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SNS로 번진 암표 전쟁

  • 유소연 기자

입력 : 2016.12.03 03:00 | 수정 : 2016.12.16 09:32

온라인 공연 예매 경쟁 치열, SNS서 '바가지 암표' 구하거나 대리 예매자까지 고용
선량한 공연팬들은 자구책, 암표상 신고하고 취소표 구매

"콜드플레이 공연 스탠딩 앞자리로 구해주실 분! 엑소 팬 우대합니다."

지난 23일 대학생 김모(여·24)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구인 광고를 냈다. 이날 김씨는 내년 4월 내한하는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 공연 1차 예매에 실패했다. 김씨는 연락이 온 몇 명 중 한 여고생에게 답장을 보내 착수금 5만원을 입금했다. 아이돌그룹 팬클럽 출신 중에 인터넷 예매 귀재인 '신의 손'들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다음 날 2차 예매에서 김씨는 결국 '신의 손'을 빌려 티켓 예매에 성공했고 표값과 함께 성공보수 5만원을 더 입금했다.

한 티켓 양도 사이트에 올라온 75만원짜리 콜드플레이 공연 암표. 이 공연의 최고가 좌석 정가는 15만4000원이다.
한 티켓 양도 사이트에 올라온 75만원짜리 콜드플레이 공연 암표. 이 공연의 최고가 좌석 정가는 15만4000원이다. /인터넷 캡처
같은 날 직장인 김모(31)씨는 점심도 거르고 서울 명동 PC방으로 달려갔다. 김씨가 화면이 멈춘 모니터를 보고 '새로 고침'을 눌렀을 때는 이미 모든 좌석이 다 팔린 뒤였다. 이날 예매처인 인터파크·예스24의 동시 접속자 수만 90만명에 달했다. 예매 직후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엔 정가 15만4000원(최고가 기준)인 티켓에 웃돈을 얹어 최고 100만원 넘는 암표가 매물로 쏟아졌다. 김씨는 "숨 돌리기 무섭게 수십만원짜리 암표가 인터넷에 나도는 걸 보고 울화통이 치밀었다"고 했다.

온라인 공연 예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손가락 속도전' 대신 SNS상에 떠도는 암표를 사거나 대리 예매자를 고용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 최근 온라인 암표상들은 트위터·인스타그램에 '양도 전용 계정'을 만들어 손님을 끌고 있다. 구매자가 계정을 '팔로우'하고 메시지를 보내면 티켓 값을 흥정하고 좌석 위치와 입금 계좌번호를 알려준다. 누구나 대화에 참여할 수 있는 모바일메신저의 '오픈 채팅' 기능도 많이 이용된다.

이들은 대부분 컴퓨터로 주문을 자동 입력하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쓴다. 공연 날짜와 좌석을 선택하고, 결제 정보를 입력하는 과정까지 클릭 한 번에 진행되기 때문에 사람의 손으로는 도저히 따라갈 재간이 없다. 전문 암표상뿐 아니라 대리 예매를 해주는 알바생들도 이용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온라인에서 웃돈을 주고 입장권을 파는 이들을 단속할 법적 근거는 없다. 현행법상 현장에서 사고파는 거래만 암표 매매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선량한 공연 팬들은 자구책에 나섰다. 공연명, 좌석번호, 계좌번호 등을 명시해 온라인 암표상을 예매처에 신고하는 것이다. 예스24 티켓 관계자는 "온라인 암표 신고가 들어오면 약관에 따라 표를 강제 취소시키고 있다"며 "한 아이디로 표 수백 장을 사들이는 등 매크로를 쓴 정황이 보이는 티켓들도 환불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이렇게 취소된 티켓을 운 좋게 예매하는 '취케팅(취소+티케팅)'은 일반 관객이 예매 전쟁에서 이기는 몇 안 되는 방법의 하나다. 이모(여·29)씨는 "암표 사지 않기 운동이 벌어지는 분위기여서 취소되는 표를 구하려고 온종일 컴퓨터만 들여다보고 있다"며 "정상적인 방법으로 표를 사는 관객들만 손해 보는 느낌"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