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산수화, 이 시대의 살아 있는 정신으로 재창조"

입력 : 2017.03.14 03:04

이중섭미술상 심사평

인조 수정(크리스털)을 일일이 박아 산과 계곡을 표현한 황인기의‘오래된 바람’2009년 작.
인조 수정(크리스털)을 일일이 박아 산과 계곡을 표현한 황인기의‘오래된 바람’2009년 작.
화가 황인기가 올해의 이중섭미술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소정의 심사 규정과 절차에 따라 비교적 매끈하게 결과가 나왔다. 운영위원회에서 추천한 1차 후보자들을 상대로 세 차례 투표를 거친 후 수상자를 결정할 수 있었다. 심사에 참여한 위원들은 후보자들 개인에 대한 그동안의 대외적인 작품 활동과 업적, 평가에 대해 투표를 통해 자신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되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황인기는 '디지털 산수'로 회화의 개념적 지층을 포스트모던답게 전환, 한국현대미술사의 한 장을 새롭게 제시한 발군의 작가다. 최근 유행처럼 번진 회화의 '디지트(digit)'화 작업은 일정 부분 황인기의 영향이라 말할 만하다. 작가는 플라스틱 레고(Lego), 인조수정, 건축자재 등을 사용, 기존의 전통산수화를 이 시대의 살아 있는 정신으로 재창조했다. 최근 설치작업도 병행하면서 젊은 세대 못지않게 미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가의 자유로움 역시 보기 좋다.

수상과 함께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펼칠 작가의 전시를 기대해본다. 대한민국의 정평 있는 미술상으로서의 위상과 그 이상의 가치를 추구하는 '이중섭미술상'이기를 항시 희망한다.

제29회 이중섭미술상 심사위원회(위원장 김호득, 위원 정영목·오원배·정현·김진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