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시세평(三視世評)] 황홀한 공연, 심심한 음식

  • 정리=허윤희 기자

입력 : 2016.11.18 00:29

[삼청각 점심콘서트 '자미']

7년 이어온 삼청각 대표 상설공연… 1부 공연감상 후 2부엔 점심식사
퓨전밴드 '두번째달' 공연은 일품, 식사는 눅눅하거나 식어 있기도

삼시세평 로고 이미지

서울 성북동 북악산 자락에 자리 잡은 삼청각(三淸閣). 한때 '밀실 정치'가 이뤄지던 고급 요정이었으나 2000년 서울시가 인수하면서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7년째 삼청각의 대표 상설 공연으로 자리 잡은 점심콘서트 '자미'에 16일 세 기자가 다녀왔다. 매주 수, 금요일 낮 12시에 시작해 1부 공연을 감상하고 2부 점심 식사를 즐기는 방식이다.

회사를 빠져나와 삼청터널을 통과해 삼청각 입구로 들어섰다. 언덕 위에 자리 잡은 한옥 여섯 채는 고즈넉하고 도시의 소음은 들리지 않는다. 이날 공연은 퓨전밴드 '두번째달'과 소리꾼 고영열이 펼치는 '판소리 춘향가'. 지난 5월 춘향가 14개 눈대목(하이라이트)을 담은 음반을 낸 이들은 그 중 10대목을 다시 추려 50분의 무대로 펼쳐 보였다. 4인용 테이블 16개가 놓인 객석은 만석. 절반 이상이 단체 관람이었다. 두번째달은 "이렇게 객석이 꽉 찬 건 처음"이라며 공연을 시작했다.

한 편의 뮤지컬처럼 50분이 훌쩍 지나갔다. 세 기자 모두 "공연은 최고였다"고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아일랜드 전통음악에서 출발해 세계 민속음악을 재해석해온 두번째달이 최근 닿은 곳이 우리 판소리다. 젊은 소리꾼의 걸쭉한 목소리가 기타와 만돌린, 건반, 아코디언, 퍼커션, 바이올린과 만나 입체적이고 풍성한 사운드로 재탄생했다. 기존 춘향가의 장단과 어법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화사하고 세련된 감각을 입힌 편곡이 일품이었다.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하는 '사랑가'는 3박자 왈츠가, "갈까부다 갈까부다 임따라서 갈까부다"로 시작하는 '이별가'는 세련된 발라드가 됐다.

16일 서울 성북동 삼청각에서 열린 점심콘서트 ‘자미’에서 소리꾼 고영열과 퓨전밴드 두번째달이 현대적으로 편곡한 ‘판소리 춘향가’ 공연을 펼치고 있다. 1부 공연과 2부 식사로 구성된 자미는 삼청각의 대표 상설 공연이다.
16일 서울 성북동 삼청각에서 열린 점심콘서트 ‘자미’에서 소리꾼 고영열과 퓨전밴드 두번째달이 현대적으로 편곡한 ‘판소리 춘향가’ 공연을 펼치고 있다. 1부 공연과 2부 식사로 구성된 자미는 삼청각의 대표 상설 공연이다. /김성윤 기자

국악 담당 허윤희 기자는 "단순히 다른 장르를 섞은 게 아니라 밴드의 연주와 소리꾼의 노래가 두 개의 결로 나아가면서 화학적으로 결합했다"고 극찬했다. 삼청각에 가 본 것도, 국악 공연을 본 것도 처음이라는 최수현 기자는 "아담한 공연장에서 밀도 있게 진행된 공연이 신선하고 매력적이었다"고 했다. 부채를 손에 쥔 소리꾼이 "판소리엔 빼놓을 수 없는 게 추임새"라며 "얼씨구!" 하자 관객들이 "얼씨구!" 따라 하며 흥겨워했다.

12시 50분부터 식사가 나왔다. '시장이 반찬'이라더니 처음에 나온 호박죽과 동치미가 제일 맛있었다. 허겁지겁 먹어 치우고 난 뒤에 음식 맛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콩불고기 월과채, 대하잣즙채, 채소무침과 삼색전유어, 명이나물 장아찌를 곁들인 제육보쌈이 차례차례 전채(前菜)로 나왔다. 김성윤 음식전문기자는 "콩불고기 월과채와 대하잣즙채는 소스가 같은 맛이라 겹치는 느낌이었고 전은 차갑게 식어 있었다. 내기 직전 따뜻하게 데웠다면 훨씬 더 맛있게 먹었을 텐데 아쉬웠다"고 했다.

코스로 제공된 식사 중 일부
코스로 제공된 식사 중 일부. /김성윤 기자

 메인 식사는 불고기덮밥과 배추된장국. 김 기자는 "불고기는 자작한 정도를 넘어 달착지근한 고깃국으로 착각할 정도로 국물 양이 과했고, 식사에 딸려 나온 호두멸치볶음은 호두가 물을 먹은 것처럼 눅눅해서 식감이 떨어졌다"고 했다. 허 기자는 "많은 양의 음식이 나왔지만 미리 조리해 그대로 낸 듯해 성의가 없었다"며 절반 이상을 남겼고, 최 기자도 "영혼 없는 음식을 먹는 기분"이라고 했다.

더 큰 문제는 가성비. 공연과 식사를 합해 7만원, 식사 빼고 공연만 보면 4만5000원이다. 최 기자는 "정동극장에 1만원 선의 공연도 있다는 것과 50분이라는 짧은 공연 시간을 생각하니 더 비싸게 느껴졌다"며 "삼청각과 두번째달, 한정식은 매력적 조합이지만 가성비를 생각하면 주변에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허 기자는 "어떤 연주자가 무대에 오르느냐에 따라 만족도가 천차만별일 것 같다"고 했다.

1972년 7·4 남북공동성명 이후 남북적십자회담의 만찬 장소로 지어진 삼청각은 서울미래문화유산이자 서울한류관광명소로 선정된 대표적 관광 명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난 2월에는 '세종문화회관 간부 공짜 식사'등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삼청각의 역사성과 장점을 살리고, 한류 붐을 활용한 공격적이고 창의적인 프로그램 운영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