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안으로 들어온 현장예술…클래식·뮤지컬 생중계 바람 왜?

  • 뉴시스

입력 : 2017.01.25 09:47

김정원
브람스 만년의 쓸쓸함이 담긴 피아노 소품집 Op.118-2 인터메조가 울려퍼지자 "눈물이 맺혔다" "위로가 된다" 등의 반응 글들이 채팅창을 채운다.

같은 시간인 지난 23일 오후 이태원 음악공간 스트라디움에 모인 50여명 사이에서도 그 위로의 선율이 똬리를 틀었다.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와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함께 만드는 V 라이브 클래식 생중계 콘서트인 'V살롱콘서트'의 첫 방송 현장.

네이버 V앱의 클래식 채널을 통해 생중계 되는 콘서트 프로그램으로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디렉팅을 맡아 매달 연주자의 연주와 인터뷰로 꾸민다. 이날 첫 회인 만큼 황수경 전 KBS 아나운서가 사회를 보고, 김정원이 초대 손님으로 나섰다. 중학교 2학년 때 오스트리아로 유학을 떠나 유럽에서 촉망 받던 그가 2009년 귀국한 뒤 경희대 음대 교수로 나서기까지의 과정을 담담하면서도 솔직하게 전했다.

평소 공연장 무대에서 김정원을 접한 팬들에게는 그의 내면을 좀 더 톺아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던 셈이다. 오후 8시부터 1시간 남짓 진행된 방송은 약 1만2000명이 지켜봤다.

'V살롱 콘서트'의 가장 큰 매력은 1800년대 유럽에서 작은 홀에서 아늑하면서도 친밀하게 진행된 살롱 콘서트의 분위기를 모바일로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날 김정원과 절친한 싱어송라이터 윤종신과 하림, 성악가 손혜수,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등이 객석에 앉아 친근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방송이 되지는 않았지만 김정원은 이날 객석을 채운 지인과 팬들을 위해 슈만의 '어린이의 정경 중 '트로이메라이'(꿈)를 앙코르로 들려줬다.

앞으로 'V살롱콘서트'를 진행하는 김정원은 "연주를 하다 대화를 나누는 방식이 몰입해야 하는 연주자에게는 쉽지 않은 형식"이라면서도 "생중계가 되는 만큼 더 많은 팬들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크다. 여러 연주자를 초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이 프로그램에 출연이 확정된 연주자로는 피아니스트 김선욱, 손열음, 임동혁과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성악가 황수미, 손혜수 등이 있다.

V살롱콘서트 전민정 PD는 "실제로 피아니스트 김정원과 오랜 인연이 있는 음악가들로, 방송을 통해 이들의 연주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면을 더욱 깊게 느낄 수 있는 삶의 이야기까지도 들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평소 대중이 접근하기 힘든 클래식음악 콘서트의 생중계는 이미 있었다. 네이버는 2012년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과 피아니스트 임동혁의 공연을 시작으로 온라인 생중계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롯데콘서트홀 개관 공연 등 굵직한 콘서트 등이 생중계되면서 관심을 받고 있다. 모바일을 통해 손안으로 현장예술이 들어오면서 젊은 층의 관심이 특히 늘고 있다.

클래식음악 전문 플랫폼인 'V클래식' 첫 공연으로 한국인 첫 쇼팽 콩쿠르 우승자인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쇼케이스 '조성진, 피아노와의 대화'는 무려 접속자 수가 8만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서울시향은 연말 인기 레퍼토리로 단숨에 매진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의 지난해 12월28일 무대를 네이버로 생중계해 큰 호응을 얻었다. 클래식계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는 화려한 외모 덕분에 공연이 생중계된 뒤 클래식에 관심이 없던 대중의 반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현장예술의 미학으로 통하는 클래식음악의 생중계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민정 PD는 "시청자들이 유명 연주자의 고품격 연주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실시간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며 "클래식 음악의 저변을 확대시키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을 손안에서 쉽게 즐길 수 있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생중계는 클래식음악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상업성이 짙은 뮤지컬로 확대됐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1월 최고의 화제작인 뮤지컬 '레드북'을 비롯해 최근 '2016 공연예술 창작 산실 우수신작 릴레이'의 작품들을 네이버 V라이브와 TV캐스트로 1차례씩 생중계 해 온라인에서 호응을 얻었다.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접근성이 떨어지는 성남아트센터에서 공연한 뮤지컬 '금강, 1894'도 한 차례 온라인 생중계로 뮤지컬 팬들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 이달 4일 국립극장은 마당놀이 '놀보가 온다'를 생중계, 중년 관객이 많은 이 작품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을 환기시키기도 했다.

종합편성채널 JTBC는 이런 흐름에 발 맞춰 클래식 음악 모바일콘텐츠를 자체 제작했다. 26일 오후 6시 페이스북, 유튜브, 팟캐스트 등의 플랫폼을 통해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게스트로 나서는 '고전적 하루' 첫 회를 방송한다. 시청률이 높지 않다는 이유로 TV에서 보기 힘든 클래식음악 콘텐츠가 온라인으로 옮겨온 것이다.

진행을 맡은 중앙일보 문화부 클래식음악 담당 김호정 기자는 "클래식 음악을 다루는 방송사 프로그램이 폐지되거나 꼭두새벽에 편성되는 요즘에 편하고 친근한, 그러면서도 음악의 매력을 최대한 살린 콘텐트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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