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기타리스트 슈페이 양 "한국에서 연주는 늘 기쁨"

  • 뉴시스

입력 : 2016.11.07 10:04

서울시향과 9년만에 협연
1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1980~90년대 KBS '토요명화' 시그널로 사용돼 친숙한 거장 로드리고의 '아란후에스 협주곡' 2악장은 애틋함과 그리움의 정서를 품고 있다.

중국을 대표하는 정상급 기타리스트 슈페이 양(39)이 서울시향이 오는 1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치는 '슈페이 양의 아란후에스 협주곡'과 '실내악 시리즈 : 슈페이 양과 친구들'에서 이 곡을 연주한다.

슈페이 양은 내한에 앞서 뉴시스와 e-메일 인터뷰에서 "로드리고가 2악장을 쓸 당시 그의 아내가 임신 8개월째에 유산을 했다고 해요. 아마 그 이유 때문에 두 번째 악장이 그토록 감성적이면서도 감동적이지 않나 싶어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협주곡은 전체적으로도 완결성을 갖췄다. "기타의 특징을 매우 잘 살려했죠. 근데 그 기타의 소리를 중심으로 관현악이 매우 균형 있게 편성됐다"고 소개했다. 슈페이 양이 EMI레이블을 통해 녹음한 곡이다. "음반을 녹음하고, 다년간 연주하면서 이 작품을 뼛속까지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제 연주를 듣고 관객들이 깊은 감동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며 이번 협연에서도 감동과 영감을 줄 수 있기를 바랐다.

'스페인의 오아시스'라 불리는 작은 도시 '아란후에스'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곡이기도 하다. "이 곡을 녹음할 당시 실제로 아란후에스에 방문했어요. 아름다운 왕궁이 있는 작은 도시였어요. 로드리고는 자신의 아내와 신혼여행 중 아란후에스 궁전의 정원에서 보냈던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했는데, 그가 이 곡의 제목을 '아란후에스 협주곡'으로 정한 이유도 그 때문이죠."

슈페이 양은 이튿날인 12일에는 세종체임버홀에서 서울시향 단원들이 함께하는 실내악 무대 '실내악 시리즈 : 슈페이 양과 친구들'을 펼친다. 부악장 신아라를 비롯해 바이올린 김덕우, 비올라 강윤지, 첼로 박진영 등이 슈페이 양과 함께 앙상블을 이룬다.

"독주의 친밀함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내악 연주를 좋아해요. 서로 다른 소리의 악기들이 만들어가는 조화가 음악을 풍성하게 만들어준다는 점도 있죠. 리허설 기간 동안 더욱 개인적이고 독창적인 연주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실내악단, 그리고 개개인의 음악가들과 활동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혁신적으로 기타 레퍼토리를 확장해 나가는 최고의 연주자"(그라모폰 매거진)라는 평을 받는 그녀는 베를린 필, 암스테르담 콘세르허바우 등 세계 최고의 교향악단과 한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

7세에 기타를 시작한 그녀는 11세의 어린나이로 베이징 기타 콩쿠르에서 2위에 입상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베이징중앙음악원을 거쳐 영국 왕립음악원에서 최고 연주자상과 중국인 최초로 전액 장학금을 받았다. 지난해부터 중국창샤국제페스티벌의 예술감독으로 활약 중이다.

마드리드에서 열린 그녀의 데뷔 콘서트에 참석하기 위해 90세의 노구를 이끌고 공연장으로 향한 로드리고가 연주회 후 "14살 소녀의 연주라니 도저히 믿을 수 없다"라고 말할 일화는 여전히 회자된다.

영화 '디어 헌터'에 등장하는 애잔한 기타곡 '카바티나'로 유명한 세계적 기타리스트 존 윌리엄스가 1995년 베이징에서 그녀의 연주를 듣고 자신의 '그레그 스몰맨' 기타를 베이징중앙음악원에 기증한 일화도 유명하다.

"저와 기타의 만남은 순수한 인연이었습니다. 활기와 에너지가 넘치는 어린 소녀였던 제게 차분함을 길러주시기 위해 저희 부모님은 악기를 배우게 하고 싶어 하셨었어요."

슈페이 양은 또래보다 기타를 비교적 빠르게 배워나갔다. "결국 기타와 저의 인연은 굉장히 아름답죠. 저는 제가 기타를 선택했다기보다는 기타가 저를 선택했다고 생각해요. 기타를 연주 할 때 기타가 제 몸의 일부라고 느낍니다."

2014년 '평창 대관령 음악제' 이후 2년 만의 내한인데, 서울시향과는 9년 만에 협연한다. "다시 서울시향과 함께 할 생각에 기대가 무척 큽니다. 한국 관객들의 열정적인 반응과 예술가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에 감동받았고,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연주는 늘 큰 기쁨입니다."

11일 관현악 공연에서는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가 배출한 지휘계의 신예 마누엘 로페즈고메즈(33)가 지휘봉을 든다. 레부엘타스 '센세마야'와 차이콥스키의 대작 '만프레드'로도 들려준다. 12일 공연에서는 현악 사중주와 기타를 위해 슈페이 양이 직접 편곡한 바흐 바이올린 협주곡 A단조, 하이든의 대표적인 현악 사중주 작품인 62번 '황제' 등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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