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비상하는 듯… 1400년전 백제 장식기와 공개

  • 허윤희 기자

입력 : 2016.11.04 00:28

국내 가장 오래된 '치미'… 6C 왕흥사 창건 때 만들어진 듯
29일 국립중앙博 특별전서 공개

부여 왕흥사지에서 출토·복원된 치미. 승방 건물터 남쪽과 북쪽에서 나온 치미 2점을 합친 것이다.
부여 왕흥사지에서 출토·복원된 치미. 승방 건물터 남쪽과 북쪽에서 나온 치미 2점을 합친 것이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

하늘 향해 꼬리를 세운 새가 비상하는 듯한 우아한 곡선, 연꽃무늬·구름무늬·초화(草花)무늬로 장식한 몸통…. 백제의 화려한 건축 기술을 보여주는 지붕 장식 기와 '치미(鴟尾)'가 1400년 만에 세상에 나왔다.

문화재청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소장 배병선)는 2013~2014년 충남 부여군 왕흥사지(사적 제427호) 발굴조사 중 동쪽 승방(僧房)이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건물터의 남북 양끝에서 각각 발견한 치미 한 쌍을 복원해 3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공개했다. 치미는 동아시아 전통건축에 공통으로 나타나는 지붕의 장식 기와로, 건물의 용마루 양끝에 올려 건물의 위엄을 높이고 귀신을 쫓는 역할을 하는 부재다. 국내 고대 건물지에서 용마루 좌우의 치미 1벌(2점)이 함께 출토된 것은 처음이다.

이번에 공개된 치미는 왕흥사 창건 당시(577년경)인 위덕왕(威德王·재위 554~598) 때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출토 당시 지붕에서 떨어져 조각난 상태로 땅에 묻혀 있었다. 연구소는 이를 수습해 남쪽 치미는 상부, 북쪽 치미는 하부를 복원했으며 3차원 입체 영상 기술로 상하부 전체를 복원한 이미지를 만들었다. 복원 이미지에 따르면 치미 높이는 123㎝, 최대 너비는 74㎝이다. 부여 부소산 폐사지 치미, 익산 미륵사지 치미 등 현재까지 알려진 치미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것이다. 백제가 부여로 도읍을 옮긴 사비시대(538~660년)의 기와 제작 기술과 건축 양식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자료라고 연구소는 밝혔다.

왕흥사는 백제 사비시대의 대표적 왕실 사찰로 지난 2007년 왕흥사터 목탑 기초 부분에서 "정유년(577년) 2월 15일, 죽은 왕자를 위해 백제왕 창(昌·위덕왕의 생전 이름)이 절을 세웠다"고 새겨진 사리장엄구를 비롯해 보물급 유물이 다량으로 출토돼 주목을 받았다. 배병선 소장은 "왕흥사지 치미는 중국 문화를 백제화한 사례로, 신라의 황룡사지 치미, 일본 오사카 시텐노지(四天王寺) 치미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지붕 장식을 화려함과 위엄을 갖춘 예술품으로 승화시킨 백제 최고 수준의 장인 정신을 엿볼 수 있다"고 했다. 이날 공개된 치미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오는 29일 개막하는 특별전 '세계유산 백제'에 전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