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디가드' 양파 "첫 뮤지컬, 유격 훈련 받는 듯"

  • 뉴시스

입력 : 2016.12.23 09:43

양파
■ LG아트센터에서 3월 5일까지 공연
"결국 '보디가드'라는 제일 센 놈을 처음 만났어요."

고등학생 가수로 데뷔해 19년 차를 맞은 양파(37·이은진)가 성공적인 뮤지컬배우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이달 막이 오른 뮤지컬 '보디가드'(극작 알렉산더 디넬라리스·연출 테아 샤록)에서 주인공 '레이첼 마론'을 맡아 신인 뮤지컬 배우가 됐지만 수준급 역량으로 호평 받고 있다.

22일 오전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만난 양파는 정작 "뮤지컬이 수월하지 않다"며 "유격 훈련을 받는 듯하다"고 웃었다. 그녀는 휘트니 휴스턴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동명 영화(1992)가 바탕인 이 뮤지컬에서 8할 이상의 넘버를 소화하는 레이첼 마론 역을 맡아 한국 뮤지컬에서 드문 여자 원톱 뮤지컬의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가창력으로 내로라하는 양파는 일찌감치 뮤지컬계 러브콜을 받았다. 2003년 '지킬앤하이드'의 섹시한 캐릭터인 루시 역을 제안 받았지만 "섹시한 춤을 출 수 없었고, (전 소속사와 계약 등과 관련) 소송 등 개인적인 사정으로 크게 용기를 낼 상황이 아니었다"고 했다.

2007년에는 팝스타 비욘세의 '리슨'을 부를 기회가 있었는데 이 곡이 삽입되는 뮤지컬 '드림걸즈' 초연에 제안이 왔으나 "뮤지컬 세계에 대해 아직 겁이 남아 있어" 역시 고사를 했다.

하지만 첫 뮤지컬로 선택한 '보디가드'가 함께 마론 역을 맡은 15년차 베테랑 뮤지컬배우 정선아는 물론 가요계에 '괴물 보컬'로 소문난 손승연 역시 혀를 내두를 정도로 힘든 작품이다.

"뮤지컬에서 여자가 주인공으로 이끌어가는 작품이 많지 않다고 들었어요. '보디가드'는 근데 그 중에서도 가장 힘든 작품이라고 하더라고요. '아이 윌 올웨이스 러브 유'를 우아하게 태연한 척 부르지만 노래에 감정이입할 시간도 없이 (장면 전환을 위한) '퀵 체인지'를 해야 하니 정신이 없어요."

"아침부터 체력 단련을 해요. 5분, 10분씩 쉬면서 뮤지컬배우 분들 오후 6시에 퇴근하면 저는 뮤지컬이 처음이고 연기도 처음이니 남아서 선생님께 계속 배웠죠. 덕분에 여기까지 왔어요. 3회 공연 올렸는데,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죠. 아직 뿌듯하다기보다는 이제 첫 단추를 꿰었구나라는 생각입니다."

무대에 서기 위해서는 양감(量感·volume)이 필요하다는 연출부의 주문에 "체중을 5㎏ 늘리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춤, 연기, 노래가 쉴 새 없이 나오는 레이첼만의 향연이에요. 체력이 돼야 소화할 수 있죠."

내년 3월5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이 뮤지컬에서 30회 남짓을 책임져야 하는 양파는 뮤지컬 참여를 마치 입대하는 것처럼 '입소'라고 표현했다. "아침부터 연습을 해서 점심이 지나면 얼굴이 시커멓게 변해 있는 거예요. 밥도 두 공기씩 먹고 밤에도 먹고 체력도 단련하고 있어요. 마지막까지 공연을 이어나갈 수 있는 사람이 돼야죠."

'애송이의 사랑'을 시작으로 '알고 싶어요' '사랑… 그게 뭔데' 등 주로 발라드를 부른 양파는 '보디가드'에서 '퀸 오브 더 나이트' '아이 워너 댄스 위드 섬데이' 등을 통해 춤 실력도 뽐낸다. 앙상블들이 양파를 들고 공중에서 옮기는 장면도 많다.

"안무가 현란해요. 자칫 잘못하면 누가 다칠 수도 있죠. 긴박하게 공연이 진행되는 걸 보면 긴장도 되죠. 저에게는 새로운 세계에요. 교훈과 고개 숙여짐이 있죠. 감탄과 존경심이 계속 찾아와요. 어느날 머뭇거리고 있으니까 연출님(박소영 협력 연출)이 'XX 정신'이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강하게 키움을 당하고 있어요. 호호."

아이돌 그룹 '핑클' 출신으로 이제 뮤지컬배우로 자리매김한 옥주현에게 조언도 많이 받았다. 양파와 그녀는 절친한 사이다. "그 친구는 뮤지컬을 평생 할 거라 생각하는데 너무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죠."

수많은 유명 뮤지컬을 고사하고 '보디가드'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휘트니 휴스턴의 히트 넘버를 부른다는 것이었다. 양파 역시 16세 오디션 당시 '보디가드' 주제곡인 '아이 윌 올웨이스 러브 유'를 부른 이후 '제2의 휘트니 휴스턴'이 되고 싶다고 했다.

"즐겨 듣고 좋아한 휴스턴 넘버들을 한꺼번에 무대에서 부를 수 있다는 '꿈 같은 이야기'에 유혹당했죠. 내년이면 20년 차인데 초심을 생각나게 한 거예요."

뮤지컬 무대에서 굴곡이 많았던 본인의 과거가 겹쳐지기도 했다. 특히 '고통과 한계를 극복하자'는 내용을 함축한 '원 모멘트 인 타임(one moment in time)'이 대표적이다.

"'모든 걸 이겨낸 날'이라는 부분이 크게 와 닿았어요. 레이첼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제 이야기 같기도 해요. 다 아시다시피 제가 일이 많았어요. (산전수전은 물론) 공중전까지 겪었고, 소속사 문제 등으로 공백기도 길었고요. 때문에 제가 녹음한 결과물이 많지 않아서 아쉽기도 했고요."

하지만 이번에 한동안 듣지 않던 휴스턴의 노래를 다시 부르면서 "제가 음악을 좋아하고 꿈을 키우던 중학교 때 제 모습이 어땠는지 기억하게 됐다"고 했다. "어릴 때 막 울면서 따라 부르던 노래들이죠. 언제가는 이런 사랑을 해보고 싶다고 꿈을 꿨던 시절이 떠오른 거죠. 그런 마음들 때문에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이겨낼 거라는 생각에 '캠프'에 입소했죠. 호호."

남자친구가 아닌 사람과 키스하는 것도 처음이라 극 중 프랭크(이종혁·박성웅)와 키스 장면도 큰 도전이었다는 양파는 연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놓았다.

자신과 '절친'인 영화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의 윤종빈 감독이 이 영화에 카메오 출연을 부탁했지만 자신이 없다며 거절한 그녀다.

"처음에 '보디가드' 대본 리딩을 하는데 제가 얼마나 웃길까라는 걱정이 들었어요. 이러다 '발연기한다'는 소리를 들을까 걱정이 됐죠." 하지만 양파는 첫 뮤지컬임에도 연기가 어색하지 않다는 평을 받고 있다. "매일 장면 연습을 계속 했어요. 연습이 끝나고 집에 가서도요. 이렇게까지 열심히 산 건 고 3때 이후 처음이에요."

자신이 우상으로 삼던 휴스턴이 지난 2012년 사망한 날, 친구들과 함께 노래방에서 그녀의 넘버를 부르며 추모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는 양파는 '디바'라는 존재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사실 올해와 내년에 연세 많은 디바 선생님을 다 만나는 것이 목표였어요. 어떤 사람이랑 어떻게 결혼을 했고 그 안에서 디바로서 삶을 어떻게 조율했는지 궁금했죠. 아이를 나고 목소리가 어떻게 변했는지 등 여러가지 것들을 여쭤보고 싶었거든요. 레이첼도 대개 외로웠을 텐데 그녀와 프랭크 관계 사이에서 '클라이언트'라는 표현이 나왔을 때 직접적인 경험은 아니지만 감정 이입이 되더라고요. 여가수로 사는 것이 한국에서나 어디에서나 쉽지 않죠."

양파는 60세에 자신이 어떤 목소리를 낼 수 있을 지 궁금하다고 했다. "나중에 배호 선생님의 아름다운 트로트 같은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

우선 '디바 만나기 프로젝트'를 빨리 진행하고 싶다며 설레했다. "1번 주자로 옥주현을 만나고 이선희 선생님, 양희은 선생님, 정훈희 선생님을 만나야죠. 백지영·박정현 언니 같이 나이차가 많이 나지 않는 분들도 만나야 하고. 후배들이랑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내년 가을께 정규 음반을 내고 싶다는 양파는 뮤지컬 역시 계속 출연하고 싶다고 했다. "좋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 배우고 얻는 것이 많아요. 음반 활동에도 더 깊이가 느껴지지 않을까요? 출연하고 싶은 작품은… '미스 사이공'이요! 영국에서 봤던 여운이 아직도 크게 남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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