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작품과 정치는 분리해서 봐야죠"

  • 최보윤 기자

입력 : 2017.03.31 00:13

스타 연출가 이보 반 호브 내한
소설 '파운틴헤드' 연극으로 각색

벨기에 출신 연출가로 현재 세계 연극계가 가장 주목하는 '스타' 중 하나로 꼽히는 이보 반 호브(59·사진)가 30일 처음 방한했다. 서울 LG아트센터에서 31일부터 4월 2일까지 연극 '파운틴헤드'를 올리기 위해서다. 옛 소련 출신 미국 작가 아인 랜드(1905~1982)가 1943년 발표한 동명의 장편을 각색한 작품이다.

영화배우 주드 로와 함께 런던 바비칸 센터에서 이탈리아 영화감독 루키노 비스콘티의 '강박관념(Obsession· 1943)'을 재해석한 연극 공연을 위해 연습하던 중 짬을 냈다는 그는 "한국 관객 반응이 정말 궁금하고 설렌다"고 말했다. 4시간짜리 공연에 티켓은 이미 전석 매진이다.

이보 반 호브
/연합뉴스
반 호브는 1981년 연극계로 들어와 2006년 셰익스피어의 3개 작품을 엮은 '로마 비극'으로 주목받았고 2014년 아서 밀러 원작 '다리에서 바라본 풍경'을 재해석한 작품으로 명성을 얻었다. 영국 최고 공연예술상인 올리비에상(2015)과 미국 토니상(2016) 최고 연출상과 작품상을 석권했다. 지난해 영국 가디언지가 "어딜 가도 그가 있다"고 평할 정도로 해외 공연계에서 그의 인기는 '열풍' 수준이다. 런던 내셔널 시어터와 뉴욕 BAM, 파리 오데옹 극장, 베를린 샤우뷔네 등 세계적인 공연장에서 앞다퉈 그를 모신다. 통찰력 있는 해석력과 카메라 영상을 활용한 특유의 연출 기법이 눈길을 끈다.

장편 '파운틴헤드'는 지금까지 250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1920~1930년대 미국 마천루 개척 시대의 두 건축가가 주인공이다. 다수와 타협하기를 거부하고 오직 신념에 따라 모더니즘 건축을 추구하는 이상주의자 하워드 로크와 대형 회사에 소속돼 고객에게 순응하고 사회적 평판과 성공을 갈구하는 피터 키팅의 인생 궤적을 따라간다. "기회주의와 이상주의의 충돌이 예술을 대하는 두 사람의 태도를 통해 그려진다. 원작은 이상주의의 손을 들어주지만 연극에선 양쪽을 균형 있게 다뤘다."

'파운틴헤드'는 미국 보수 정파 티파티의 성경과도 같은 작품. 이 때문에 정치성이 강한 작가의 작품을 왜 무대에 올리느냐는 지적도 받았다. 반 호브는 "예술과 정치의 영역을 분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01년 유대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은 나치즘에 이용돼 '금기'시되던 바그너 작품을 이스라엘에서 연주했다. 엄청난 비난을 샀지만 바렌보임은 '나치가 바그너를 이용했을 뿐 바그너의 예술적 가치는 최고'라는 소신을 꺾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