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출신 연출 김승철·이지수 "하고 싶었던 이야기합니다"

  • 뉴시스

입력 : 2017.01.31 10:20

연출가 김승철-이지수 인터뷰
창작공동체 아르케의 김승철(53) 대표와 극단 엠.팩토리(M.Factory)의 이지수(48) 상임연출은 배우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배우의 마음을 잘 알고 배우일 때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작품에 벼리며 호평 받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박명진)의 '2016 공연예술 창작산실 우수신작 릴레이 연극 공연'을 통해 선보이는 극단의 신작 '툇마루가 있는 집'(2월 10~26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과 엠팩토리의 '혈우'(2월 11~26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로 노련해진 솜씨를 뽐낸다.

최근 대학로에서 만난 두 사람은 "연출을 하면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더 하게 됐다"고 말했다.

1990년 대학을 졸업하고 선배들이 만든 극단 서울연극앙상블에서 배우 생활을 시작한 김 대표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휴지기를 갖다 2008년 아르케의 창단공연 '아름다운 살인자! 보이첵'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연출가의 길에 들어섰다.

"배우로 참가한다는 건 해당 작품을 온전히 책임질 수 있는 자리는 아니에요. 작품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연출과 의견이 부딪히면 연출 의견에 따라갈 수밖에 없어요. 작품 전체를 보는 눈이나 가치관을 오롯이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이 연출은 1991년 극단 모시는 사람들에서 배우로서 경력을 시작했다. 2009년 '100페스티벌'에서 작품상을 받은 '비정규식량분배자'로 본격적인 연출자로 나섰다. 이후 2012년 창단된 엠팩토리에 뒤늦게 합류, 2014년 제14회 2인극페스티벌'에서 '잠수괴물'을 통해 한민규 작가와 호흡을 맞춘 뒤 이 극단의 대표이기도 한 한 작가와 콤비로 활약 중이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배우로 나서기도 했지만 "공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이 연출은 "점차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대한 갈증이 생기더라고요. 창작 작업을 하고 싶은 이야기도 생겼다"고 말했다.

'툇마루가 있는 집'과 '혈우'는 각각 김 대표와 이 연출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형식이 절묘하게 들어맞는 작품들이다.

김 대표가 직접 극작까지 맡은 '툇마루가 있는 집'은 남자가 오래 전 세상을 떠난 형의 기일을 맞아 아내와 함께 자신이 어릴 적부터 청년기까지 살았던 옛 집을 찾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1970~1980년대 청년기를 보내며 상처를 받은 중장년들이 트라우마로 점철된 한국 현대사와 화해하는 과정을 따듯하게 톺아본다.

날카롭고 삐죽하게 튀어나왔던 아르케의 지난 작품들과 색깔이 다르다. 아르케(Arkhe)는 그리스어로 '최초'라는 뜻으로 '근원' '본질' 등을 뜻한다. 부조리한 사회에 날카로운 비수를 꽂아왔다.

"한옥 집 배경은 제가 어릴 때 살던 용두동이에요. 지금은 다세대 주택으로 바뀌어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곳입니다. '툇마루가 있는 집'은 이에 따라 색깔이 섬세하고 잔잔하고, 감성적이죠."

날카로운 집단으로 알려진 아르케는 사실 어떤 이야기나 어떤 형식에도 구애받지 않는 극단이라고 했다. "이야기에 따라 적절한 형식이 있기 마련이라고 생각해요. 1970~1980년대는 가장 격변기로 문화적으로 경제적으로 뜨거웠던 때죠. 그 격랑의 물결에 맞아 멍든 사람들의 이야기에요."

역사적으로 주목 받지 못했지만 소리 없이 헌신한 일반 시민들의 이야기인 셈이다. "담 밖에는 격랑이 몰아치는데 울타리 안에서 그저 제일을 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연민이 느껴졌어요. 그들을 보듬어주고 싶었습니다."

반면 '무협활극'이라는 장르를 내세운 '혈우'는 활기찬 성격의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준 역의 김수현과 최의 역의 김영민 캐스팅이 눈길을 끄는데 역시 한 작가가 극작을 한 작품으로 고려 무신정권 말기를 다뤘다.

왕은 시대적 희생양이자 허수아비 같은 존재며, 정작 왕을 움직이는 것은 힘을 보유한 최씨 정권의 무신들이었던 당대를 통해 새 시대를 위한 전쟁이 결국 비극의 연장선을 지속시키는 기능만 했음을 파헤친다.

"권력의 쟁취를 소재로 삼았는데 그 시대의 잔혹함과 살벌함이 오늘날과 닮았죠. 그럼에도 우선 일차적으로 드라마의 재미를 살리는 것이 목표예요. 사유와 논쟁의 드라마라고 볼 수 있지만 배우들의 활기, 역동성, 움직임 등 신체적인 것을 통해 즐거움을 주고 싶어요. 희곡을 읽다 보면 영상적인 재미를 요하는 부분이 많아 무대적인 연출이 고민이죠."

하지만 역사적인 화두 역시 연출적인 부분에 자연스럽게 담는다. "권력에 대한 투쟁을 벌이는 군상을 통해 역사적으로 멋진 영웅 이야기가 아니라 내 주변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으면 했어요. 주제가 노골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두 연출과 속한 극단은 꾸준히 좋은 작품을 선보이고 있지만 한국 연극계를 상징하는 대학로 생태계는 녹록한 환경이 아니다.

김 대표는 상업적인 연극이 아닌 예술성이 가미된 연극에 대한 지원 정책을 강조했다. "순수 예술은 구조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불가능해요. 이런 구조에서 연극을 만드는데 지원이 없다면, 신발 신지 말고 선인장 위를 걸으라는 이야기죠. 지원 방법은 물론 공정하고 명확해야 합니다. 그런 것을 통해 순수예술에 대한 지원을 해야죠. 순수예술이 살아나지 못하면 대중예술도 죽습니다."

이 연출 역시 김 대표의 말에 적극적으로 동의한다며 좀 더 많은 대중이 연극을 볼 수 있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대중성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에요. 아무 정보도 없는 사람이 연극을 고르기 힘드니, 재미있게 볼 수 있는 포인트를 던져주자는 거죠."

김 대표는 여기에 관객들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연극이라고 첨언했다. "연극은 답을 주는 것이 아닌, 질문을 던지는 거죠. 질문을 던지면서 각자에게는 어떤 화두가 있는지 고민케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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