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3.03 10:04
'메디아'는 그리스 신화는 물론 소설, 영화 등 모든 장르를 통틀어 가장 강렬한 여성이다.
이아손에게 한눈에 반해 고국과 부모를 배반하고 동생까지 죽이면서 사랑을 쟁취한다. 이아손이 자신에게 싫증을 느낀 뒤 코린토스의 왕녀와 결혼하기로 하자, 복수를 결심한 뒤 그와 사이에서 낳은 아들들마저 죽인다.
'페미니즘'이 이슈인 시대에 연극 '메디아'를 공연하는 것만으로 화두가 되는 이유다. 국립극단(예술감독 김윤철)이 헝가리 연출가 로버트 알폴디와 함께 선보인 '메디아'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원작인 에우리피데스 '메디아'에서 보다 역할이 확대된 코러스다.
16명의 여자 배우들로 구성된 이 코러스는 익명의 한 집단이라기 보다 구체적인 누군가다. 남편에게 배반당한 메디아를 연민하다가도, 그녀의 극악무도한 계획을 알아차린 뒤에 비판하는 등 다양한 성격을 띤다. 남성주의가 만연한 그동안 마녀로 치부된 메디아가 입체적으로 그려지는 까닭이다.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 코러스들은 메디아에게 자신을 투영하거나, 억눌린 감정의 배출 통로로 여기거나, 몸가짐을 바로 하게 만드는 반면교사로서 역할을 요구한다.
가부장적인 흔적과 사회에 뒤쳐진 열등감으로 똘똘 뭉친 '한남'(한국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제대로 된 페미니즘 논의도 펼치지 못하고 있는 2017년 여성들의 지난한 처지가 겹쳐진다. 고전이지만 그래서 모던하다.
가부장적인 질서에 대해 반기를 드는 현대적인 시선이 가미된 메디아는 도회적이고 통통 튀는 이미지의 이혜영을 만나 생동감 있게 활활 타오른다. 거장 패션 디자이너 진태옥의 검고 붉은 우아한 의상이 잔혹한 이야기를 중화시키는데, 그래서 이혜영의 옷을 입은 메디아의 광기가 더 섬뜩하다.
자신이 낳은 아이마저 죽이고 그 광기가 절정을 찍은 뒤 메디아는 차갑게 식는다. 그간의 강렬함과 달리 볼품 없이 거적대기에 쓸쓸하게 담긴다.
이 부분에서 더 끔찍해진다. 투명한 유리관을 통해 메디아가 아이를 잔혹하게 죽이는 장면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코러스들은 그녀가 죽은 뒤 무서울 정도로 무관심하다. 메디아 이후에도 무참히 벌어진 처참한 비극에 대해 이제 무감각해진 현재가 반영된다. '메디아'는 사랑 이야기가 아닌, 세태 풍자화다. 잔혹한 장면 등으로 20세 이상 관람가로 설정됐다. 오는 4월2일까지 명동예술극장.
이아손에게 한눈에 반해 고국과 부모를 배반하고 동생까지 죽이면서 사랑을 쟁취한다. 이아손이 자신에게 싫증을 느낀 뒤 코린토스의 왕녀와 결혼하기로 하자, 복수를 결심한 뒤 그와 사이에서 낳은 아들들마저 죽인다.
'페미니즘'이 이슈인 시대에 연극 '메디아'를 공연하는 것만으로 화두가 되는 이유다. 국립극단(예술감독 김윤철)이 헝가리 연출가 로버트 알폴디와 함께 선보인 '메디아'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원작인 에우리피데스 '메디아'에서 보다 역할이 확대된 코러스다.
16명의 여자 배우들로 구성된 이 코러스는 익명의 한 집단이라기 보다 구체적인 누군가다. 남편에게 배반당한 메디아를 연민하다가도, 그녀의 극악무도한 계획을 알아차린 뒤에 비판하는 등 다양한 성격을 띤다. 남성주의가 만연한 그동안 마녀로 치부된 메디아가 입체적으로 그려지는 까닭이다.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 코러스들은 메디아에게 자신을 투영하거나, 억눌린 감정의 배출 통로로 여기거나, 몸가짐을 바로 하게 만드는 반면교사로서 역할을 요구한다.
가부장적인 흔적과 사회에 뒤쳐진 열등감으로 똘똘 뭉친 '한남'(한국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제대로 된 페미니즘 논의도 펼치지 못하고 있는 2017년 여성들의 지난한 처지가 겹쳐진다. 고전이지만 그래서 모던하다.
가부장적인 질서에 대해 반기를 드는 현대적인 시선이 가미된 메디아는 도회적이고 통통 튀는 이미지의 이혜영을 만나 생동감 있게 활활 타오른다. 거장 패션 디자이너 진태옥의 검고 붉은 우아한 의상이 잔혹한 이야기를 중화시키는데, 그래서 이혜영의 옷을 입은 메디아의 광기가 더 섬뜩하다.
자신이 낳은 아이마저 죽이고 그 광기가 절정을 찍은 뒤 메디아는 차갑게 식는다. 그간의 강렬함과 달리 볼품 없이 거적대기에 쓸쓸하게 담긴다.
이 부분에서 더 끔찍해진다. 투명한 유리관을 통해 메디아가 아이를 잔혹하게 죽이는 장면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코러스들은 그녀가 죽은 뒤 무서울 정도로 무관심하다. 메디아 이후에도 무참히 벌어진 처참한 비극에 대해 이제 무감각해진 현재가 반영된다. '메디아'는 사랑 이야기가 아닌, 세태 풍자화다. 잔혹한 장면 등으로 20세 이상 관람가로 설정됐다. 오는 4월2일까지 명동예술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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