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온주완, 감정 폭발…멀티캐스팅 위력 '윤동주, 달을 쏘다.'

  • 뉴시스

입력 : 2017.03.27 11:02

뮤지컬 '윤동주, 달을 쏘다.'
"몽규야, 집에 가고 싶어. 집에 가아자아~."

윤동주가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사촌 송몽규를 본 뒤 반가움, 안도감, 그리움, 두려움 등 온갖 감정이 뒤섞인 목소리로 오열하는 장면.

객석 곳곳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배우 온주완(35)의 윤동주는 달이 차오르듯, 감정의 부피를 키우더니 이 장면에서 모든 걸 내지르듯 폭발시켰다.

대사로 절묘하게 옮긴 윤동주 시 '별헤는 밤' 독백을 비롯해 동주가 형무소에서 의문의 주사를 맞고 쓰러져 친구들의 모습을 보는 환상 장면을 거쳐 마지막 넘버 '달을 쏘다'를 부르는 부분까지 15분가량 힘겨운 감정 신을 이어가니, 관객들이 당해 낼 재간이 없었다.

온주완은 서울예술단(예술감독 최종실)의 창작 가무극(뮤지컬) '윤동주, 달을 쏘다.' 네 번째 시즌에서 윤동주의 뜨거운 청춘을 보여줬다. '윤동주, 달을 쏘다.'는 일제 강점기에 유려한 시어를 사용, 인생과 조국의 아픔에 고뇌하는 심오한 시편들을 남긴 '서시'의 시인 윤동주(1917~1945)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온주완의 윤동주는 좀 더 소년스럽다. 좀 더 확신에 차 있고, 결의를 다질 때는 더 단호하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서 아이 같이 두려움에 떨며, 약한 모습을 드러낼 때 격정적이다. 모순적인 비극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부끄러움을 아는' 윤동주라는 캐릭터가 선명하게 보인다. '무엇이 되고 싶니'라는 물음에 "사람!"이라고 외치는 윤동주의 모습에 객석은 눈물바다가 된다. 기교 대신 정직한 창법의 온주완이 소화하는 넘버는 바다처럼 맑다.

'윤동주, 달을 쏘다.'는 서울예술단의 대표적인 레퍼토리로 2012년 초연부터 2013년, 2016년 공연까지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 호평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지난해 공연은 객석점유율 무려 100%를 찍었다.

지난 세 시즌 동안 서울예술단 출신 뮤지컬배우 박영수가 윤동주의 얼굴이었다. 박영수의 윤동주는 처절해서 아팠는데, 온주완은 좀 더 맑고 쾌활해서 아픔을 안긴다. 온주완은 이미 다른 배우가 상징이 된 역에 다른 결을 부여했다. '윤동주, 달을 쏘다.'는 멀티캐스팅의 위력을 보여준다. 박영수, 온주완 두 사람이 출연하는 모든 회차의 티켓을 구하기가 힘들다.

지난해 '뉴시즈'로 뮤지컬 데뷔한 이후 '윤동주, 달을 쏘다.'를 두 번째 작품으로 택한 온주완은 이제 뮤지컬계에서 지켜봐야 할 배우가 됐다.

'윤동주, 달을 쏘다.'는 이번 시즌으로 명실상부 서울예술단의 대표 레퍼토리가 됐다. 서울예술단은 뮤지컬이라는 용어 대신 가무극(歌舞劇)이라고 표현한다.

춤과 노래를 기본 수단으로 극적인 이야기를 엮어 가는 종합 무대 예술을 가리킨다. 춤과 노래가 주축이 된다는 점에서 뮤지컬과 큰 차이는 없다.

다만 가무극은 풍기는 어감에서 느껴지듯 우리 이야기를 다룬다. 하지만, 고루하지 않다. 윤동주라는 우리의 소중한 시인의 이야기를 지금도 공감하게 만든다. 무대 전체를 장악하는 마지막 노래 '달을 쏘다'는 어느 대극장 뮤지컬의 웅장함에 뒤지지 않는다. 4월2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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