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링 경기 같았던 정명화×안숙선×한상일 '세개의 사랑가'

  • 뉴시스

입력 : 2017.02.09 09:50

G-365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기원 음악회
■'G-365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기원 음악회'
흔히 클래식음악 연주자와 운동 선수는 반복 연습과 자신과의 싸움 부분 등에서 공통점을 찾는다.

7일 저녁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진 'G-365 평창동계올림픽 성공기원 음악회' 무대에 오른 스타 연주자들은 이 전제에 대한 확신을 줬다.

세계적으로 위상을 높힌 정상급 클래식 아티스트들로, 일반적인 공연이라면 한데 모으기 힘든 이들이다. 1년 앞으로 다가온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을 기원하기 위해 뭉치는 것이 가능했다.

이날 연주자들의 각각 무대는 마치 동계올림픽 게임 종목을 연상케했다. 1부의 포문을 연 첼리스트 정명화, 명창 안숙선, 피아니스트는 한상일, 소리북 전계열의 임준희 작곡의 '세 개의 사랑가' 무대는 컬링이 겹쳐졌다.

4인이 한 팀으로 구성되는 형식도 같다. 두 명 이상의 선수가 스톤의 이동 경로를 따라 함께 움직이며 솔을 이용해 스톤의 진로와 속도를 조절하는 게임으로 네 연주자가 주고 받으며 멜로디와 리듬의 방향과 빠르기를 유연하게 조정하는 것이 일품이었다.

'춘향가' 중에서 '사랑가'를 주제로 한 곡인데 판소리는 춘향, 첼로는 이몽룡이 돼 대화하듯 주고받는다. 특히 거장 정명화가 이몽룡을 연기하는 대목에서, 객석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한상일과 더블 베이시스트 성민제는 드뷔시의 '달빛'과 몬티의 '차르다시'를 듀엣했는데 봅슬레이 2인승 경기를 떠올리게 했다. 방향을 조종할 수 있는 썰매를 타고 얼음으로 만든 트랙을 활주하는 경기인데, 봅슬레이의 유연함과 속도감이 몽롱환 '달빛'과 야성적인 '차르다시'와 겹쳐졌다.

1부의 피날레는 '바이올린 여제' 정경화가 장식했다. 바흐 파르티타 2번 '샤콘느'를 선보인다. 심오함과 고난도의 곡으로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음악'으로도 통하는 이 곡을 연주하는 정경화는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처럼 보였다. 하얗게 눈이 쌓인 들판을 가로지르는 선수처럼 2500석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는 그녀가 홀로 들려주는 바이올린 소리는 고독하지만 결연하게 울려퍼졌다.

이날 하이라이트는 최수열 서울시향 부지휘자가 지휘한 KBS교향악단과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한 피아니스트 박종화였다. '격렬한 서정성'으로 기억되는 이 곡을 화려하게 연주하는 박종화는 피겨 스케이팅 선수 같았다. 빙판 위를 활주하며 다양한 동작으로 기술의 정확성과 아름다움을 겨루는 이 빙상경기처럼 피아노 건반 위에서 그의 열 손가락을 정확성과 아름다움을 뽐냈다.

소프라노 홍혜경과 베이스 손혜수의 오페라 '돈 조반니' 중 '자! 우리 손을 잡아요' 무대는 우아한 아이스하키 경기였다. 결혼식을 앞둔 시골 처녀 체를리나를 돈 조반니가 유혹하며 별장으로 이끌고 들어가며 부르는 2중창에서 두 스타 성악가는 환상의 호흡을 과시하며 화려한 무대 매너를 보여줬다.

특히 홍혜경은 급작스런 날씨 변화로 감기에 걸리는 등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기량을 끌어올리는 노련함을 뽐냈다. 그녀는 월드비전 어린이 합창단과 함께 모차르트의 '주님을 찬미하라'도 들려줬다. 피날레는 월드비전 어린이 합창단이 들려준 한태수의 '아름다운 나라'였다.

이처럼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 못지 않은 열정을 마음껏 과시한 스타들의 무대를 이날 전석 1000원에 즐겼다는 것만으로도 큰 호사였다.

평창올림픽을 꿈꾸며 평창에서 '대관령 국제 음악제'에 '평창겨울음악제'를 이끌어온 정경화 감독은 "이렇게 올림픽개최 1년을 앞두고 이 무대에 서게 돼 감개무량"하다고 전했다.

이날 공연은 배우 김석훈이 사회를 봤으며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했다. 아울러 티켓 수익금은 예술나무운동에 기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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