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11.17 09:32

[리뷰] NHK 심포니 오케스트라 & 연극 '비(Bea)'
침잠하는 듯 내내 흐느끼는 폴란드 작곡가 구레츠키의 교향곡 3번 '슬픔의 노래', 점점 상승하는 활공감이 배인 팝 슈퍼스타 마돈나의 '레이 오브 라이트'.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이 두 곡은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을 절감케 하며 객석을 눈물로 적셨다.
지휘자 데이비드 진먼이 NHK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13일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들려준 '슬픔의 노래'는 웅크려있던 먹먹함의 갈퀴가 마음을 짓이기는 듯했다.
더블베이스의 저음에서 시작해 첼로, 바이올린으로 점점 음이 쌓이는 여정은 고난의 길이자 위로의 위대한 항해였다. 구레츠키가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안타까운 혼을 위해 쓴 곡은, 죽은 이의 부정을 씻어주는 일종의 씻김굿이자 레퀴엠으로 명명할 만했다.
교향곡이지만 소프라노가 부르는 노래가 깃든 세 악장은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비가(悲歌), 아우슈비츠에 갇힌 유대인 소녀의 어머니를 위로하기 위한 기도문이다. 폴란드 출신의 소프라노 요안나 코즈워프스카의 목소리는 노래한다기 보다 아득해서, 울려퍼진다는 말이 차라리 적절했다.
진먼은 한국 청중에게 위로의 지휘자로 기억된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직후 내한한 톤할레 오케스트라를 이끈 그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위해 바흐의 '에어(Air)'를 들려줬다. 여전히 끝나지 않는 상실감과 아픔에 진먼의 꾸준한 위로는 음악이 단지 주파수, 음의 길이 등으로 구성된 물리적인 것을 뛰어넘는 영적인 힘을 지니고 있다는 걸 새삼 입증했다. 오는 30일까지 서울 용산구 프로젝트박스 시야에서 공연하는 연극 '비(Bea)'(연출 김광보 서울시극단 단장)에서 울려퍼지는 '레이 오브 라이트(Ray of Light)'는 아이러니한 위로를 안긴다.
마돈나가 1998년 발매한 일곱 번째 정규 음반으로, 팝계에 희대의 명반으로 통하는 동명 앨범에 실린 일렉트로니카 계열의 곡이다.
이 곡은 진정한 자유를 갈망하며 안락사를 택하는 젊은 여성 '비(Bea)'의 마음을 "빛줄기보다 빠르게 끝없는 시간을 그곳에 있을 누군가를 향해 가고 있는 기분이 들어(Quicker than a ray of light. Then gone for Someone else shall be there Through the endless years)이라고 대변한다.
일렉트로닉 장르를 메인 스트림으로 끌어왔다는 평가를 받는 앨범 '레이 오브 라이트'는 이전까지 이슈메이커란 딱지를 붙이고 다니던 마돈나가 성숙해졌다는 걸 증명했다.
비를 맡은 전미도를 비롯해 그녀를 이해해주는 친구이자 '레이 오브 라이트'의 레이를 따왔을 레이 역의 이창훈, 비 엄마 역의 백지원의 명연으로 극작가 겸 연출가인 믹 고든의 '비' 속의 인물들도 서로에 대한 존중감을 잃지 않고 죽음을 받아들이며 성숙한다.
안락사로 딸을 떠내보내야 하는 비의 엄마는 '슬픔의 노래'에서 아들은 잃은 엄마 못지 않은 슬픔을 지녔는데 '레이 오브 라이트'의 리듬에 맡겨 이 아픔을 삼키니 이 곡 역시 또 다른 '슬픔의 노래'가 된다.
비의 실제 이름은 비어트리스(Beatrice). 비는 영국 록밴드 '비틀스'의 '렛 잇 비(Let it be)'의 비이기도 하다. '렛잇비'는 '그대로 두어라'라는 뜻이다. 즉 순리대로 하라는 것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자식을 먼저 잃은 부모는 '슬픔의 노래'를 부르는 수밖에 없다.
침잠하는 듯 내내 흐느끼는 폴란드 작곡가 구레츠키의 교향곡 3번 '슬픔의 노래', 점점 상승하는 활공감이 배인 팝 슈퍼스타 마돈나의 '레이 오브 라이트'.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이 두 곡은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을 절감케 하며 객석을 눈물로 적셨다.
지휘자 데이비드 진먼이 NHK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13일 잠실 롯데콘서트홀에서 들려준 '슬픔의 노래'는 웅크려있던 먹먹함의 갈퀴가 마음을 짓이기는 듯했다.
더블베이스의 저음에서 시작해 첼로, 바이올린으로 점점 음이 쌓이는 여정은 고난의 길이자 위로의 위대한 항해였다. 구레츠키가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안타까운 혼을 위해 쓴 곡은, 죽은 이의 부정을 씻어주는 일종의 씻김굿이자 레퀴엠으로 명명할 만했다.
교향곡이지만 소프라노가 부르는 노래가 깃든 세 악장은 아들을 잃은 어머니의 비가(悲歌), 아우슈비츠에 갇힌 유대인 소녀의 어머니를 위로하기 위한 기도문이다. 폴란드 출신의 소프라노 요안나 코즈워프스카의 목소리는 노래한다기 보다 아득해서, 울려퍼진다는 말이 차라리 적절했다.
진먼은 한국 청중에게 위로의 지휘자로 기억된다.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직후 내한한 톤할레 오케스트라를 이끈 그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들을 위해 바흐의 '에어(Air)'를 들려줬다. 여전히 끝나지 않는 상실감과 아픔에 진먼의 꾸준한 위로는 음악이 단지 주파수, 음의 길이 등으로 구성된 물리적인 것을 뛰어넘는 영적인 힘을 지니고 있다는 걸 새삼 입증했다. 오는 30일까지 서울 용산구 프로젝트박스 시야에서 공연하는 연극 '비(Bea)'(연출 김광보 서울시극단 단장)에서 울려퍼지는 '레이 오브 라이트(Ray of Light)'는 아이러니한 위로를 안긴다.
마돈나가 1998년 발매한 일곱 번째 정규 음반으로, 팝계에 희대의 명반으로 통하는 동명 앨범에 실린 일렉트로니카 계열의 곡이다.
이 곡은 진정한 자유를 갈망하며 안락사를 택하는 젊은 여성 '비(Bea)'의 마음을 "빛줄기보다 빠르게 끝없는 시간을 그곳에 있을 누군가를 향해 가고 있는 기분이 들어(Quicker than a ray of light. Then gone for Someone else shall be there Through the endless years)이라고 대변한다.
일렉트로닉 장르를 메인 스트림으로 끌어왔다는 평가를 받는 앨범 '레이 오브 라이트'는 이전까지 이슈메이커란 딱지를 붙이고 다니던 마돈나가 성숙해졌다는 걸 증명했다.
비를 맡은 전미도를 비롯해 그녀를 이해해주는 친구이자 '레이 오브 라이트'의 레이를 따왔을 레이 역의 이창훈, 비 엄마 역의 백지원의 명연으로 극작가 겸 연출가인 믹 고든의 '비' 속의 인물들도 서로에 대한 존중감을 잃지 않고 죽음을 받아들이며 성숙한다.
안락사로 딸을 떠내보내야 하는 비의 엄마는 '슬픔의 노래'에서 아들은 잃은 엄마 못지 않은 슬픔을 지녔는데 '레이 오브 라이트'의 리듬에 맡겨 이 아픔을 삼키니 이 곡 역시 또 다른 '슬픔의 노래'가 된다.
비의 실제 이름은 비어트리스(Beatrice). 비는 영국 록밴드 '비틀스'의 '렛 잇 비(Let it be)'의 비이기도 하다. '렛잇비'는 '그대로 두어라'라는 뜻이다. 즉 순리대로 하라는 것이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자식을 먼저 잃은 부모는 '슬픔의 노래'를 부르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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