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11.22 00:28
[프랑스 세계적 그라피티 작가 제우스… 한국서 첫 작업]
구글·샤넬 등 로고에 페인트 부어 풍자한 작품이나
대형 광고 포스터의 모델 오려낸 '시각 납치' 작품으로 유명
내년엔 루브르 전시 앞둬
한국 공장 머물며 작품 제작
지난 18일 경기도 화성에 있는 욕실용품 회사 로얄앤컴퍼니 공장. 노란 작업복 입은 푸른 눈의 사내가 스프레이 페인트를 뿌려 공장 외벽에 무지개를 그렸다. "옛날엔 저렇게 벽에 낙서했다간 어른들한테 혼쭐났지. 요즘엔 저게 예술이라네." 그 모습을 보고 공장 구내식당으로 향하던 작업복 차림 근로자들이 껄껄 웃었다.

만화책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요상한 복장으로 사다리에 올라 능숙하게 그림 그리는 이 남자.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그라피티 작가 제우스(39·본명 크리스토프 아기르 슈워즈)다. 그라피티(graffiti)란 벽을 긁거나 스프레이 페인트를 써서 그리는 낙서화를 말한다. 1960년대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정치적인 저항 수단으로 시작돼 1970년대 뉴욕의 하위 문화로 확장했다. 1990년대엔 전 세계로 퍼지면서 현대 도시의 독특한 풍경이 됐다. 거리 예술로 등장했지만 근래엔 어엿한 미술 장르로 인정받아 주요 현대 미술관에서 그라피티 전시가 열린다.
제우스는 예술성을 인정받아 미술관으로 초대된 대표적인 그라피티 작가다. 2008년 덴마크 코펜하겐의 뉘 칼스버그 글립토텍미술관에서 열린 전시회에선 마네 그림, 로댕의 조각과 나란히 전시됐다. 내년엔 프랑스의 자존심 루브르박물관에서 전시할 예정이다.
유명 작가인 그가 한국에 온 이유는 다음 달 9일부터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그라피티 전시 '위대한 낙서'(내년 2월 26일까지)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전시에 앞서 2주간 로얄앤컴퍼니 공장에서 운영하는 예술가 숙소에서 머물며 대형 작품을 준비하고 공장 직원을 위한 그라피티도 남기게 됐다.
"우리 인생사가 이렇잖아요. 구름 떴다가 번개 치고, 소나기 내리다가 언제 그랬나 싶게 무지개 뜨고. 팍팍한 삶이지만 일하는 틈틈이 벽 보고 숨 돌리시라고요." 공장 벽면에 그린 그의 그림은 과격한 정치 구호나 욕설부터 연상되는 일반적인 그라피티와는 달리 앙증맞고 서정적이다. 자극적인 색들의 덩어리가 아니라 벽면의 여백을 살렸다.
2000년 초반 파리 도심에서 펼쳐진 '전기 그림자(Electric Shadows)' 프로젝트도 그랬다. 벤치, 가로등, 쓰레기통에 그림자를 그려 '밤의 흔적'을 분주한 낮 풍경에 더한 작업이었다. '거리 예술'의 수준을 한 단계 올렸다고 평가받았다. 제우스는 "그라피티는 도시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주는 열쇠"라고 했다.
제우스는 예술성을 인정받아 미술관으로 초대된 대표적인 그라피티 작가다. 2008년 덴마크 코펜하겐의 뉘 칼스버그 글립토텍미술관에서 열린 전시회에선 마네 그림, 로댕의 조각과 나란히 전시됐다. 내년엔 프랑스의 자존심 루브르박물관에서 전시할 예정이다.
유명 작가인 그가 한국에 온 이유는 다음 달 9일부터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그라피티 전시 '위대한 낙서'(내년 2월 26일까지)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전시에 앞서 2주간 로얄앤컴퍼니 공장에서 운영하는 예술가 숙소에서 머물며 대형 작품을 준비하고 공장 직원을 위한 그라피티도 남기게 됐다.
"우리 인생사가 이렇잖아요. 구름 떴다가 번개 치고, 소나기 내리다가 언제 그랬나 싶게 무지개 뜨고. 팍팍한 삶이지만 일하는 틈틈이 벽 보고 숨 돌리시라고요." 공장 벽면에 그린 그의 그림은 과격한 정치 구호나 욕설부터 연상되는 일반적인 그라피티와는 달리 앙증맞고 서정적이다. 자극적인 색들의 덩어리가 아니라 벽면의 여백을 살렸다.
2000년 초반 파리 도심에서 펼쳐진 '전기 그림자(Electric Shadows)' 프로젝트도 그랬다. 벤치, 가로등, 쓰레기통에 그림자를 그려 '밤의 흔적'을 분주한 낮 풍경에 더한 작업이었다. '거리 예술'의 수준을 한 단계 올렸다고 평가받았다. 제우스는 "그라피티는 도시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주는 열쇠"라고 했다.

허를 찌르는 풍자도 있다. 주로 그의 과녁은 상업주의다. 2002년 베를린 알렉산더광장에 있는 '라바차(Lavazza ·이탈리아 커피 브랜드)' 대형 포스터 속 여자 모델 사진을 가위로 잘라 도려낸 다음 경고문을 썼다. '시각 납치―즉시 돈을 내시오.(Visual Kidnapping―Pay Now!).' 라바차사(社)에 '인질'이 된 모델 사진을 되찾으려면 50만유로를 파리의 '팔레 드 도쿄'미술관에 기부하라고 요구했고, 회사는 3년간 고심 끝에 기부를 결정했다.
구글·나이키·코카콜라 등 유명 브랜드의 로고에 페인트를 부어 흘러내리게 하는 '흘러내리는 로고(Liquidated Logos)' 시리즈도 같은 맥락. 2009년 홍콩 아르마니 매장 외벽에 흘러내리는 샤넬 로고를 그렸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아르마니 매장 건너편에 샤넬 매장이 있었어요. 로고 조명이 어찌나 밝은지 사람의 시각을 멀게 하는 태양 같더군요."
거대한 상업주의에 맞서 '샤넬의 일식(日蝕)'을 표현하고 싶었다. 아르마니 측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지만, 샤넬은 이후 그의 작품을 소장했다. "브랜드들이 로고의 시각적인 힘으로 소비자를 현혹해요. 저는 그걸 역이용했지요. 그라피티는 그저 고함치는 예술이 아닙니다. 사람의 감각과 의식을 깨우는 지능적인 플레이랍니다."
구글·나이키·코카콜라 등 유명 브랜드의 로고에 페인트를 부어 흘러내리게 하는 '흘러내리는 로고(Liquidated Logos)' 시리즈도 같은 맥락. 2009년 홍콩 아르마니 매장 외벽에 흘러내리는 샤넬 로고를 그렸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아르마니 매장 건너편에 샤넬 매장이 있었어요. 로고 조명이 어찌나 밝은지 사람의 시각을 멀게 하는 태양 같더군요."
거대한 상업주의에 맞서 '샤넬의 일식(日蝕)'을 표현하고 싶었다. 아르마니 측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지만, 샤넬은 이후 그의 작품을 소장했다. "브랜드들이 로고의 시각적인 힘으로 소비자를 현혹해요. 저는 그걸 역이용했지요. 그라피티는 그저 고함치는 예술이 아닙니다. 사람의 감각과 의식을 깨우는 지능적인 플레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