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윤이상콩쿠르· 서울연극제 기사회생…국비 지원

  • 뉴시스

입력 : 2017.02.15 09:49

거리로 나선 블랙리스트 예술가들
경상남도가 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하기로 하면서 개최가 불투명했던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가 기사회생했다.

14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17년 문예진흥기금 정시공모 사업 결과'에 따르면,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는 국비 1억6000만원을 지원 받는다. 이와 함께 서울연극제도 9000만원 지원이 확정됐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포함됐던 두 사업은 지난해 국비 지원에서 벗어나 있었다.

'상처 입은 용'이라는 수식에서 보듯, 윤이상은 위대한 작곡가였지만 삶은 굴곡으로 점철됐다. 특히 1967년 '동백림 간첩단 사건'에 연루·수감됐다 동료 예술가들의 탄원 등에 힘입어 풀려났던 일이 대표적이다. 이후 독일로 돌아간 윤이상은 그리워하던 고국 땅을 밟지 못했다.

그의 지난한 삶은 세상을 뜬 이후에도 여전했다. 2003년 출발한 한국의 첫 국제 콩쿠르인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는 정부와 자치단체의 홀대를 받았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윤이상평화재단은 2013년 이후 정부의 지원이 끊겼다.

유럽에서는 탄생 100주년을 맞아 윤이상의 업적을 잇달아 기리고 있는데, 정작 고국에서는 홀대 받고 있는 셈이다. 다행히 올해 11월 콩쿠르를 이어갈 수 있는 예산의 절반 이상을 확보하면서 고인의 명예를 고국에서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서울연극제를 운영하는 서울연극협회는 대표적인 블랙리스트 단체다. 정부가 운영하는 아르코예술극장, 대학로예술극장의 대관에서 지난 2년 연속 탈락했다. 지난해 자격 조건이 되지 않아 국비 신청을 하지 못했는데, 올해 지원을 받게 됐다. 정부에서 이에 따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 흔적 지우기에 나선 것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정부가 문화예술 지원에 있어 예년보다 더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며 "블랙리스트 관련 단체들에 대한 본격적인 지원 여부는 남은 공모 심사를 좀 더 지켜보고 판단해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올해 문예진흥기금 공모사업 운영과 관련 주요 개편내용을 최근 공개했다. 공정성과 투명성에 초점을 맞춰 고심한 부분이 엿보인다.

예술계 주요 협회 및 단체로부터 심의위원 적격인사를 추천받는 등 심의위원 후보군을 구성하고, 이 후보군에서 심의위원을 위촉함으로써 심의위원회 구성 단계에서부터 문화예술계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반영하는 '심의위원 공개 추천제 도입'이 예다.

특히 지원심의 옴부즈만 제도 운영이 눈에 띈다. 지원심의 관련 불합리한 업무처리에 대해 지원신청인이 이의신청을 제기하는 경우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옴부즈만이 해당 심의과정 및 결과에 대한 적정성 여부를 조사, 검토하고 그 결과를 이의신청인에게 회신하게 되는 제도다. 공모 심사에 대한 불공정 시비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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