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연출 박근형 "자유로운 표현위해 선거 잘해야"

  • 뉴시스

입력 : 2017.02.08 09:37

작품 소개하는 박근형 연출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시발점이라고 알려진 연극 '개구리'의 연출가인 박근형 극단 골목길 대표는 "저희들이 주권을 잘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연출은 7일 오후 서울 남산예술센터에서 열린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의 '2017 시즌 프로그램 발표' 자리에서 "자유로운 표현을 한 이후에도 불이익을 받지 않은 때가 오려면 선거를 잘 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연출은 앞서 지난 2013년 박근혜 대통령과 박 대통령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부녀를 풍자한 연극 '개구리'를 국립극단에서 선보였는데, 이후 현 정부의 각종 연극 지원에서 탈락했다는 의혹이 곳곳에서 제기됐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간부들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개구리'로 청와대가 2014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하는 계기가 됐다는 진술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후 박 연출은 각종 정부의 연극 지원에서 탈락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다시 남산예술센터 시즌 프로그램에 포함된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 작품은 작년 공연 이후 '제53회 동아연극상' 작품상 등 시상식을 석권하며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이 뿐만 아니다. 지난 2015년 10월 국립국악원의 용호성 기획단장(현 주영 한국문화원장)이 박 연출이 참여할 예정이던 앙상블 시나위의 '소월산천' 공연을 2주 가량 앞두고 공연이 극장 내부 시설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블랙리스트 논란이 거세진 바 있다.

김해숙 국립국악원 원장은 이날 오전 우면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기관이라 정부 방침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사실상 박 연출에 대한 검열을 시인했다.

앙상블시나위 공연이 취소된 것은 매우 마음이 아프고 안타깝다는 김 원장은 "예술가가 정치에 연관되는 것을 싫어하는데, (검열 논란과 관련) 그런 상황을 피해가기 위해 노력했는데, 어쩌다보니 소낙비를 맞았다"고 했다.

박 연출은 이날 블랙리스트 관련 질문에 "저희들의 선택이죠. 잘해야 했고 공존했으면 이런 일이 이런 나지 않았을 거"라며 "그전에도 떠도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그 전임인 어떤 분도 책상에 (블랙리스트 관련) 명단을 갔다놓았다고 떠돌았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사람들이 깨어 있고 여러 사람들이 그것에 대해 분노하고 눈을 뜨고 밝혀내서 알려지게 됐다"면서 "앞으로 자유로운 표현을 위해 선거를 더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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