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수 예술감독 "무용수 트레이닝·창작에 집중할 것"

  • 뉴시스

입력 : 2016.12.07 09:33

■국립현대무용단 신임 감독 취임 간담회
차은택 관련 의혹…"만난 적도 없어" 부인

"타 공공기관과 중복되는 일은 피할 거예요. 이론에 치중하는 교육보다는 실기를 선택해서 집중할 겁니다. 제가 오로지 신경 쓰는 건 무용수, 신작, 창작, 국제 교류죠."

안성수(54) 신임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은 6일 오전 안국동에서 열린 취임 간담회에서 "제가 잘 하는 일을 해야죠. 무용수 트레이닝과 창작을 하는데 집중하고 행정은 방향성만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정국이 혼란스런 시기에 안 감독이 임명된 것을 두고, 무리하게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황태자'로 통한 차은택 광고 감독과 연관 지으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안 감독이 문체부 관계자를 만난 시점은 '최순실 게이트' 각종 의혹이 터지기 시작한 후인 10월 말. "나라가 어지러울 때 이 자리를 맡았는지에 대해 물어보는 분들이 있어요. 저는 제가 할 줄 하는 것만 아는 사람이에요. (차은택을) 만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임기를 시작한 안 예술감독은 미국 뉴욕 줄리아드 무용과를 졸업한 후 1999년부터 현재까지 한예종 무용원 교수로 재직, 신진 무용수의 배출과 안무가의 육성에 힘쓰고 있다. 또 1992년에 무용단체 안성수 픽업그룹을 결성, 현재까지 운영해 왔다.

자신에게는 춤을 발레, 현대무용, 한국무용으로 나누는 '3분법'은 없다고 했다.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출신으로 미국에서 영화를 공부하다 현대무용을 배우게 된 만큼 다양한 장르를 아우른다.

특히 외국에서 무용을 시작한 만큼 "한국 무용수가 특별하고, 탁월하다는 점을 안다"며 "한국의 미를 무용수와 작품을 통해 알리며 해외와 교류하는데 중점을 두겠다"고 했다.

안 감독은 안무가로서 꾸준히 활동하며 국내외에서 인정을 받아왔다. 그래서 그의 이번 임명에 대해 대체적으로 무용계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안 감독은 "관계자분들이 제게 문제가 있다고 했어요. 무용만 한다고 보신 거죠. 다른 일은 안 하고요. 그래서 행정도 해야 한다고 하는데 저는 제가 잘하는 것에 집중하고 싶어요"라고 했다.

한불 수교 130주년 기념사업으로 선정돼 올해 6월 프랑스 국립샤요극장에서 초연한 '혼합', 2009년 초연 이후 현재까지 폴란드·독일 등 해외의 여러 무대에서 공연하며 호평을 받고 있는 '장미'(봄의 제전), 2000년부터 2014년까지 10개의 버전으로 안무자가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만든 '볼레로' 등이 주요 작품이다.

안 감독은 국립현대무용단이 보유한 작품과 내년 7월 자신의 '장미'(봄의제전)을 국악 작곡가 등과 새롭게 풀어낸 신작에 더해 한국 여러 곳에서 축적된 무용수들의 레퍼토리를 해외에 소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신작은 1년에 최소 한편씩 이상은 만들 계획이다. "2017년에는 교류 사업을 시작하고 2018년에는 성과가 보이도록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분들이 한국 문화에 대해 가장 즐거워하는 건 소리와 전통이라고 느꼈어요.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한국적 미를 보여주고 싶어요."

현대무용을 어려워하는 국내 대중의 눈높이를 어떻게 맞출 거냐는 물음에는 "저는 절대 대중의 눈에 맞춘다는 소리를 안 해요. 그것이 위험하다"며 "대중의 눈은 굉장히 높죠. 최선을 다해 만들면 혹시나 대중의 눈에 들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라고 했다.

"제 눈에서는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가 재미있었어요. 진전이 빠르기 때문이죠. 최근 '낭만닥터 김사부'도 그렇죠. 내용이 처지지 않고 빨라요. 그것이 제 무용을 하는 입장입니다. 제 자신을 예술가라고 하기보다 엔터테이너로 생각해요."

현대무용에서 애매모호한 상황으로 관객들을 빠져들게 하는 건 안무가의 문제라고 했다. "관객을 의문의 방으로 모는 것과 같죠. 그러면 극장에 안 와요. '나는 몰라, 나는 이해를 못해'라는 상황이 되는 거죠. 그래서 현대무용 관객이 없죠. 저는 그걸 반대로 하려고 합니다."

국립현대무용단이 마주한 현안 중에 하나는 상주 단원이 없다는 것이다. 안 감독은 이달 19일부터 24일까지 무용수를 뽑기 위한 오디션을 진행한다.

"내년 1월 두 번째 주에 워크숍을 할 겁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10시 클래스를 열고 발레도 가르칠 거예요. 오디션은 본다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이후에도 수시로 진행할 겁니다. 제가 뽑을 인원은 15명 가량이죠. 이들이 메인팀이 될 거예요. 제가 관여하는 모든 작품은 다 투입될 겁니다. 해외 안무가가 오면 현대무용단이 해온 것처럼 다시 오디션을 봐야죠."

발레, 한국무용, 현대무용, 힙합 등 장르 구분 없이 뽑는다. "제 경험상 뭔가 하나를 잘하면 다 잘하기 때문"이다. 다만 "잘 움직일 수 있는 사람, 머리가 생각하는 대로 몸을 움직이는 사람을 뽑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안 감독은 "한국 무용계에는 숨은 고수가 많다"고 했다. "음감과 리듬이 뛰어나요. 저는 미국에서 무용을 처음 시작했는데, 한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놀란 부분이 음악적인 거예요. 신체적으로는 서양인들의 묵직함은 없지만 유연해요. 섬세하게 움직일 줄 알죠."

국립현대무용단이 다른 무용단 등과 구별되는 지점은 '컨템포러리', 즉 '현대'에 방점이 찍혀 있는 단체라는 점이다. 안 감독이 생각하는 컨템포러리는 무엇일까.

"국립발레단에서 하는 것 역시 컨템포러리, 국립무용단에서 하는 것 역시 컨템포러리에요. 제가 하는 것도 컨템포러리고요. 현대에서 이뤄지는 것이 모두 컨템포러리죠."

안 감독은 예전에는 예술감독 자리에 관심이 없었다고 했다. 비공식적으로 국립현대무용단, 국립무용단에 함께 할 의중이 있는지 일부 인사가 물어도 그런 마음이 없다고 했다.

"제가 하는 것에 대해 만족을 했었거든요. 일을 크게 벌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좋은 무용수를 만들고 그런 것에 만족했어요. 국립무용단은 감히 제가 할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했고요. 그런데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 분을 만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고 현대무용단에 대한 사명감이 생겼죠. 3년 후에는 기력이 없을 것 같았고, 더 사명감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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