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얀손스 & BRSO '알프스 교향곡' 은 거대한 풍경화

  • 뉴시스

입력 : 2016.12.07 09:34

음표 하나하나가 붓이 돼 거대한 알프스 산맥의 형태를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금관 악기는 햇빛의 싱그러움을 드리우고, 나무 몸통으로 숨을 쉬는 현악기군은 울창한 숲을 만들어냈다.

목관 소리는 새가 돼 공연장 곳곳을 날아다녔으며, 현악과 금관이 빚어내는 웅장함은 찬란한 폭포수가 됐다.

거장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와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BRSO)이 5일 오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들려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은 거대한 풍경화였다.

알프스가 숨겨놓은 다채로운 얼굴을 하나둘씩 꺼내보였다. 이토록 격정적이면서도 은밀한 황홀경이라니.

22개의 연속되는 장면들을 하나하나 세밀화로 그려가는 연주가 일품이었다. 특히 갖은 험로를 뚫고 '정상에서' 들려주는 순간, 총체적인 합주로 드라마틱한 고도(高度)를 펼쳐내는 장관이 정점을 찍었다. 등산 못지 않게 하산의 과정 역시 쉽지 않다. 선더시트를 비롯해 여러 장비들이 천둥소리와 폭풍우를 불러내는데 명징한 사운드를 자랑하는 BRSO는 단지 사운드가 아닌 맥락을 만들어냈다.

이후 일몰이 찾아오고 여운이 감돌 때, 2300여 청중은 50분간 마치 유럽의 중남부에 있는 알프스에 다녀온 듯 숨이 가쁘게 된다. 이후 자연스럽게 환희가 찾아온다.

건강이 좋지 않은 얀손스는 지휘봉을 내리고 조심히 땀을 훔쳤다. 얼굴에는 하지만 웃음이 만연했다. 2부 알프스 교향곡에 들려준 1부 하이든의 교향곡 100번 '군대'에서 이미 탄력적인 강행군의 행진을 했던 그지만 2시간 공연을 이끌어가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군대' 종악장에서 길거리 악단을 떠올리게 하는 연주자 네명의 객석 앞 행진은 위트가 넘쳤다.

전날인 4일에도 BRSO는 정교하면서도 불 같은 연주를 들려줬다. 여유로운 미소가 돋보인 길 샤함이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에 선보인 카덴차, 즉 화려한 기교에 안정적인 화력으로 든든한 지원을 했다. 2부에서 들려준 스트라빈스키 '불새' 모음곡은 정교한 연주의 모범답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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