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문화예술인들의 통쾌한 '박근혜 풍자'

  • 뉴시스

입력 : 2016.11.14 09:58

박근혜 정부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로 홀대 받은 문화예술인들의 통쾌한 복수가 이어졌다. '문화융성'이라는 미명 아래 '최순실·차은택'을 위한 판을 깔아주며, 정작 문화예술인들을 무시한 이 정부에서 다른 방향으로 문화가 꽃 피운 것이다.

12일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문화제에서 문화로 풍자의 난장을 펼쳤다.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를 비꼬는 축제의 장이었다.

'박근혜 하야하라'는 현수막을 자신의 소속사 건물에 내걸기도 했던 가수 이승환은 자신의 히트곡 덩크슛에서 "주문을 외워보자, 오예~ 하야하라 박근혜, 하야하라"를 외쳤다.

덩크슛을 하는 것이 소원인 화자가 "주문을 외워보자 야발라바히기야 야발라바히기야 주문을 외워보자 오예 야발라바히기야모하이마모하이루라"라고 외치는 부분을 이처럼 바꾼 것이다.

"원래 '말(馬)달리자'는 우리 노래였는데…. '우리가 이러려고 크라잉넛을 했나', 자괴감을 느낍니다."

'말달리자'로 유명한 인디 밴드 '크라잉넛'의 넉살에는 수십만명이 함께 웃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 때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이 됐나, 자괴감이 든다"고 말한 내용을 풍자한 것이다. 이어 "말은 독일로 가는 게 아니다. 바로 청와대"라며 이화여대 입학 특혜 등을 받은 최씨 딸 정유라씨를 꼬집었다. 이후 크라잉넛과 수십만명이 '말달리자'를 합창했고 후렴구의 "닥쳐" 부분에서 특히 크게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곰탕' '프라다 구두' 등 '최순실 게이트'를 풍자한 노랫말을 붙인 발라드 'SS'를 발표한 가수 모세도 이날 무대에 올랐다. 'SS'는 '순실'에서 따온 노래 제목이다. '내가 준 말 어딨어' 등 승마로 이화여대 입학 등 각종 특혜를 받은 최순실의 딸 정유라 씨를 비꼰 듯한 가사도 등장했다.

발라드와 록 뿐만 아니다. 조PD 등 힙합, 스카 밴드 '스카웨이커스' 등도 박근혜 정부에 대한 성토를 소리 높여 노래했다.

이날 낮에 거리행진이나 촛불집회에 참여한 일반 시민들은 듀오 '십센치'의 '아메리카노'의 노랫말을 개사해 "박근혜 하야 좋아 좋아 좋아"라고 부르기도 했다. 또 대학생들은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며 그룹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열창하기도 했다.

'다시 만난 세계'는 이화여대 학생들이 7월 말 본부 점거농성 기간 동안 총장 사퇴를 외치며 민중가요 대신 불러 화제가 됐던 곡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이날 문화체육관광부가 무려 3억5000만원을 들여 차은택 주도로 만들었다고 알려진 '늘품체조'를 풍자한 '하품 체조'도 등장했다. 집회 도중 청와대 방향으로 스트레칭을 하며 붙인 체조의 이름이다.

문화예술인들의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블랙리스트 명단'의 주요 한 축이었던 연극인들은 물론 평소 정치적인 사안에 나서지 않던 무용계까지 잇따라 시국선언을 발표하기도 했다.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의 문화 정책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면서 서울특별시 산하 서울문화재단이 블랙리스트, 문화계 시국선언 관련 토론회를 여는 등 다방면의 문화연대 형태가 등장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평소 정부에 대한 비판을 했던 문화, 연예 관계자들뿐 아니라 대다수가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최근 공연, 가요 관련 제작발표회나 쇼케이스에는 어김 없이 "이런 시국에…"라는 말과 함께 현 박근혜 정부에 대해 안타까워 하는 목소리가 한 마음으로 나오고 있다.

문화계 관계자는 "'문화융성'을 외치던 정부가 정작 문화계를 기만했다는 사실에 문화, 연예계 할 것 없이 모든 종사자들이 실망감을 표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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