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12.01 03:00 | 수정 : 2016.12.01 09:45
[탄생 50년, 국악관현악의 위기]
1965년 첫 창단, 현재 전국 40여개
서양 관현악 체제 무비판적 모방… 문제점 수정 없이 양적 팽창만
마이크 등 장비로 음량밸런스 맞춰 "음향감독이 만드는 음악" 비판도
국악관현악이 지천명(知天命)을 넘겼다. 1980년대 전국적으로 국악관현악단 창단 붐이 일었고 1990년대에는 국악관현악 전성시대라 할 정도로 절정을 누렸다. 신설되는 관현악단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했다. 정규 교육과정을 마친 음악 인력을 소화하는 통로로 활용됐고, KBS·국립국악관현악단 등 주요 악단은 한때 '국악계의 삼성'이라 불릴 만큼 국악과 졸업생들의 취업 희망 1순위였다. 하지만 반세기가 지난 지금, 국악관현악은 총체적 위기다. "2000년대 정체기에 이어 2010년대는 암흑기"(윤중강 국악평론가)라 할 정도다. 서양 관현악 체제를 무비판적으로 모방한 국악관현악이 악기의 한계와 편성, 작품의 빈곤 같은 문제점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양적 팽창만 해 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작곡가·지휘자·관객 없는 3무(無) 위기
국악계는 '작곡가가 없다'는 게 제일 큰 문제라고 꼽는다. 새로운 작곡가와 참신한 곡이 국악관현악단을 먹여 살리는데 늘 '뻔한' 곡만 연주한다는 것이다. 악단들은 매년 초연 작품을 발표하지만 재연 작품은 손에 꼽을 정도. 대다수 곡이 한 번 연주되고 사장된다. 송현민 음악평론가는 "작곡가 풀이 워낙 적다 보니 함량 미달의 초연 곡이 많다"며 "국악과 양악이라는 이분법으로 국악 작곡가들만 보호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작곡가를 발굴하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지휘자 부족 현상도 심각한 문제다. 현재 전국적으로 40여 개 국악관현악단이 있지만 제대로 훈련받고 활동하는 '국악 지휘자'는 손에 꼽을 정도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2014년부터 대표 공연에 서울시향 부지휘자 최수열을 내세웠고, 지난해 '임헌정과 국립국악관현악단'에선 코리안심포니 오케스트라 예술감독 임헌정이 바통을 잡았다.
국악관현악에 대한 관객들 기대치도 낮다.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은 지난해 전통음악 '산조'에 새 옷을 입힌 기획 공연을 선보였다. 국악관현악의 세계화를 모색하기 위해 산조를 바탕으로 프랑스 재즈 피아니스트와 한국 기타리스트가 협연했으나 이날 객석의 절반은 비어 있었다. 객석 점유율 54.1%, 유료 관객은 49.3%로 그마저도 '공짜 관객'이 절반을 넘었다. 최근 3년간 국립국악원 정기 공연 유료 객석 점유율 평균도 정악단(72.5%), 무용단(74%), 민속악단(71.9%), 창작악단(56.7%)으로 국악관현악을 연주하는 창작악단 공연을 보러온 유료 관객이 가장 적었다.
◇작곡가 아니라 엔지니어가 만드는 음악?
국악관현악단의 본질적 문제는 '음향'이다. 국악 작곡가들은 "현재 국악관현악단의 음악은 작곡가가 아닌 엔지니어(음향 감독)가 만든다"고 자조 섞인 비판을 한다. 국악기는 서양 악기보다 음량이 작기 때문에 마이크와 스피커 등 음향 장비를 활용해 상대적으로 음량이 작은 악기들은 증폭하고 음량이 큰 악기는 덜 증폭해 서로 간의 음량 밸런스를 맞추는 작업을 거치기 때문이다. 황호준 국악 작곡가는 "현실적으로 연주가 불가능한 곡을 내놓고 음향 기술로 해결하는 일도 부지기수"라고 했다.
결국 기획 단계부터 작곡가와 악단이 협의하고 워크숍, 제작발표회 등을 마련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이 올해 처음 실시한 '상주 작곡가' 제도나 2014년 선보인 '리컴포즈'가 좋은 예다. '리컴포즈'는 국적이 다른 4명의 해외 작곡가에게 위촉해 그들이 바라본 한국 음악의 특징을 바탕으로 새 곡을 내놓았다. 송현민 평론가는 "국악에 관심 있는 해외 작곡가들까지 적극 발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