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3.24 09:38

10년 만에 돌아온 창작 뮤지컬 '밑바닥에서' 관람은 호사다. 200석짜리 소극장 날 것의 매력과 함께 대극장의 우렁찬 에너지를 동시에 응축해서 만끽할 수 있다.
러시아 극작가 막심 고리키의 1902년 희곡 '밤 주막'을 각색한 이 작품은 하류 인생을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 군상의 '내면 밑바닥'을 지근거리에서 마주하게 만든다.
페페르는 밑바닥에 처한 자신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백작 대신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갔다 돌아오지만 더욱 수렁으로 빠져든다. 자신의 애인 바실리아는 백작의 아내가 돼 있고, 백작은 자신에게 약속한 일자리를 쉽사리 제공하지 않는다.
주변 인물들 삶 역시 지난하기는 마찬가지다. 페페르의 누나 타냐는 어린 나이에 얻은 아들에게 자신이 엄마라는 사실을 숨기고 살아간다. 그 아들은 심지어 병색이 짙다.
이 가족이 운영하는 술집에 드나드는 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알코올 중독 배우는 기억에 이어 실낱같은 희망마저 잃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지경까지 이른다. 이 혹독한 겨울 같은 곳에 봄이 돼 주리라는 기대를 모은 밝고 쾌활한 기운의 종업원 나타샤는 되레 이 팍팍한 곳에서 상처를 입고 떠난다.
페페르 역의 최우혁을 비롯해 바실리아 역의 안시하, 타냐 역의 서지영, 배우 역의 박성환, 나타샤 역의 김지유 등 대극장에서 활약한 스타 배우들의 폭발적인 성량과 뜨거운 연기는 캐릭터 감정을 극대화시킨다. 소극장에서 대극장의 폭발적인 기운을 마주하는 관객들은 얼얼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심란한 시기에 어둡고 우울한 뮤지컬을 봐야 하는 이유를 묻는 관객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참혹하고 처참함을 참기 힘든 순간, 감정의 터뜨림을 대신하는 노래의 울림은 색다른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뮤지컬 '밑바닥에서'는 이와 함께 고전 각색의 전범도 보여준다. 원작의 지난함을 지배하는 정서의 가장 큰 부분은 '가난'인데, 뮤지컬은 물질적인 '내면의 가난'을 다룬다.
희망을 갖고 노력하고 있어도 아니 노력하고 싶어도,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순간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지금을 사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그간 상업적인 대극장 뮤지컬을 연출해오다 충무아트센터와 협업한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으로 작가주의 성향을 입증한 왕용범 연출의 내공이 돋보인다. 그는 2005년 대학로에서 '소극장 창작 뮤지컬의 신화'로 통한 이 작품의 초연 연출가다.
극의 완성도를 받쳐주는 또 다른 원동력은 음악이다. 초연 해에 '제11회 한국 뮤지컬 대상'에서 음악상(음악감독 박용전)을 받았던 이름값은 여전하다.
배우가 부르는 '내 이름은 악토르 시베르치코프 쟈보르시스키'는 가곡과 아리아를 결합한 역동적인 클래식한 노래로, 그의 환상과 낭만 그리고 좌절을 절묘하게 녹여낸 고난도의 명곡이다.
객석을 나갈 때 관객들이 흥얼거리게 되는 '블라디보스톡의 봄'은 3박자의 춤곡으로 나타냐가 들려준 곡인데, 이 노래를 듣던 인물들이 잠시나마 희망을 품었던 때가 떠올라 아련한 정서가 똬리를 튼다.
뮤지컬 '밑바닥에서'는 요즘 시대를 대변하는 말이자, 봄은 왔지만 봄 같지가 않다라는 뜻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정서를 기막히게 구현한 수작이다. 새로운 희망은 희망이 없음을 공감하는 이들로부터 나온다. 오는 5월21일까지 대학로 학전 블루.
러시아 극작가 막심 고리키의 1902년 희곡 '밤 주막'을 각색한 이 작품은 하류 인생을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 군상의 '내면 밑바닥'을 지근거리에서 마주하게 만든다.
페페르는 밑바닥에 처한 자신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백작 대신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갔다 돌아오지만 더욱 수렁으로 빠져든다. 자신의 애인 바실리아는 백작의 아내가 돼 있고, 백작은 자신에게 약속한 일자리를 쉽사리 제공하지 않는다.
주변 인물들 삶 역시 지난하기는 마찬가지다. 페페르의 누나 타냐는 어린 나이에 얻은 아들에게 자신이 엄마라는 사실을 숨기고 살아간다. 그 아들은 심지어 병색이 짙다.
이 가족이 운영하는 술집에 드나드는 이들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알코올 중독 배우는 기억에 이어 실낱같은 희망마저 잃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지경까지 이른다. 이 혹독한 겨울 같은 곳에 봄이 돼 주리라는 기대를 모은 밝고 쾌활한 기운의 종업원 나타샤는 되레 이 팍팍한 곳에서 상처를 입고 떠난다.
페페르 역의 최우혁을 비롯해 바실리아 역의 안시하, 타냐 역의 서지영, 배우 역의 박성환, 나타샤 역의 김지유 등 대극장에서 활약한 스타 배우들의 폭발적인 성량과 뜨거운 연기는 캐릭터 감정을 극대화시킨다. 소극장에서 대극장의 폭발적인 기운을 마주하는 관객들은 얼얼할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심란한 시기에 어둡고 우울한 뮤지컬을 봐야 하는 이유를 묻는 관객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참혹하고 처참함을 참기 힘든 순간, 감정의 터뜨림을 대신하는 노래의 울림은 색다른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뮤지컬 '밑바닥에서'는 이와 함께 고전 각색의 전범도 보여준다. 원작의 지난함을 지배하는 정서의 가장 큰 부분은 '가난'인데, 뮤지컬은 물질적인 '내면의 가난'을 다룬다.
희망을 갖고 노력하고 있어도 아니 노력하고 싶어도,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순간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지금을 사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그간 상업적인 대극장 뮤지컬을 연출해오다 충무아트센터와 협업한 창작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으로 작가주의 성향을 입증한 왕용범 연출의 내공이 돋보인다. 그는 2005년 대학로에서 '소극장 창작 뮤지컬의 신화'로 통한 이 작품의 초연 연출가다.
극의 완성도를 받쳐주는 또 다른 원동력은 음악이다. 초연 해에 '제11회 한국 뮤지컬 대상'에서 음악상(음악감독 박용전)을 받았던 이름값은 여전하다.
배우가 부르는 '내 이름은 악토르 시베르치코프 쟈보르시스키'는 가곡과 아리아를 결합한 역동적인 클래식한 노래로, 그의 환상과 낭만 그리고 좌절을 절묘하게 녹여낸 고난도의 명곡이다.
객석을 나갈 때 관객들이 흥얼거리게 되는 '블라디보스톡의 봄'은 3박자의 춤곡으로 나타냐가 들려준 곡인데, 이 노래를 듣던 인물들이 잠시나마 희망을 품었던 때가 떠올라 아련한 정서가 똬리를 튼다.
뮤지컬 '밑바닥에서'는 요즘 시대를 대변하는 말이자, 봄은 왔지만 봄 같지가 않다라는 뜻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의 정서를 기막히게 구현한 수작이다. 새로운 희망은 희망이 없음을 공감하는 이들로부터 나온다. 오는 5월21일까지 대학로 학전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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