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무용 대모' 배정혜 "韓무용, 세계화 위해 세계인에 맞추려하면 안돼"

  • 뉴시스

입력 : 2016.11.22 09:41

“한국무용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세계인의 눈에 맞추려고 하면 안 됩니다. 우리 눈에 맞으면 세계에서 통하죠. 다만 우리가 만족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해요. 장르를 불문하고 극치(極致)의 수준이 있으면, 어디서나 통하죠.”

명무 배정혜(72·배정혜 춤 아카데미 대표)는 국립극장(극장장 안호상) 전속단체 국립무용단의 예술감독을 지낸 한국 창작 무용의 효시이자 대모로 통한다.

1970년을 기점으로 전통춤의 재창조 작업을 지속해 온 배 명무는 1977년 ‘타고남은 재’라는 한국 무용사에 남을만한 걸작을 탄생시켰다.

이후 1986년 국립국악원 안무자를 시작으로 2011년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직까지 총 25년간 국공립 무용단체를 이끌었다. 특히 국립무용단의 ‘솔(soul), 해바라기’로 2010년 독일 루트비히스부르크 슐로스파르크 포룸 극장에서 8회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솔, 해바라기’ 초연 10주년(20일까지 해오름극장)을 맞아 최근 국립극장에서 만난 배 안무가는 “된장찌개는 우리 입맛에 맞게 끓여야 하는 것이 정답이듯, 한국무용 역시 춤과 한의 순수한 정서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순수함과 함께 작품이 좋고 춤을 잘 추면 세계인들이 좋아해요. (인간문화재인) 하용부 씨의 밀양북춤처럼요. 세계 어느 곳을 가도 기립박수를 받죠.”

‘솔, 해바라기’는 인간의 보편적 정서인 그리움이 극한에 다다른 상태를 주제로 삼았다. 1막에서는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살풀이춤을 보여준다.

2막에서는 혼령·제사·천도와 같은 무속적 요소를 해학적으로 풀어냈다. 특히 이런 한(恨)의 정서와 함께 ‘손뼉춤’ ‘아박춤’ ‘북어춤’ ‘방울춤’ 등 한국적 굿의 흥취를 잘 표현한 안무가 눈길을 끈다.

서정적 춤 언어, 위트와 유머를 녹여낸 역동적인 춤으로써 한과 흥을 오간다.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모던함을 유지하는 이유다.

독일 공연 외에 2011년 한·네덜란드 수교 50주년 기념 특별 공연으로 네덜란드 루센트 무용극장, 같은 해 한·벨기에 수교 110주년 기념 특별 공연으로 벨기에 국립극장에 올랐고, 한국 무대는 2011년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 전속단체작 이후 5년 만이다.

“이번에 2막을 전체적으로 손을 봤어요. 덜어낸 장면도 있는데 깔끔해 보이더라고요. 외국 조명 디자이너(미키 쿤투)를 모시고 와 더 연구도 하고요.‘

무대 디자이너 이태섭의 웅장하면서도 미니멀한 무대와 함께 ‘솔, 해바라기’가 모던한 이유는 한국무용에 절묘하게 어우러진 재즈 음악에 있다.

초연부터 음악을 맡아온 독일 재즈그룹 ‘살타첼로’가 이번 공연에서도 함께한다. ‘새타령’ ‘진도아리랑’ 등 우리 전통 선율을 재해석한 재즈가 울려퍼진다. 흑인들의 한의 음악으로 유럽의 모던함을 입은 재즈는 한국의 한이 깃든 춤과 어우러진다. 이번에는 ‘클래식 음악계’ 아이돌로 통하는 더블베이시스트 성민제가 합류했다.

“‘솔, 해바라기’는 처음부터 작정하고 재즈를 사용해보겠다고 생각했죠. 산타첼로가 굉장히 한국적이에요. (‘솔, 해바라기’에 삽입된 곡으로 인생의 삼라만상을 축제처럼 표현하는) ‘소주 파티’만 들어도 굉장히 한국적인 소재를 가지고 풀어내죠. 젊었을 때부터 재즈를 가지고 한국무용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세계에서 더 잘 통할 것 같았고요.”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직접 안무 시범을 선보일 정도로 정정한 배 안무는 “새로운 작품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보다 어떤 장면에 대한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있을 때 새 작품을 하고 싶다”며 여전히 뜨거운 열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배 명무는 무엇보다 국립무용단의 산 증인으로 통한다. 2000~2002년, 2006~2011년 이 무용단의 예술감독을 지냈다. 지난해 6월 윤성주 예술감독이 3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이후 약 1년4개월 동안 공석이었던 이 자리는 지난달 김상덕 예술감독이 임명되면서 채워졌다. 후배를 위한 조언을 청했다. “국립무용단을 한국의 무용단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세계의 무용단으로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한편 이번 ‘솔, 해바라기’에는 초연부터 어머니 역을 맡아온 김은영이 다시 무대에 오fms다. 국립무용단 대표 남성무용수 조용진이 처음으로 아들 역을 맡았다.
  • Copyrights ⓒ '한국언론 뉴스허브'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