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오른 TV드라마, 연기 좋은데 노래는…

  • 유석재 기자

입력 : 2016.12.15 01:30

[공연 리뷰] 뮤지컬 '서울의 달'

22년 전의 인기 TV 드라마를 뮤지컬로 각색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시대적 상황도 많이 달라졌고, 젊은 관객은 원작을 잘 모른다. 게다가 81부작이나 되는 긴 이야기를 두 시간 조금 넘는 시간 속에 압축해서 보여줘야 한다. 김운경 원작의 드라마를 뮤지컬로 만든 서울시뮤지컬단의 신작 '서울의 달'(최종윤 작곡, 노우성 연출)은 이런 우려 속에서 지난 주말 무대에 올랐다.

뮤지컬 '서울의 달'
/세종문화회관

이 작품에서 서울시뮤지컬단은 자기들이 '잘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한 듯하다. 제비족 홍식(드라마의 한석규) 역 이필모와 친구 춘섭(최민식) 역 박성훈을 비롯한 출연진은 연기와 스토리 전개에 무게중심을 뒀다. 이필모는 일그러지는 표정과 독특한 전라도 사투리 억양으로 인상적 연기를 보였고, 박성훈은 정감 넘치는 대사 처리로 공감을 샀다. 넓은 대극장 무대를 효율적으로 채우는 군무와 합창이 리드미컬한 무대 전환과 함께 수시로 등장한 것도 나쁘지 않았다. 아날로그 느낌의 달동네와 디지털 질감의 빌딩 숲을 대비한 무대 장치는, 서울이라는 대도시 속에서 신분 상승을 꿈꾸다가 몰락하는 비장한 스토리를 표현하는 데 걸맞아 보였다.

하지만 주연 배우들의 가창력은 만족스럽지 못했고, 극본은 원작 속 인물의 다채롭고 복합적인 성격을 종종 놓쳤다. 그래도 시간적 배경을 2016년 현재로 옮기고도 어색하지 않은 대도시살이의 힘겨움을 포착하고, 옛 드라마의 재미를 압축적으로 무대 위에 옮긴 점은 평가할 만하다.

▷2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02) 399-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