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3.06 03:02
[올림픽 後 3년… 예술 도시 소치를 가다] [上]
비올라巨匠 바슈메트 예술감독, 올해로 10년째 축제 견인
연극·발레·성악 뒤섞은 음악극… 소치만의 창작 공연으로 승부수
올림픽 개최지 되기 전부터 열어 전세계 관객 찾는 예술 도시로
지난달 24일 새벽 러시아 소치 아들러 공항. 입국장을 빠져나오자 비올라 거장 유리 바슈메트와 그가 10년째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제10회 소치 겨울 예술축제'(2월 15~26일)를 알리는 대형 광고판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차로 30분을 달려 소치 시내 중심가, 축제의 주무대인 겨울극장에 가까워질수록 주요 출연진들 얼굴이 새겨진 깃발이 바람에 나부꼈다. 축제가 한창이었다.
그날 저녁, 겨울극장엔 '판타스틱 카르멘'이 올랐다. 비제 오페라 '카르멘'의 주요 아리아 5~6곡만 뽑아 연극·발레·성악을 곁들여 각색한 90분짜리 음악극. 러시아 국립 교향악단인 '뉴 러시아'를 바슈메트가 지휘하고, 볼쇼이 발레단 간판 무용수인 예카테리나 시풀리나 등 각계 스타들이 대거 나섰다. 다음 날도 화려했다. 쿠바의 트럼펫 연주자 아르투로 산도발이 꾸민 '재즈 이브닝'에 이어 26일 폐막 갈라 콘서트까지 그야말로 진수성찬.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려준 바딤 레핀, 불곰을 닮은 당당한 체구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호령한 데니스 마추예프, 이국적 향취를 선사한 만돌린의 아비 아비탈까지 명(名)연주자들이 4시간 동안 음악의 향연을 펼쳤다.
◇"축제가 '겨울잠' 소치를 깨웠다"
2014년 동계올림픽의 도시로 세계에 이름을 알린 소치는 러시아 서쪽, 인구 34만명의 작은 도시다. 뒤로는 캅카스 산맥, 앞으로는 흑해와 면해 구소련 시절 공산당 서기장 스탈린의 여름 휴양지로 건설됐다. 겨울이면 스키 말곤 즐길 거리 없는 도시였다. 반전(反轉)은 지난 2007년 2월 소치 겨울 예술축제가 열리면서 일어났다. 초대 예술감독으로 축제를 이끌며 비올라 연주와 지휘를 겸하고 있는 바슈메트가 소치를 '예술' 도시로 키워낸 것이다.
그날 저녁, 겨울극장엔 '판타스틱 카르멘'이 올랐다. 비제 오페라 '카르멘'의 주요 아리아 5~6곡만 뽑아 연극·발레·성악을 곁들여 각색한 90분짜리 음악극. 러시아 국립 교향악단인 '뉴 러시아'를 바슈메트가 지휘하고, 볼쇼이 발레단 간판 무용수인 예카테리나 시풀리나 등 각계 스타들이 대거 나섰다. 다음 날도 화려했다. 쿠바의 트럼펫 연주자 아르투로 산도발이 꾸민 '재즈 이브닝'에 이어 26일 폐막 갈라 콘서트까지 그야말로 진수성찬. 브루흐 바이올린 협주곡을 들려준 바딤 레핀, 불곰을 닮은 당당한 체구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호령한 데니스 마추예프, 이국적 향취를 선사한 만돌린의 아비 아비탈까지 명(名)연주자들이 4시간 동안 음악의 향연을 펼쳤다.
◇"축제가 '겨울잠' 소치를 깨웠다"
2014년 동계올림픽의 도시로 세계에 이름을 알린 소치는 러시아 서쪽, 인구 34만명의 작은 도시다. 뒤로는 캅카스 산맥, 앞으로는 흑해와 면해 구소련 시절 공산당 서기장 스탈린의 여름 휴양지로 건설됐다. 겨울이면 스키 말곤 즐길 거리 없는 도시였다. 반전(反轉)은 지난 2007년 2월 소치 겨울 예술축제가 열리면서 일어났다. 초대 예술감독으로 축제를 이끌며 비올라 연주와 지휘를 겸하고 있는 바슈메트가 소치를 '예술' 도시로 키워낸 것이다.
처음부터 올림픽을 겨냥한 축제는 아니었다. 소치가 개최지로 뽑히기 전부터 소치시는 모스크바 솔로이스츠와 연주 여행을 다니는 바슈메트에게 자기네 도시에서 매년 음악회를 열어달라고 청했다. 회를 거듭할수록 관람객이 늘어났다. 소치뿐만 아니라 시베리아와 블라디보스토크, 나아가 영국과 벨기에, 스위스, 일본에서도 축제를 보러 왔다. 아나톨리 파코모프 소치 시장은 "겨울이면 동면(冬眠)에 들던 도시를 축제가 되살렸다"며 바슈메트에게 감사를 표했다. 호응이 커지자 연방정부가 돈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인간이 다다를 수 있는 육체의 한계를 시험하는 스포츠와 인간 감정의 폭을 극한으로 어루만지는 음악은 서로 통한다. 러시아 정부는 예술축제 성공을 바탕으로 바슈메트와 게르기예프를 올림픽 홍보 대사로 임명해 개·폐막식을 준비했고,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음악, 문학, 발레까지 '문화력'을 과시함으로써 러시아 문화의 저력을 뽐냈다. 개최지였던 소치는 스포츠와 음악이 고루 번영한 '예술' 도시로 세계인들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올림픽은 끝났지만 예술축제는 멈추지 않았다. 이들은 유럽 대표 축제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과 에든버러 페스티벌의 성공 비결을 철저히 탐구했지만 '러시아의 잘츠부르크'가 되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보단 '소치만의 독특한 창작 공연을 선사하자'는 목표로 새로운 형태의 공연을 만들어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각색한 음악극 '돈 리브 유어 플래닛',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와 '나비부인' 등을 단막 발레로 바꾼 '발레 이브닝', 러시아 국립 교향악단과 록 그룹 '노치니예 스나이페리'의 리더인 디아나 아르베니나가 함께한 '록과 클래식의 만남' 등이 대표적이다. 소치에서 맨 먼저 선보인 다음 러시아와 해외를 돌며 신작을 알렸다.
인간이 다다를 수 있는 육체의 한계를 시험하는 스포츠와 인간 감정의 폭을 극한으로 어루만지는 음악은 서로 통한다. 러시아 정부는 예술축제 성공을 바탕으로 바슈메트와 게르기예프를 올림픽 홍보 대사로 임명해 개·폐막식을 준비했고,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음악, 문학, 발레까지 '문화력'을 과시함으로써 러시아 문화의 저력을 뽐냈다. 개최지였던 소치는 스포츠와 음악이 고루 번영한 '예술' 도시로 세계인들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올림픽은 끝났지만 예술축제는 멈추지 않았다. 이들은 유럽 대표 축제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과 에든버러 페스티벌의 성공 비결을 철저히 탐구했지만 '러시아의 잘츠부르크'가 되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보단 '소치만의 독특한 창작 공연을 선사하자'는 목표로 새로운 형태의 공연을 만들어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각색한 음악극 '돈 리브 유어 플래닛',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와 '나비부인' 등을 단막 발레로 바꾼 '발레 이브닝', 러시아 국립 교향악단과 록 그룹 '노치니예 스나이페리'의 리더인 디아나 아르베니나가 함께한 '록과 클래식의 만남' 등이 대표적이다. 소치에서 맨 먼저 선보인 다음 러시아와 해외를 돌며 신작을 알렸다.
올림픽 개최지라는 장점도 십분 활용했다. 해당 분야 최고 연주자를 모셔와 무대를 맡기고, 세계 주요 축제의 행정가들을 초청해 세미나를 열었다. 올해엔 겨울극장뿐 아니라 올림픽 때 알파인 스키 경기와 패럴림픽을 치렀던 로자 쿠토르 리조트에서 공연을 3회 더 열었다. 그 결과 올림픽이 끝난 지 3년이 지났지만 관객은 매년 20~25% 증가하고 있다. 핀란드에서 온 한 축제 프로듀서는 "국제 무대에서 활약하는 음악가 풀(pool)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러시아의 인적 자원이 대단하다"고 했다.
◇올해 10주년… 첫 공연 지켜본 푸틴
올해 10주년을 맞은 소치 겨울 예술축제의 첫 공연(지난달 17일)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앉아 있었다. 열이틀간 클래식 공연과 발레, 재즈, 연극, 오페라, 록 등 다채로운 무대가 번갈아 펼쳐졌고, 국내외 신문·잡지·방송 등 50여 매체가 취재에 나섰다. 축제가 끝난 뒤 바슈메트가 말했다. "3년 전 올림픽이 열렸으니까 이젠 모두가 소치를 알지만 그 전엔 아무도 소치를 몰랐다. 그래서 생각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그 답은 항상 문화적 변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