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3.07 00:52
[올림픽 後 3년… 예술 도시 소치를 가다] [下]
평창 '문화올림픽' 잘 치르려면? 게르기예프와 바슈메트의 조언
"전통·한류콘텐츠 섞는 시도 등 한국 고유의 강점 보여줘야 해
사람들 계속 평창 찾게하려면 올림픽 끝나도 축제 유지돼야"
지난달 26일 막 내린 '제10회 소치 겨울 예술축제'를 10년간 예술감독으로 이끌어온 바슈메트는 "축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인물과 주제를 골라내는 심미안(審美眼)"이라며 "'누구를 세울 것인가'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를 분명히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가 성공시킨 축제나 개·폐막식을 흉내 내려 하지 마라"고 했다. "남과 다른 것, 평창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을 만들어야 합니다. 다른 나라엔 없는데 한국은 잘하는 걸 찾아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짜고 연습해야 하죠."

바슈메트는 또 한국이 드라마와 대중음악 등 한류(韓流) 콘텐츠에 강점이 있지만 "그것도 전체를 꿰뚫는 주제를 잡아 향후 한국이 그려나갈 미래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내놓아야 한다. 기존에 인기있는 것들을 죽 나열하는 데 그치면 지루하다"고 했다. "푸시킨과 차이콥스키, 도스토옙스키를 십분 활용한 러시아처럼 국악, 전통 무용, 아리랑 등 오래전부터 한국이 다져온 전통을 색다른 조합으로 뒤섞어보세요. 전혀 새로운 작품이 나올 겁니다." 게르기예프는 "올림픽에서 문화는 곁가지가 아니라 메인 메뉴이다. 전 세계 35억 시청자가 TV로 지켜보는 만큼 한국의 문화와 품격을 홍보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치는 올림픽 개최 전부터 정상급 예술가들을 모아놓고 소치 겨울 예술축제를 열었다. 올림픽 폐막 후엔 올림픽 개최지라는 도시 브랜드를 내세워 축제 관람객을 불러모으는 등 시너지를 누리고 있다. 바슈메트는 "올림픽이 끝났다고 문화 행사를 손 놓아버리면 평창은 경기장만 황량하게 서 있는 마을로 주저앉을지도 모른다. 평창 대관령음악제처럼 즐길 거리 가득한 예술축제를 이어나가 사람들이 계속 평창을 찾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평창, 나아가 강원도가 배출한 인물과 천혜의 자연환경, 산과 강에 구비구비 깃든 설화와 전설을 200%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2014년 폐막식에서 러시아 어린이 합창단 1000명이 부르는 국가를 지휘했던 게르기예프는 "해외뿐 아니라 한국의 어린이들에게도 고국이 어떤 역사를 갖고 있는지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미래를 꿈꿀 수 있다"고 했다. "러시아는 다양한 민족이 어우러진 광활한 나라예요. 그래서 저는 대도시 모스크바에서뿐만 아니라 북극해 연안에 있는 시베리아와 무르만스크 지역의 조그만 마을에서도 아이들을 데려왔어요. 저마다 다른 아이들의 얼굴은 곧 러시아의 밝은 미래였고, 우린 러시아의 자산을 세계에 보이겠다는 목표가 확고했죠."
게르기예프는 "평창도 '대한민국의 얼굴'을 찾아야 한다. 그게 누구이고 무엇일지는 오로지 한국 사람들 손에 달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