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7.01.24 00:56
[뮤지컬 오디션 현장, 치열한 뒷모습]
'햄릿' 앙상블에 지원자만 1500명, 100대1 경쟁률… 65명 1차 통과
"될 만한 지원자는 기운 남달라"
알려진 스타도 넘어야 할 관문… 제작사, 직접 인재 양성 교육도
영화 '라라랜드' 속 주인공 미아(에마 스톤)는 할리우드 배우를 꿈꾸며 오디션을 보지만 번번이 낙방이다. 오기가 난 그녀, 직접 쓴 대본으로 소극장 일인극에 도전한다. 몇 안 되는 관객은 그나마 혹평. 절망한 미아는 고향으로 돌아간다.
영화 속 이야기지만 현실 무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까지도 오디션을 봤다는 주연배우 에마 스톤은 외신에서 "영화에서처럼 'Thanks for coming in(와줘서 고맙다)'이라고 말하는 건 '떨어졌다'나 마찬가지"라며 "듣기 끔찍하지만 나도 겪었다"고 고백했다.
◇주저앉을 만큼 떨리지만…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지난 17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연습실. 오는 11월 무대에 오를 CJ E&M의 창작 뮤지컬 '햄릿'의 주요 배역과 앙상블(코러스 배우) 오디션이 한창이었다. 14명 뽑는 앙상블에 평소보다 3배쯤 많은 1500여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서류 전형을 거친 228명 중 1차 오디션 통과는 65명뿐이었다. 춤과 노래 합쳐 주어진 시간은 총 4분. 신혼여행을 미루고 오거나, 10년 전 데뷔한 뒤 아이 엄마가 돼 다시 도전한 지원자, 한편에 쭈그리고 기도하는 지원자까지 각양각색이다.
영화 속 이야기지만 현실 무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까지도 오디션을 봤다는 주연배우 에마 스톤은 외신에서 "영화에서처럼 'Thanks for coming in(와줘서 고맙다)'이라고 말하는 건 '떨어졌다'나 마찬가지"라며 "듣기 끔찍하지만 나도 겪었다"고 고백했다.
◇주저앉을 만큼 떨리지만…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지난 17일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연습실. 오는 11월 무대에 오를 CJ E&M의 창작 뮤지컬 '햄릿'의 주요 배역과 앙상블(코러스 배우) 오디션이 한창이었다. 14명 뽑는 앙상블에 평소보다 3배쯤 많은 1500여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서류 전형을 거친 228명 중 1차 오디션 통과는 65명뿐이었다. 춤과 노래 합쳐 주어진 시간은 총 4분. 신혼여행을 미루고 오거나, 10년 전 데뷔한 뒤 아이 엄마가 돼 다시 도전한 지원자, 한편에 쭈그리고 기도하는 지원자까지 각양각색이다.

초보는 별로 없다. 20~30대가 대부분으로 서로 얼굴도 알아볼 만큼 숱하게 오디션을 경험한 '달인'들이다. "맨날 보는 오디션인데도 떨려서 주저앉을 것 같아요." "춤은 되는데 노래가 안 돼 엄청 연습했는데 오늘 실력 발휘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이렇게 힘든 일을 왜 하느냐 묻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일단 합격하면 그다음부턴 기회가 많이 생기니까요." "처음 떨어질 때까 충격이지, 만날 떨어지다 보면 맷집이 생깁니다(웃음)." '눈도장' 찍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후보자도 있다. "떨어지더라도 PD님이 절 기억하고 갑자기 전화할지도 모르거든요. '라라랜드' 미아처럼요."
◇"3초면 당락이 결정된다"
심사위원들은 냉정하다. "아크로바틱 같은 특기 있나요? 잘하지 못하면 할 필요 없어요." "스케일(음계 부르기) 안 시킨다고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왜들 저리 낙담할까."
◇"3초면 당락이 결정된다"
심사위원들은 냉정하다. "아크로바틱 같은 특기 있나요? 잘하지 못하면 할 필요 없어요." "스케일(음계 부르기) 안 시킨다고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왜들 저리 낙담할까."

'햄릿' 오디션장에는 영국 출신 아드리안 오스먼드 연출가, 최인숙 안무가, 양주인 음악감독, 임영조 PD가 앉아 지원자들의 춤과 노래, 프로필을 번갈아 살피며 점수를 매겼다. 오스먼드 연출가는 "영국에선 배우들이 캐릭터 분석이나 텍스트 재해석에 몰입하는 데 반해 한국 지원자들은 파워풀한 에너지로 훨씬 자유롭게 퍼포먼스를 선보인다"며 "오디션 때마다 마치 식구가 늘어난 기분"이라고 말했다. 최인숙 안무가는 "작품마다 스타일이 달라 잠재력과 가능성을 보는 게 중요하다"며 "될 만한 지원자들은 수험번호와 이름을 말하는 순간, 딱 3초면 결정된다"고 말했다.
◇스타들도 오디션 통과해야
알려진 '스타'라고 무사통과는 아니다. 가수 출신 뮤지컬 배우 아이비는 최근 방송에서 "오디션에서 도전 배역에 맞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꾸민다"고 했다. 미래 스타를 키우기 위한 제작사의 투자도 적지 않다. 오는 11월 7년 만에 재공연을 갖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제작사 신시컴퍼니는 지난해 사옥을 개조해 '빌리 스쿨'을 만들었다. 지난해 4월부터 200여명 지원자를 대상으로 오디션을 통과한 '예비 빌리'들에게 8개월간 발레와 탭댄스 등 5개의 춤과 노래를 가르치는 데 억대가 넘는 돈이 들었다. 20일 최종 오디션에선 빌리 역 4명을 위해 7명 지원자가 실력을 겨뤘다. 신시컴퍼니는 "새 얼굴 발굴뿐만 아니라 인재를 키우는 게 제작사의 주요 과제가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