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4.12 09:53
"영혼을 사로잡히지 않은려고 하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에요. 저항하고 사투를 벌이지만 결국은 자신의 영혼을 사로잡히는 비극이 절실하죠."
한태숙(66·극단 물리 대표) 연출의 장인의 솜씨가 돋보이는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이 약 1년 만에 돌아왔다. 12~30일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서 다시 한번 선보인다.
예술의전당(사장 고학찬)의 기획공연 SAC 큐브(CUBE)의 레퍼토리로 작년 초연 당시 객석점유율 95%를 기록하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거머쥔 수작이다.
미국 현대 희곡을 대표하는 극작가 아서 밀러(1915~2005)가 1949년 발표한 작품이다. 퓰리처상·연극비평가상·앙투아네트 페리상 등 연극계 3대상을 휩쓸었다.
30년간 오직 세일즈맨으로 살아오다 급격한 사회의 변화로 실직하고 목숨까지 잃어버리는 윌리 로먼을 통해 부조리한 현대 미국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담았다. 한 연출의 버전은 세상이 현대화 될수록 막강해지는 자본논리에 지배당하는 물질만능주의, 이에 따른 가족의 해체와 대화의 단절이 심각한 오늘날에 더욱 공감을 샀다.
한 연출은 개막에 앞서 11일 오후 CJ토월극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지난해 극을 본 관객분이 우울하다고 하셨는데 이번에 우울함을 더 깊게 파고 들고 싶었다"며 "불안과 닥쳐오는 불길한 예감 같은 것을 무대화시켰다"고 소개했다.
한 연출 버전의 '세일즈맨의 죽음'은 지금 여기 대한민국을 잘 녹여냈다. 무대에 심리적 내면을 담는 박동우 무대미술가가 디자인한, 뼈대와 골격만 앙상하게 드러난 윌리의 집은 그의 무력함을 드러낸다. 그 집을 둘러싼 성채 같은 벽은 심리적인 고립감도 표현한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윌리의 집을 보고 있노라면 비인간적으로 높게 치솟은 한국의 건축물들이 겹쳐진다. 한 연출은 "도시의 건물들이 비어가고 공실률을 보면 섬뜩하다"고 했다.
"벽체라든지 구조물이 더 어두워졌고 헐었어요. 더 감정이 깊어지고 우울해진 거죠. 관객분들이 공연을 본 뒤 감정이 더 치솟는 연극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일상에 이 우울한 기운이 번지지는 않기를 바랐다. "비극 등의 정서가 더 깊어진다고 해도 지독한 현장을 본 느낌보다는 현실이 그 끝까지는 안 가고 있다는 위안을 받는 작품이 됐으면 한다"는 것이다. "깊은 바닥을 훑어내는 잔인함을 통해 현실 가정의 따듯함을 느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공연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집 옆 공중에 매달려 있던 오브제였다. 냉혹한 현실의 수렁으로 점차 빠져드는 윌리의 흔들리는 내면을 상징했다.
이 물체는 로먼이 자동차 사고로 삶을 끝낼 때 함께 떨어지며 산산조각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 오브제를 없앴다.
한 연출은 "오브제가 관객들에게 감정을 너무 강요하는 거 같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윌리의 심리적인 허상이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그 부분을 연기적으로 커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세일즈맨의 죽음'은 또 초점을 살짝 바꿨다. 작년의 관극 포인트가 '윌리의 분열'이었다면, 이번 공연은 점 점 더 옥죄어 오는 현실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는 청춘의 좌절에 명암을 더한다. 장남 비프와 둘째 해피에게서 이 시대 젊은이의 모습이 투사된다.
한 연출은 "초연이 윌리의 정신이 붕괴되는 것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두 아들인 '비프'와 '해피'의 상처를 드러내고 그것이 끝까지 가면서 얻는 깨달음이 어떻게 오는지 명암을 뒀다"고 했다.
"특히 비프에게는 편안하게 지나간 대사에 소외의 감정을 더 싣게 해서 강조했어요. 아버지와 육탄전까지 벌일 정도로 감정을 표면화시켰죠. 해피는 작년보다 더 인간적인 면을 많이 보여주면서 지금의 젊은이에게 더 가까이 가기를 바랐습니다. 대사나 장면을 더 집어 넣기보다 정서를 극대화해서 인물이 날이 선 채로 관객에게 다가갔으면 했어요."
재공연을 굉장히 좋아한다는 한 연출은 "세밀한 부분을 정밀하게 들여다 볼 수 있어 더 완성도가 생긴다"며 "지금 같은 시국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 있어 위안을 받는다. '무안하게 행복한' 작업을 하고 하고 있는데 재공연에 대해 고맙다"고 했다.
이번 재연에는 현실과 과거를 넘나들며 처절한 모습으로 분열돼가는 윌리 로먼을 넘치는 에너지로 연기한 배우 손진환, 남성적인 원작에서 확인하기 쉽지 않았던 린다의 존재감을 뚜렷이 드러낸 배우 예수정, 아버지와의 갈등을 섬세하면서도 날카롭게 표현한 비프 역의 이승주, 밝지만 소외된 이면의 외로움을 소화한 해피 역의 박용우가 초연에 이어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한다. 젊은 사장 하워드 역으로 배우 김형규가 새로 합류했다.
한태숙(66·극단 물리 대표) 연출의 장인의 솜씨가 돋보이는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이 약 1년 만에 돌아왔다. 12~30일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서 다시 한번 선보인다.
예술의전당(사장 고학찬)의 기획공연 SAC 큐브(CUBE)의 레퍼토리로 작년 초연 당시 객석점유율 95%를 기록하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거머쥔 수작이다.
미국 현대 희곡을 대표하는 극작가 아서 밀러(1915~2005)가 1949년 발표한 작품이다. 퓰리처상·연극비평가상·앙투아네트 페리상 등 연극계 3대상을 휩쓸었다.
30년간 오직 세일즈맨으로 살아오다 급격한 사회의 변화로 실직하고 목숨까지 잃어버리는 윌리 로먼을 통해 부조리한 현대 미국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담았다. 한 연출의 버전은 세상이 현대화 될수록 막강해지는 자본논리에 지배당하는 물질만능주의, 이에 따른 가족의 해체와 대화의 단절이 심각한 오늘날에 더욱 공감을 샀다.
한 연출은 개막에 앞서 11일 오후 CJ토월극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지난해 극을 본 관객분이 우울하다고 하셨는데 이번에 우울함을 더 깊게 파고 들고 싶었다"며 "불안과 닥쳐오는 불길한 예감 같은 것을 무대화시켰다"고 소개했다.
한 연출 버전의 '세일즈맨의 죽음'은 지금 여기 대한민국을 잘 녹여냈다. 무대에 심리적 내면을 담는 박동우 무대미술가가 디자인한, 뼈대와 골격만 앙상하게 드러난 윌리의 집은 그의 무력함을 드러낸다. 그 집을 둘러싼 성채 같은 벽은 심리적인 고립감도 표현한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윌리의 집을 보고 있노라면 비인간적으로 높게 치솟은 한국의 건축물들이 겹쳐진다. 한 연출은 "도시의 건물들이 비어가고 공실률을 보면 섬뜩하다"고 했다.
"벽체라든지 구조물이 더 어두워졌고 헐었어요. 더 감정이 깊어지고 우울해진 거죠. 관객분들이 공연을 본 뒤 감정이 더 치솟는 연극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일상에 이 우울한 기운이 번지지는 않기를 바랐다. "비극 등의 정서가 더 깊어진다고 해도 지독한 현장을 본 느낌보다는 현실이 그 끝까지는 안 가고 있다는 위안을 받는 작품이 됐으면 한다"는 것이다. "깊은 바닥을 훑어내는 잔인함을 통해 현실 가정의 따듯함을 느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공연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집 옆 공중에 매달려 있던 오브제였다. 냉혹한 현실의 수렁으로 점차 빠져드는 윌리의 흔들리는 내면을 상징했다.
이 물체는 로먼이 자동차 사고로 삶을 끝낼 때 함께 떨어지며 산산조각났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 오브제를 없앴다.
한 연출은 "오브제가 관객들에게 감정을 너무 강요하는 거 같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윌리의 심리적인 허상이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그 부분을 연기적으로 커버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세일즈맨의 죽음'은 또 초점을 살짝 바꿨다. 작년의 관극 포인트가 '윌리의 분열'이었다면, 이번 공연은 점 점 더 옥죄어 오는 현실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는 청춘의 좌절에 명암을 더한다. 장남 비프와 둘째 해피에게서 이 시대 젊은이의 모습이 투사된다.
한 연출은 "초연이 윌리의 정신이 붕괴되는 것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두 아들인 '비프'와 '해피'의 상처를 드러내고 그것이 끝까지 가면서 얻는 깨달음이 어떻게 오는지 명암을 뒀다"고 했다.
"특히 비프에게는 편안하게 지나간 대사에 소외의 감정을 더 싣게 해서 강조했어요. 아버지와 육탄전까지 벌일 정도로 감정을 표면화시켰죠. 해피는 작년보다 더 인간적인 면을 많이 보여주면서 지금의 젊은이에게 더 가까이 가기를 바랐습니다. 대사나 장면을 더 집어 넣기보다 정서를 극대화해서 인물이 날이 선 채로 관객에게 다가갔으면 했어요."
재공연을 굉장히 좋아한다는 한 연출은 "세밀한 부분을 정밀하게 들여다 볼 수 있어 더 완성도가 생긴다"며 "지금 같은 시국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 있어 위안을 받는다. '무안하게 행복한' 작업을 하고 하고 있는데 재공연에 대해 고맙다"고 했다.
이번 재연에는 현실과 과거를 넘나들며 처절한 모습으로 분열돼가는 윌리 로먼을 넘치는 에너지로 연기한 배우 손진환, 남성적인 원작에서 확인하기 쉽지 않았던 린다의 존재감을 뚜렷이 드러낸 배우 예수정, 아버지와의 갈등을 섬세하면서도 날카롭게 표현한 비프 역의 이승주, 밝지만 소외된 이면의 외로움을 소화한 해피 역의 박용우가 초연에 이어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한다. 젊은 사장 하워드 역으로 배우 김형규가 새로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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