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편견 깬 무대 아이들 휘둥그레…'미녀와 야수'

  • 뉴시스

입력 : 2017.01.16 09:51

어린이 창극 '미녀와 야수'
창극 앞에 붙은 '어린이'라는 수식에 긴장을 풀고 있다가, '미녀와 야수'가 시작되는 동시에 마음이 장미 가시에 찔린 듯 따끔해졌다.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 소설가 잔 마리 르 프랭스 드 보몽의 동명 작품을 원작으로 삼은 국립창극단(예술감독 김성녀) 어린이 창극 '미녀와 야수'(극본 장성희·연출 임도완)는 러닝타임 60분 동안 '판타지 세계'의 긴장과 이완을 솜씨 좋게 오갔다.

창극인 만큼 작품을 원활하게 굴리는 중심축은 당연 음악이다. 소리꾼 박인혜가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귀애 쏙쏙 박히는 선율들을 작창했고, 그 선율을 바탕으로 이지수가 멜로디와 리듬에 빠져들 수 있는 전반적인 음악들을 조율했다.

특히 명장면은 미녀인 '아리'와 '야수'의 듀엣곡 '뜨끔 따끔'이다. 야수의 정원에 있는 가시 돋힌 장미가 주요 모티브가 된 이 넘버는 가시에 찔린 물리적인 아픔과 사랑에 빠져 가슴이 아픈 상황을 절묘하게 뒤섞은 명곡이다.

자신의 외모로 인해 사람들이 상처를 받은 걸 보고 자신만의 단단한 성채를 지은 야수의 견고한 마음 한 구석이 차차 무너지기 시작하는 곡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판소리에 대한 편견을 깨는 음악이다. 판소리라고 하면 거친 소리, 한 등의 정서를 주로 떠올이는데 어느 뮤지컬 넘버보다 곱고, 결이 예쁘다.

어른 관객의 마음마저 이처럼 빼앗으니 어린이 관객은 내내 쉴 틈이 없다. 특히 여자 어린이들은 아련한 사랑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다. 특히 야수를 맡은 '창극계 아이돌' 김준수가 가면을 벗는 순간에는 탄성을 내뱉었다.

사랑 이야기에 관심 없이 짓궂게 분장을 놓고 저희들끼리 갑론을박하던 남자어린들은 조명과 영상, 회전 무대 등을 통해 순신간에 성이 되고 벼룩시장이 되는 무대 메커니즘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도창 격인 이야기꾼의 역의 국립창극단 단원 우지용은 구수한 연기와 소리, 익살스런 연기로 어른 관객과 어린이 관객을 동시에 사로잡았다.

국립극장(극장장 안호상) 전속단체로 창극의 다양한 실험을 꾀한 국립창극단의 진화는 여전히 계속된다. 장르뿐 아니라 관객층의 스펙트럼을 넓히는데까지 이르렀다.

국립극장이 2012년 국내 제작극장으로는 처음으로 레퍼토리시즌을 도입한 이후 처음 선보이는 어린이창극으로, 이제 이런 창극이 나올 법도 됐다는 걸 증명한다. 오는 22일까지 KB하늘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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