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초점]김영란법 한달…공연계 시름시름 대안없나

  • 뉴시스

입력 : 2016.10.27 10:01

오는 28일로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 한달을 맞는다. 연말을 앞두고 한창 부산해야 할 공연계지만 예상대로 순수예술 위주로 시름시름 앓고 있다.

혹시나 했던 기업 협찬 등의 후원 발길이 점차 끊기는 것이 현실화되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티켓 값이 김영란법 선물 상한액인 5만원을 넘는 공연이 많기 때문에 기업들이 주저하고 있다.

최근 공연을 주최한 클래식업계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예년에 비해 현재 클래식음악 공연 티켓 판매량은 15% 안팎 가량 줄었다. 김영란법 영향에 최근 어수선한 나라 분위기 탓에 많게는 20% 가량 줄었다고 증언하는 곳도 나왔다.

연말까지 내한을 앞둔 유명 솔리스트 공연도 예외가 아니다. 올초 예상했던 티켓 판매의 절반에 미치지 못해 당황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클래식음악계는 지금까지 유료 관객의 절반가량을 기업 협찬 등에 의존해왔다. 기업들이 메세나의 하나로 티켓을 대량 구매, 초대권 형태로 VIP, 공연 소외 계층 등에게 나눠주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이런 관례를 따르다가 티켓이 유관 기관 등에 흘러 들어가면 김영란법에 접촉된다. 업계는 그러자 자구책을 들고 나섰다. '김영란 티켓'이 대표적이다.

12월 내한하는 마리스 얀손스 & 독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공연을 주최하는 빈체로는 이미 진행된 예매에서 2층의 일부 로열석을 약 12배 가량 낮은 가격에 내놓아서 화제가 됐다.

과거 공연에서 R석, S석, S석으로 나눠져 일부 앞자리의 티켓값이 최대 20만원까지 하던 예술의전당 2층 좌석을 C석으로 통합해 모두 2만5000원에 내놓은 것이다. 기획사는 2장을 사도 5만원이 넘지 않도록 가격을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대형 클래식 공연장은 최저 5만원짜리 공연의 티켓을 4만원으로 낮추기도 했다.

지휘자 함신익이 이끄는 심포니 송 역시 11월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 홀에서 열리는 공연티켓의 최고가격을 2만5000원으로 책정했다. 이 악단의 티켓 연주 가격 역시 최고 7만원이었다.

26, 27일 89세의 명장 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가 이끄는 밤베르크 교향악단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호사스럽다고 표현해야 할 만큼 유명 오케스트라 내한이 즐비하다.

하지만 클래식계 팬들 사이에서는 오케스트라를 선택해야 하는 '즐거운 비명'을 지는 것이 올해가 마지막이 아니랴는 우려가 나온다. 김영란법의 영향으로 기업의 협찬에 대한 기대가 줄면서 내년부터 대형 오케스트라 내한이 줄어들 거라는 불안감이 크다.

발레계 등에도 영향이 미치고 있다. 국립발레단은 하반기 기대작 '잠자는 숲속의 미녀'(안무 마르시아 하이데)의 마지막날인 6일 공연을 'KNB 해피 아워'라는 타이틀로 최고 가격을 5만원에 책정했다.

기업 구매량이 전체 좌석의 20% 안팎으로 추정되는 대형 뮤지컬 관계자들도 고심 중이다.

팝의 거장 닐 세다카의 히트곡을 엮은 라이선스 뮤지컬로 국내 초연을 앞둔 '오!캐롤'(19일부터 2017년 2월5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은 프리뷰 공연인 11월 17, 18일 단 2회 공연 예매 시 VIP·R석 5만원, S·A석 4만원, OP석 4만5000원 균일가로 판매한다. VIP 티켓의 본래 가격은 13만원으로 절반보다 싼 가격에 볼 수 있는 기회다.

뮤지컬의 개별 고객은 클래식음악 공연보다 많은 편이기는 하다. 그러나 뮤지컬 역시 기업들이 고객을 위한 판촉 등을 위해 뮤지컬 티켓을 상당 부분 사들였다. 하지만 김영란법 시행 이후 연말에 예정된 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예년에 비해 줄어들어드는 추세다. 어느 대형 뮤지컬은 지방 투어를 포기하기도 했다.

이처럼 공연계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뾰족한 수가 없어 마냥 기다리거나 눈치를 보는 형국이다.

공연계 관계자는 "여전히 기업 후원 등과 관련 '김영란법' 소관 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의 지침과 유권 해석이 명확하지 않아 사례가 좀 더 쌓여야 하는 내년 상반기까지는 혼란이 이어질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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