 해도 반드시 고려에서 만든 활자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2015년 개성 만월대에서 고려 금속활자로 추정되는 유물이 나온 만큼 이와 성분을 비교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추후 고려 금속활자로 확인되더라도 출처와 소장 경위가 확실하지 않으면 보물 지정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