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텐츠 손짓에 거대한 音의 파도가 일다

  • 김경은 기자

입력 : 2017.01.23 00:34

[서울시향 새 수석객원지휘자로 첫 연주 이끈 마르쿠스 슈텐츠]

20~21일 슈만 교향곡 2번과 리스트 피아노협주곡 선보여
리허설 땐 열정적 몸짓에 지휘봉 세 동강 나기도

"저와 오케스트라 사이에 불꽃(spark)이 느껴져서 만족스러워요."

21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 서울시립교향악단 연주를 끝내고 로비로 나온 지휘자 마르쿠스 슈텐츠(52)는 음악팬들 앞에서 이날 호연의 공(功)을 오케스트라에 돌렸다. 미국 유타 심포니 음악감독인 티에리 피셔와 더불어 2019년까지 3년간 수석객원지휘자로 서울시향을 책임질 슈텐츠는 젊은 시절 탱글우드에서 레너드 번스타인과 오자와 세이지에게서 배웠던 독일 출신 지휘자. 지난 20~21일 서울시향을 이끌며 슈만 교향곡 2번과 리스트 피아노협주곡 1번을 선보인 그는 힘찬 몸짓과 자유로운 밀고 당김으로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지난 20~21일 서울시향 신임 수석객원지휘자로 호연을 이끌어낸 마르쿠스 슈텐츠는 “한국 관객에게 클래식이 갖는 가치와 힘을 전달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 20~21일 서울시향 신임 수석객원지휘자로 호연을 이끌어낸 마르쿠스 슈텐츠는 “한국 관객에게 클래식이 갖는 가치와 힘을 전달하고 싶다”고 했다. /서울시향
슈텐츠는 유독 왼손으로 많은 말을 하는 지휘자였다. 악보 없이 지휘대에 선 그는 오른손으론 박자를 맞추고 왼손으론 거대한 음의 파도를 일으키며 슈만의 고뇌에 다가갔다. 연주 전 만난 슈텐츠는 "생각의 자유로움이 담겨 있고 그러면서 다양한 음악 색채와 명암을 갖고 있다"고 슈만 교향곡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나는 콘크리트처럼 견고한 기반을 갖추고 있는 레퍼토리를 통해 고민하면서 작업하는 스타일"이라 했다. "오케스트라의 각 파트를 제 색깔 내도록 훈련시킨 다음 그걸 조화롭게 아울러서 나아가게 하고 싶어요. 2015년 12월 서울시향과 말러 교향곡 1번을 해보니 목관은 말러의 특성을 잘 이해한 소리를 냈고, 브라스 섹션은 에너지로 넘쳤죠. 기본이 탄탄하니 그걸 유연하게 살려내는 건 제 몫입니다." 리허설 땐 지휘봉이 세 동강 날 정도로 열정을 쏟아부었다.

스트라빈스키 '장송적 노래'는 현대음악에 조예가 깊은 슈텐츠의 강점을 살린 영리한 선택이었다. 헝가리 피아니스트 데죄 란키와 함께한 리스트 피아노협주곡 1번은 맑은 물방울들로 건반을 강타한 연주였다.

이번 달에만 서울을 비롯해 영국 맨체스터와 오스트리아 빈 등 세 도시에서 지휘하는 강행군이다. 지난달엔 요미우리 니폰 심포니와 함께 베토벤 '합창' 교향곡을 지휘하며 일본을 순회했다. 열정의 원천은 수영. 자택에 20m 수영장을 따로 둘 만큼 수영을 좋아해 서울에서도 날마다 수영을 했다. 할레 오케스트라 등 수석객원지휘자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슈텐츠는 오는 6월 22~23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슈만 첼로 협주곡(협연 알반 게르하르트)과 브루크너 교향곡 7번을 연주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