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콘서트홀 개관 100일…기억남을 '베스트 공연 5'

  • 뉴시스

입력 : 2016.11.25 14:15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이후 28년 만인 지난 8월19일 서울에서 문을 연 대형 클래식 공연장인 롯데콘서트홀이 26일 개관 100일을 맞는다.

잠실 롯데월드몰 8~10층에 자리 잡은 롯데콘서트홀은 국내 최초의 '빈야드(vineyard) 타입 콘서트홀'로 2036석 객석 어느 곳이든 명징한 음향을 자랑한다. 빈야드는 '포도밭', '포도원'이라는 뜻이다. 포도밭처럼 홀 중심에 연주 무대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롯데콘서트홀은 '개관 페스티벌 시리즈'를 통해 이 공간에서 다채롭고 풍성한 사운드의 공연을 선보여왔다. 대다수의 공연이 호평을 받았지만 그 중에서도 공연계에서 기억 될 만한 무대 베스트 5를 꼽았다.

◇개관 공연(8월19일)

서울시향의 상임 작곡가 겸 공연기획자문역인 '현대음악 거장' 진은숙이 정명훈 전 예술감독과 서울시향을 위해 헌정한 세계 초연곡 '별들의 아이들의 노래'의 다채로운 사운드가 귀를 현혹했다.

롯데콘서트홀이 위촉한 40분짜리 대곡인 '별들의 아이들의 노래'는 클래식음악계 스페이스 오페라(space opera)로 부를 만했다. SF 중 우주여행과 모험을 다루는 영화를 '스페이스 오페라'로 부르는데 '별들의 아이들의 노래'는 사운드의 우주를 모험하는 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황장원 클래식 음악 칼럼니스트 "진은숙 특유의 상상력과 풍부한 기법이 돋보인 작품으로, 특히 타악기의 적극적인 활용으로 롯데홀의 음향적 확장성을 확인시켜줬다"고 들었다.

2부를 꽉 채운 생상스 교향곡 3번 '오르간'은 '별들의 아이들의 노래'가 만들어놓은 광활한 사운드의 우주를 막힘없이 유영했다. 역시 주인공은 객석을 뒤덮는 웅장한 파이프 오르간 소리였다. 이날 공연의 첫 곡은 베토벤의 레오노레 서곡 3번 Op.72a. 비장미를 살짝 쥔 채 시작한 이후 드라마틱하게 변화했다.

◇말러 8번 교향곡 '천인교향곡'(8월25일)

임헌정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 겸 상임 지휘자를 비롯해 독창자 8명, 오케스트라 141명, 19개 합창단 단원 850명 등 총 1000명이 출연했다. 1978년 국립교향악단이 한국에서 이 곡을 초연한 이래 국내 공연에선 그간 500명이 최대였다. 공연장 2036석의 절반가량이 합창 단원으로 채워진 진풍경을 선보였다.

이름값에 걸맞은 웅장한 화음이 쏟아졌다. 특히 도입부에 웅장한 합창과 파이프 오르간 소리가 귓가를 물샐 틈 없이 파고들었다. 음향 좋기로 검증된 롯데콘서트홀에서 울림은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듯해 소리를 온몸으로 듣는 것처럼 느껴졌다.

◇장 기유 리사이틀(9월20일)

86세의 프랑스 출신의 거장 장 기유가 롯데콘서트홀의 파이프오르간 첫 독주자로 나선 공연이다. 그는 자신의 70년 음악 인생을 오선지로 삼아 파이프 오르간의 과거·현재·미래의 음표를 찍어내는 놀라움을 선사했다.

'악기의 제왕'으로 통하는 파이프 오르간이 거장의 손길에 드디어 진면목을 드러낸 것이다. 오스트리아의 빈 뮤직페라인 홀의 파이프를 제작한 리거 사가 제작을 맡아 25억원을 들여 완공까지 2년 넘게 걸린 파이프 오르간의 심장이 이날을 기점으로 드디어 본격적으로 펄떡거리기 시작했다.

장조와 단조의 불안한 공존은 귀를 쫑긋 세우게 만들었던 프랑크의 '영웅적 소품'부, 마치 관현악 연주를 방불케 한 '전람회의 그림' 등 4958개의 파이프와 68개의 스톱(stop·음색과 음높이를 결정하는 장치)은 세밀한 바람 소리부터 웅장한 폭포수 같은 소리까지 다양한 음색을 쏟아냈다.

롯데콘서트홀 개관페스티벌 중 가장 높은 객석점유율과 티켓판매율을 기록한 공연이다. 총 유료관객수 1724명, 유료객석점유율 95%를 기록했다.

롯데문화재단은 "장 기유 리사이틀에 관해 포스팅한 롯데콘서트홀 페이스북 페이지에도 많은 네티즌들이 호응을 보였다"며 "페이지 방문자 및 좋아요 건수도 여타 공연이 비해 많이 증가, 장 기유에 대한 클래식 팬들의 깊은 호감을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정명훈 &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11월1일)

정명훈 도쿄필 명예 음악감독(서울시향 전 예술감독)과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현의 결의 느껴질 정도로 세밀화를 그려갔다. 빈필의 비단결처럼 고운 현이 귀를 포근하게 감쌌다.

상임지휘자 없이 공연마다 지휘자를 초빙하는 빈필에서 지휘자와 악단의 끈끈함은 어떤 화음보다 안정적이었다. 정 감독과 빈필은 1995년부터 해외에서 호흡을 맞춰왔지만 국내에서 함께 연주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1부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은 말 그대로 모범적인 연주였다. 편안하면서도, 단원들의 차진 호흡과 디테일한 연주가 인상적이었다. 2부 브람스의 교향곡 4번이 화룡점정이었다. 특히 1악장과 4악장은 귀가 호사스러울 정도였다. 변주곡의 여운을 한껏 머금은 1악장의 마지막과 묵직하고 비장한 샤콘느 주제 선율을 반복하다 장엄하게 마무리를 짓는 4악장은 명연이었다.

김나희 클래식 음악칼럼니스트는 "카를로스 클라이버 혹은 줄리니(브람스 3번 연주로 유명했는데 앙코르가 특히)를 떠올리게 할만큼 깊이있는 해석과 서정적인 프레이징들이 돋보였다"고 들었다.

◇데이비드 진먼 & NHK 심포니 오케스트라(11월13일)

침잠하는 듯 내내 흐느끼는 폴란드 작곡가 구레츠키의 교향곡 3번 '슬픔의 노래'는 웅크려있던 먹먹함의 갈퀴가 마음을 짓이기는 듯했다.

더블베이스의 저음에서 시작해 첼로, 바이올린으로 점점 음이 쌓이는 여정은 고난의 길이자 위로의 위대한 항해였다. 구레츠키가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안타까운 혼을 위해 쓴 곡은, 죽은 이의 부정을 씻어주는 일종의 씻김굿이자 레퀴엠으로 명명할 만했다.

진먼은 한국 청중에게 위로의 지휘자로 기억된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직후 내한한 톤할레 오케스트라를 이끈 그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위해 바흐의 '에어(Air)'를 들려줬다. 여전히 끝나지 않는 상실감과 아픔에 진먼의 꾸준한 위로는 음악이 단지 주파수, 음의 길이 등으로 구성된 물리적인 것을 뛰어넘는 영적인 힘을 지니고 있다는 걸 새삼 입증했다.

◇이밖에 롯데콘서트홀 100일 기록

▲평균 유료점유율 65%·객석 점유율 75%

▲유료회원 가입자 수 : 1195명(11월 23일 2시 기준 레드 855명·블랙 340명)

▲인터미션 30분(기존 공연 인터미션은 대부분 15~20분) : 러닝타임이 긴 공연의 경우 귀가가 늦어 조금 부담스럽다고 하는 이들도 있으나 여유롭게 공연을 편하게 즐길 수 있어 호응.

▲주류판매 : 롯데콘서트홀은 국내 공연장 최초로 로비에서 맥주, 레드와인, 스파클링 와인을 판매. 석촌호수의 풍광을 바라보며 테라스에서 가볍게 술 한 잔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장점으로 꼽힘.
  • Copyrights ⓒ '한국언론 뉴스허브'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