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12.01 01:00
공연계도 최순실 패러디 열풍
오페라·연극부터 마당놀이까지… 대사에 '순실' '그네' 넣어 풍자
최근 서울 신사동 광림아트센터에서 개막한 라이선스 뮤지컬 '오! 캐롤'의 한 장면. 196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닐 세다카의 팝송이 흐르는 이 뮤지컬에서 난데없이 최순실 게이트를 풍자하는 대사가 나온다. 물론 원작에는 없지만 한국 제작진이 극 중 쇼를 진행하는 남녀 사회자의 멘트로 집어넣은 것이다. 이들이 "여러분! 순실이와 그네를 지구에 못 오게 해요"라고 외치자 객석에선 박수와 환호가 터졌다.
공연계에도 '최순실 패러디 열풍'이 불고 있다. 연극·뮤지컬·오페라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최순실' '박근혜'가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로 대명문화공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날 보러와요'에선 극 중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경찰서에서 진술을 마친 뒤 암전이 될 무렵 갑자기 "내가 이러려고 여기 왔나! 자괴감이 든다"고 소리친다. 지난주 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된 '파란나라'에선 교실에서 잘난 척하는 학생을 향해 다른 학생이 "야! 너네 엄마 최순실이지?"라는 대사를 날렸다.
지난 주말 광화문 촛불 집회의 한복판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 베르디 오페라 '맥베드'에도 '최순실'은 빠지지 않았다. 1막이 끝난 뒤 범죄를 저지른 여주인공이 커튼 밖으로 나와 객석을 응시하더니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당황한 표정으로 퇴장했다. 이 작품의 연출가 고선웅은 "최순실을 패러디한 장면이었는데, 오페라 공연장이 엄숙해서인지 관객이 좀처럼 눈치를 못 챈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 오페라의 2막 마지막 가사는 원래 '이 땅은 산적들의 소굴이 돼 버렸다'인데, 공연 중 자막에서는 '이게 나라냐! 도적들의 소굴이지'라고 바꿔 시위 구호를 연상케 했다.
최신 시사 풍자를 대사에 반영하기로 유명한 마당놀이에서도 역시 '최순실'은 빠지지 않는다. 오는 8일 마당놀이 '놀보가 온다'를 개막하는 국립극장 관계자는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풍자 강도를 높이기 위해 계속 대본을 고쳐 쓰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무대예술은 늘 사회를 풍자해 왔지만, 최근 일련의 최순실 패러디는 극장 안이 극장 밖보다 재미없는 현실을 반영한 것 같아 좀 씁쓸하기도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