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같은 감정 파고…뮤지컬 '광염소나타'

  • 뉴시스

입력 : 2017.02.22 10:10

뮤지컬 '광염소나타'
스릴러, 브로맨스, 클래식음악이 중심이 되는 넘버 등 창작뮤지컬 '광염소나타'(연출 손효원·작곡 다미로)는 대학로에 핫한 요소들을 한데 잘 어울렸다.

하지만 작품 자체가 식상하지 않다. 독특하면서도 그로테스크한 이야기 덕분이다. 우연히 목격한 죽음을 계기로 살인을 하면 할수록 놀라운 악상이 떠오르는 비운의 천재 작곡가 J(성두섭)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김동인의 '광염(狂炎) 소나타'가 모티브다.

사실 이야기는 예상 가능한 수순으로 흘러간다. J와 절친한 친구이자 작곡 능력이 탁월한 S(김경수), 유명 작곡가이자 J가 악상을 계속 떠오를 수 있도록 살인을 부추기는 유명 작곡가 'K' 등 캐릭터들은 극단적고 이들 관계 설정에 대한 배경 설명이 부족해 면밀히 따져보면, 행동의 동기 부여 등 설득력이 부족하다.

하지만 폭풍 같이 몰아치는 세 인물의 감정 변화는 지루할 틈 없이 극을 전개시킨다. 무대 위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등 현악 3중주가 이 감정의 변화를 악보 음표들의 높낮이들로 치환하며 배가시킨다.

'광염소나타'는 특히 예술에 똬리를 튼 미학과 도덕에 대한 성찰로 톺아볼 만하다. 과정에 도덕 또는 윤리적인 문제가 있더라도, 뛰어난 예술 작품을 내놓으면 그걸로 일정 부분이 용서가 가능한지를 묻는다.

J와 K는 일종의 질투심과 열등감의 역학 관계로 똘똘 뭉친 살리에르와 모차르트 사이도 연상시키는데, 예술적 범인(凡人)과 타고난 재능의 예술 천재 사이에서 그려진 지형도에서 어그러진 등고선도 발견하게 만든다.

이런 문제의식은 예술계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여느 분야든 미학(완성도)과 윤리, 둔재와 천재 사이의 빽빽한 갈등 그리고 감정의 파고는 존재한다. 자극적이거나 독특한 소재일 수 있는 '광염소나타'의 이야기가 멀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다. J 역 성두섭, S 역 김경수, K 역 이선근 등 원캐스트로 나서는 세 배우의 탈진할 정도의 에너지 소진도 특기할 만하다. 지난 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사업인 '창작산실' 뮤지컬 우수신작 선정작이다. 오는 26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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