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오·줄리엣 같은 뜨거운 사랑… 글쎄요… 해본 적 있었겠죠?"

  • 유석재 기자

입력 : 2016.11.18 03:00

[양정웅 연출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문근영·박정민]

문근영, 6년 만에 연극 출연 "서른 되기 직전 전환점 만나"
스크린서 주목 받은 박정민 "무대 위 성숙한 모습 보여줄 것"

"로미오, 그대는 왜 로미오예요?"

1960년대 영화에 나오는 올리비아 허시 같았으면 시(詩)처럼 읊었을 줄리엣의 대사에서, 배우 문근영(29)은 궁금해 죽겠다는 듯 눈동자를 크게 뜨고 또박또박 질문했다. 호기심 어린 십대 소녀의 얼굴 그대로였다. 로미오 역을 맡은 박정민(29)도 의아하다는 말투로 "저 창문에서 쏟아지는 빛이 뭐지?" 말하곤 고개를 갸웃거렸다. 셰익스피어 고전(古典)의 언어를 꺼내 현대 젊은이들 말투로 살려낸 것이라고 두 사람은 말했다.

연극‘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남녀 주인공 역을 맡은 문근영(오른쪽)과 박정민은“현실적인 사랑을 나누는 젊은이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연극‘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남녀 주인공 역을 맡은 문근영(오른쪽)과 박정민은“현실적인 사랑을 나누는 젊은이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이진한 기자
요즘 연극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연말 대작은 이들이 주연을 맡아 다음 달 9일 개막하는 '로미오와 줄리엣'(양정웅 연출)이다. 신부 역 손병호, 유모 역 서이숙·배해선, 머큐쇼 역 김호영 등 조연진도 화려하지만, 가장 시선을 모으는 것은 역시 남녀 주인공이다. '클로저' 이후 6년 만에 연극에 출연하는 '원조 국민 여동생' 문근영과, 최근 영화 '동주', 드라마 '안투라지'로 주목받고 있는 박정민이 원캐스트로 무대에 서는 것이다.

"한 달 동안 다른 걸 못 하고 집중해야 한다는 게 오히려 승부욕을 자극했어요." 지난해 영화 '사도'에 이어 내년 개봉하는 미스터리 영화 '유리정원'을 촬영한 문근영은 동갑내기 배우 박정민과 꼭 호흡을 맞춰보고 싶었다고 했다. "연극만의 매력요? 똑같은 것 같아도 할 때마다 다 달라요. 관객이 주는 에너지를 현장에서 그대로 받는 것도 힘이 나고요." 야맹증이 있어서 암전 때 벽에 이마를 찧을까 봐 조금 걱정될 뿐이라고 했다.

연출가 양정웅은 2014년 남녀 성별을 바꾼 과격한 스타일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선보인 적 있지만, 이번에는 오리지널에 가까운 버전이다. 너무 옛 작품 아닐까? 박정민이 고개를 저었다. "대본을 자세히 봤더니 주인공들이 신화 속 인물이 아니라 땅에 발을 붙이고 사는 사람들이더라고요. 누구나 십대 때는 그런 불같은 사랑을 해보지 않나요?" 맞장구를 치는 문근영에게 '그렇게 뜨거운 사랑을 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글쎄요, 있었겠죠?"라며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제작진은 "두 배우가 대사를 연구하려고 영어 원서까지 찾아보고 있다"고 전했다.

'가을동화''어린신부'등으로 어린 나이부터 유명세를 치렀던 문근영은 어느덧 서른 문턱에 닿았다. 그는 "세상을 너무 일찍 알아버렸다"고 털어놨다. '인생은 결국 혼자 사는 거고, 내 인생은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 "이십대를 마음껏 살지 못하고 스스로 갇혀 지냈는데, 서른이 되기 직전 '이럴 필요가 없다, 자유롭게 살아야지'라고 생각을 바꿨어요." 그 전환점에서 이번 연극을 만나게 된 셈이다.

독립영화 '파수꾼'(2010)으로 주목받았고 '응답하라 1988'에서 주인공 언니(보라)의 남자 친구로 나와 밉살스러운 연기로 공분을 샀던 박정민은 'G코드의 탈출' 같은 연극에 출연한 경험이 있다. 그는 "깊은 생각 없이 무대에 선 적도 있었는데, 이번엔 훨씬 성숙한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했다.

▷12월 9일~내년 1월 15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02)6925-5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