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공연계 결산①] 연극·뮤지컬

  • 뉴시스

입력 : 2016.12.19 10:06

박근혜 정부는 연극·뮤지컬계에 치명타를 안겼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지난해 메르스에 이어 올해는 블랙리스트와 '최순실 게이트'로 불황의 늪에 빠져 들게 했다.

연극계 인사가 특히 블랙리스트 명단에 대거 포함되면서 검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하지만 원로 배우들의 꾸준한 활동은 연극계에 모범이 됐고, 젊은 창작 집단들을 꾸준히 수작을 선보였다.

몇년째 불황인 뮤지컬 업계는 작품이 공연 직전 무산되는 등 다시 위기감이 고조됐다. 하지만 대형 창작뮤지컬 제작, 공연통합전산망 준비 등 산업화의 기틀을 닦기 위한 노력도 병행됐다.

◇블랙리스트 논란·'최순실 게이트' 시국풍자

연극계에 대한 검열 의혹은 지난해부터 불거졌다. 정부가 주도한 블랙리스트 명단이 올해 10월 공개됐는데 연극계 인사가 대거 포함되면서 본격적인 논란이 가열됐다. 대학로 극단들은 5개월 간 릴레이 공연을 선보이는 프로젝트 '권리장전(權利長戰) 2016 - 검열각하' 등을 통해 '검열 열풍'에 맞서 연대했다. 연극인들은 영화인들과 함께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을 특검에 고발했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서 여러 작품에서 각종 풍자와 패러디가 쏟아졌다. 특히 상업성에 치우친 뮤지컬계 역시 동참했다. 특히 변정주 연출과 뮤지컬배우 32명이 중심이 된 '시민과 함께하는 뮤지컬배우들'은 최근 촛불집회에서 민중봉기를 다룬 상징적인 뮤지컬 '레 미제라블'의 '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와 '내일로'를 불러 큰 호응을 얻었다.

◇연극계, 노년 배우의 투혼·젊은 창작진의 분투

올해 연극계는 유독 노년 배우들의 행보가 돋보였다. 연극 '햄릿'이 대표적이다. 박정자·전무송 등 '평균 나이 66세'의 머리가 희끗한 아홉명의 배우가 내뿜는 연기 내공은 한여름의 폭염처럼 관객들을 조여왔다. 올해 연기 데뷔 60주년을 맞은 이순재·오현경도 활발하게 활약했다. '장수상회' '사랑별곡' '아버지' & '어머니' '첫사랑이 돌아온다' '고모를 찾습니다' 등 노년의 삶을 다룬 연극도 잇따라 무대에 올랐다.

젊은 창작진들을 재기발랄한 작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호평 받았다. 고등학교 교실을 통해 집단주의 속살을 섬뜩하게 파헤친 극단 신세계의 '파란나라', 비행기 사고로 가족을 잃고 관제사를 죽인 아버지 이야기를 통해 윤리의 층위와 역학을 이야기한 양손 프로젝트의 '마이 아이즈 웬트 다크',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신화와 전설을 녹여낸 3부작을 묶은 '벙커 트릴로지'가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15세 여중생인 지호와 경주를 통해 청소년의 삶을 풀어낸 국립극단의 '고등어'는 올해가 발견한 수작 중 하나였다. 김은성 작가는 셰익스피어를 재해석한 '함익', 한국의 근현대사를 관통한 '썬샤인의 전사들' 등 비슷한 시기에 일정 선보인 두 작품을 완성도 있게 내놓아 호평 받았다.

◇대형 창작 뮤지컬 잇따라…반면 위기감도 고조

'위키드' '킹키부츠' '아이다' 등 웰메이드 라이선스 대작들의 재연은 여전히 인기를 누렸다. 이와 함께 대형 무대 장치를 투입한 EMK뮤지컬컴퍼니의 '마타하리', 서태지 히트곡을 엮은 스포트라이트의 '페스트', 김준수·박은태 등을 앞세운 '도리안 그레이' 등 굵직한 창작 뮤지컬이 잇따라 선보였는데 평가를 엇갈렸다.

9년 만에 재연한 손드하임의 '스위니 토드'는 실험적인 작품이나 조승우, 양준모 등 스타를 앞세워 대중성도 인정 받았다. '키다리 아저씨' 등 소규로 라이선스 뮤지컬 중에서도 눈길을 끈 작품이 등장했다.

반면 다시 한번 뮤지컬 업계에 대한 위기감을 고조시킨 사건도 있었다. 투자금 돌려막기 등을 통해 위기감이 대두됐던 엠뮤지컬아트의 뮤지컬 '록키' 라이선스 초연은 프리뷰 공연을 하루 앞두고 결국 취소됐다. '노서아 가비' 역시 임금 등을 놓고 제작사와 스태프 간의 갈등으로 조기 폐막했다.

반면, 뮤지컬업계에 희망도 조금씩 보인다. 한국뮤지컬대상, 더뮤지컬어워즈 등 대형 뮤지컬 시상식이 중단되면서 업계에 축제 분위기의 행사가 없어졌는데 지난까지 '서울뮤지컬페스티벌' 내 '예그린 어워드'로 열렸던 '예그린 뮤지컬 어워드'가 올해 독립해 첫 회를 열면서 숨통을 틔웠다.

야외 뮤지컬 축제를 표방하는 '자라섬 뮤지컬 페스티벌'도 성황리에 펼쳐졌다. 한국뮤지컬협회는 뮤지컬인들이 중심이 된 새 뮤지컬 시상식 '한국뮤지컬어워즈'를 내년 1월에 시작한다.

올해만 '도리안 그레이' '곤 투마로우' 등 대형 창작 뮤지컬 두 편 초연과 '잃어버린 얼굴 1895' 세 번째 공연, 연극 '지구를 지켜라' 초연 뮤지컬 '인 더 하이츠'의 일본 공연과 국내 재공연을 앞둔 이지나 연출은 올해의 연출가가 됐다. 강렬한 편곡과 지휘로 유명한 김성수 음악감독은 '에드거 앨런 포' '페스트' '서울의 달'을 잇따라 맡아 마니아 층을 확보했다.

이와 함께 지난 11월 예술경영지원센터와 엔에이치엔(NHN)티켓링크, 예스24, ㈜이베이코리아, ㈜인터파크, 클립서비스주식회사, ㈜하나투어(가나다순) 등이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공연계의 오랜 숙원인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의 내년 1월부터 본격 가동된다.

한국 창작 뮤지컬을 꾸준히 만들어온 서울예술단이 30주년을 맞은 것도 주목할 만한 이슈였다. 과거 미성년자 성매수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던 그룹 '엠씨더맥스'의 보컬 이수는 '모차르트!'를 통해 뮤지컬에 데뷔하려 했으나 뮤지컬팬들의 반대로 무대에 오르지도 못하고 하차하기도 했다.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맞아 국립극단, 서울시극단 등 국공립예술단체들을 비롯한 연극계 뿐 아니라 뮤지컬, 오페라, 무용, 창극 등에서 셰익스피어 작품이 잇따랐다. 12월 현재까지도 '로미오와 줄리엣' '실수연발' '레이디 맥베스' 등 셰익스피어 작품이 다양한 장르로 변주돼 공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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